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치찌개 2배값 내고 먹네요"···치솟은 삼계탕에 '반값 간편식' 불티
5년 새 27% 뛴 보양식 물가에···대형마트·이커머스 '반값 할인' 쟁탈전
4000원대 삼계 버거까지 등장···식품·유통가 '가성비 간편식' 총력전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삼계탕 한 그릇에 최소 2만원을 생각해야 하니까 서민 음식이라 하기엔 이제 무리가 있죠."
초복 전날인 14일 점심시간, 직장인 이(30)씨는 유명 삼계탕 전문점을 찾는 대신 일반 식당으로 향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유명 삼계탕집 앞은 오전 11시40분부터 대기 줄이 1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붐볐다. 하지만 치솟는 가격 탓에 선뜻 대기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소비자도 여럿 눈에 띄었다. 직장인 A씨는 "이 더운 날에 2만원이나 내고 뜨거운 삼계탕을 먹느니 일반 식사를 하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는 게 가격 면에서도 1만5000원 선으로 훨씬 합리적"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식당 대신 밀키트로 복날을 챙기는 이른바 '홈 보양족'이 급증하고 있다. 삼계탕 외식 가격이 밀키트의 2배 수준까지 치솟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로 눈을 돌린 것이다. 보양식 수요가 오프라인 식당에서 집으로 빠르게 옮겨가자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 역시 대대적인 할인전에 뛰어들며 초복 특수 선점에 나섰다.
◇ 1.8만원 넘은 외식 삼계탕···식당 절반 수준인 '밀키트·집밥'으로 눈 돌려
기자가 서울 주요 삼계탕 전문점 10곳의 기본 삼계탕 가격을 직접 비교한 결과,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9000원에 달했다. 여기에 전복이나 능이버섯 등 부재료가 추가되면 가격은 최소 2만원에서 최대 3만5000원 선까지 뛰어올랐다. 직장인 조(59)씨는 "짜장면도 만 원이 넘는 시대라 이해는 가지만 이제 복날 삼계탕도 고민하며 사 먹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의 대표 점심 메뉴인 김치찌개 백반의 5월 평균 외식비가 8654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점 삼계탕은 직장인 평균 점심값의 2배를 웃도는 셈이다.
삼계탕 외식비는 매년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평균 기준 전국 외식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6630원으로 최근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서울 지역은 평균 1만8154원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연도별 전국 평균 추이를 살펴보면 2024년 1만5956원, 2025년 1만6305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4%, 2.2% 올랐으며 올해 역시 2.0% 추가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발길은 식당 가격의 절반 수준인 간편식으로 향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주요 삼계탕 밀키트 10개 제품을 비교해보니 1인분 평균 가격은 약 1만161원으로 조사됐다. 1만8000원대인 외식 삼계탕과 비교하면 집에서 간편식 식사를 하면 한 그릇당 평균 8500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행사할인까지 적용되면 삼계탕 밀키트의 경우 6000원에서 9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직장인 이(27)씨는 "1인 가구라 밀키트를 사서 조금씩 나눠 먹는 게 합리적"이라며 "식당처럼 재료가 풍성하진 않아도 단순히 복날 기분을 내기에는 밀키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직접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집밥' 역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닭고기 공급량이 회복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동향분석에 따르면 영계 1마리(600g), 대파 반 줄기(30g), 마늘 5쪽(15g), 수삼 1뿌리(10g), 찹쌀(50g)을 합산한 삼계탕 1인분 재료의 5월 환산 가격은 1만159원이었다. 핵심 재료인 닭고기는 9131원으로 전년 대비 2.7%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가격 부담을 덜었다. 다만 부재료인 수삼 1인분 가격은 408원으로 전년 대비 44.2% 올랐다. 주부 김(59)씨는 "닭값이 조금 오르긴 했어도 4인 가족이 외식하는 것보다 집에서 해 먹는 게 훨씬 저렴하다"며 "최근 마트에서 삼계탕 재료를 묶음으로 잘 판매해 예전처럼 손이 많이 가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 "가성비로 승부"···복날 신제품·할인 쏟아내는 식품가, 보양 수요 공략 나서
식품업계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복날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윤나라 셰프와 협업해 1만2000원대 '비비고 윤주모 삼계탕'을 선보였고, 신세계푸드는 '올바르고 반듯한 파로 삼계탕'을 출시했다. 농협목우촌은 약귀, 당귀, 감초 등으로 우려낸 쌍화농축액을 투입한 '쌍화삼계탕'을 앞세워 프리미엄 간편식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식품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파격적인 할인 기획전을 열어 매출을 끌어올렸다. 아워홈은 자사몰을 통해 대표 보양식인 '고려 삼계탕'을 7980원, 반계탕 제품을 5140원에 내놓으며 6월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풀무원 역시 '산삼배양근 삼계탕' 9980원, 프리미엄 라인 '올가 참 삼계탕' 1만5900원 판매를 통해 올해 2분기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2% 급증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는 보양식 프로모션을 전개 중이다. 이마트는 백숙용 생닭을 40% 할인하고 국산 손질 민물장어를 최대 50% 가격을 인하해 판매했다. 그 결과 토종닭·생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7% 늘었고, 전복과 장어 역시 각각 254%, 113% 급증했다.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도 복날 시즌 세일을 적용해 삼계탕, 도가니탕, 국산 황기 등을 약 10~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장어, 오리, 전복 등 고가의 보양 식재료를 활용한 가성비 간편식으로 틈새 수요 공략에 나섰다. GS25는 민물장어와 훈제오리, 함박스테이크로 구성한 '이달의도시락 7월 복날편'을 6900원에 선보였으며, 향후 장어 한 마리를 통째로 담은 프리미엄 간편식과 전복 내장 소스를 활용한 삼각김밥 등 맞춤형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역시 복날 수요를 겨냥해 삼계탕을 햄버거와 삼각김밥 등으로 재해석한 이색 간편식을 잇달아 내놨다. 대표적으로 한방 풍미를 살린 '보양 삼계 버거'를 4700원에, 인삼 추출물로 맛을 낸 '보양 삼계 삼각김밥'을 2000원에 선보이며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복날 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20%가량 증가했다"며 "보양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편의점 업계도 이에 발맞춰 가성비를 앞세운 보양 간편식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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