"주가조작해도 남는 장사" 인식 뿌리 뽑아야…처벌 강화·신속 적발 필요
"처벌 수위 높이고 신속한 적발 위한 인력 확충"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성장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주가조작은 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이는 가격 결정이라는 시장의 핵심 기능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히고 종국에는 자본이 시장에서 떠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이승범 코스콤 경영고문(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상무)은 "최근 주가조작 사건의 특징은 조작 수법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졌다"면서 "단순 고가매수 주문, 허수주문, 통정매매 수준을 넘어 무자본 인수합병(M&A), 메자닌(CB·BW) 발행 이용, 유상증자, 허위공시, 텔레그램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동시에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자의 기대수익이 처벌 위험보다 높은 구조라고 짚은 이 고문은 이런 구조를 없애기 위해 징역형과 벌금 부과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반복적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대상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준의 제도를 도입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주가조작 전력자에 대해 상장회사 및 금융회사 임원 선임 제한, 금융투자업 관련 재진입 제한 등을 적용함으로써 재범 억제와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서 이영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종식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이승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토론 패널로 나서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는 반드시 적발되도록 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입증해야 하며 이익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부당이득 환수를 넘어 사법적 억지력을 확보해야 하고, 특히 금전적 제재인 과징금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황 위원은 "해외와 비교해 보면 한국거래소의 업무 범위가 넓은 편"이라며 "한국거래소가 시장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신속한 적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징금과 형사 처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들며, 비교적 경미하거나 입증이 충분히 된 사건들은 검찰 송치 없이 과징금 부과로 신속히 종결하고, 복잡하고 중대한 사건에 형사처벌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이영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불공정거래의 신속한 조사를 위해 금감원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형법상 공무원 의제 조항에 따라 금감원 직원들도 엄격한 공익적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미 검사와 제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조사 단계에서만 강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불균형하다"며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경우 이미 강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강제조사권 부여가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계 분식 사건 역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사 부서와 신속하게 공조할 수 있는 협의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감리 인력 확충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감리 인력이 크게 부족해 코스닥 회사의 경우 평균 감리 주기가 20년에 달한다. 사실상 기업 수명 동안 평생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구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회계 감리 과정에서도 계좌 추적권을 도입해 초기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금감원의 시장 감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승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불공정거래 사건 조사와 수사는 속도전"이라며 "촘촘한 시장 감시로 혐의를 신속히 적출하고, 증거인멸 전에 압수수색을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보의 설명에 따르면, 금감원이 처리한 시장 감시 사건 중 한국거래소 이첩 사건이 60%, 금감원 자체 사건이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거래소는 74명의 인력이 시장을 감시하는 반면, 금감원은 단 9명의 인력으로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보 등을 통해 금감원에 직접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거래소 대비 5.6배나 많아 인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도입된 이후 수사 착수 시점이 2~3개월 빨라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부원장보는 "수사 절차가 원스톱으로 전환되면서 행정 조사 단계에서의 대면 진술 확보 등 중복 절차가 생략되어 수사 착수가 2~3개월가량 빨라졌다"며 "응답 조사 등 접촉을 하지 않고 수사에 착수하기 때문에 압수수색 단계에서 피의자들의 증거 인멸 가능성도 한층 낮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