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예멘 후티, 휴전 4년 만 충돌···호르무즈 너머 홍해까지 드리우는 분쟁의 그림자

최경윤 기자 2026. 7. 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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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의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13일(현지시간) 무력 충돌했다. 2022년 양측이 암묵적인 휴전에 들어간 이후 약 4년 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후티는 이날 사우디의 예멘 수도 사나 국제공항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의 아브하 국제공항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야 사리 준장은 TV 성명을 통해 전 세계 항공사에 사우디 영공에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사나 공항에 대한 사우디 측의 봉쇄가 해제될 때까지 각 항공사는 이번 영공 통과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후티는 사우디가 사나 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와의 사실상 휴전 종료를 선언했다.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이 공개한 영상에는 사나 공항 부지에 미사일이 떨어진 이후 큰 폭발음이 들리는 장면이 담겼다.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야 사리 준장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처벌받지 않고는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공항에는 미·이스라엘의 공습에 숨진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던 후티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우디의 공격에 후티 대표단은 결국 기수를 돌려 자신들이 통제하고 있는 서부 호데이다 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이 13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티 측 대표단이 사나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공습을 피해 서부 호데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사우디와 후티는 2022년 3월 유엔 중재로 휴전에 돌입했고 같은 해 10월 휴전 기간이 만료된 이후로도 암묵적 휴전을 이어왔다. 최근 양측은 이달 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소속 마한항공 비행기가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참석할 후티 대표단을 태우러 사나 공항에 착륙한 이후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측은 약 10년만에 운항한 이란-사나행 항공편에 후티를 위한 무기 등이 실려있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충돌이 역내 군사적 긴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티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고 있다. 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사우디가 홍해 우회로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상황에서 후티는 세계 경제를 압박할 잠재력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후티는 미·이란 전쟁에서 주요 변수로 평가된다. 이란이 대리 세력 후티를 호르무즈 해협에 이은 또 하나의 해상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후티는 실제 2023년 가자전쟁 당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상선을 겨냥한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으로 홍해 해상 운송을 사실상 마비시킨 바 있다.

한편 이날 사우디의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이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지난 9일부터 접촉했고, 지난 10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공격으로 후티와의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외교적 지원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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