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정상화 기대 말자"…걸프국 육해상 대체망 논의 분출
홍해·호르무즈 바깥 항구 사용 확대…시리아·튀르키예 육상 우회로 추진도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과 이란의 계속되는 힘겨루기로 중동의 에너지 수출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화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대체 경로를 찾는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대 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안전보장 비용 명목으로 이곳을 지나는 선박의 화물에 사실상의 통행료 20%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은 지난달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과 항행·환경 보호 명목의 서비스 이용료 부과를 주장해 왔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을 압박하고 중동의 권력 지형을 바꿀 최대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를 '원자폭탄 수십 개보다 중요한 전략적 해협'이라고 천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역사상 통행료가 부과된 사례가 없는 국제 수로지만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거듭 붕괴 위기에 놓이면서 이전과 같은 정상적 선박 운항이 과연 가능해 질 수 있을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합의가 유지된다 해도 통행료, 기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반시설 피해, 뿌리 깊은 역내 국가 간 불신이 호르무즈 해협의 진정한 복구를 가로막는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각국은 적극적으로 대체 무역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연안 얀부항을,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쪽의 푸자이라항을 활용한 새로운 회랑을 조성하고 있다.

역내 호르무즈 해협의 육상 대체로를 구축하는 논의도 속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2024년 말 14년 만에 내전을 끝내고 친서방 노선으로 전환한 시리아가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시리아 방문에 맞춰 시리아를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할 석유 수송로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와 요르단을 거쳐 사우디와 튀르키예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현실화하면 옛 오스만 제국이 역내 건설한 '헤자즈 철도'를 현대판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애틀랜틱 카운슬(AC)은 해당 사업에 대해 "세계은행(WB)의 시리아 철도 개발 지원과 UAE의 시리아 항만 투자에 더해 지중해로 향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로가 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튀르키예, 이라크, 카타르, UAE가 추진 중인 1200km의 규모의 '개발로 프로젝트'(Development Road Project)와 UAE와 오만 간 철도 노선 확대 등도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대체 물류망 사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대체로들도 중동 정세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활동 구역이고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도 잔존 무장 세력의 활개로 인한 안보 위협이 여전히 심각하다.
튀르키예 매체 TRT는 "전 세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해상 수송 허브에 대한 의존을 점차 줄여가는 추세"라며 "호르무즈 완전 대체라기보다는 국제 무역 시스템에 추가적인 안정성을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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