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고마운데, 5000만원 정도까지 괜찮을까” 뇌물 받은 공직자 감사원에 적발
데이터처 공무원도 500만원 수수 적발

공공기관 간부가 민간 업체에 기관 일감을 주는 대가로 5000만원 뇌물을 받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공직 기강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A 선임위원은 2022년 한국 정부가 공적 개발 원조(ODA)의 일환으로 베트남에 스마트 시티 건설 기술 협력 센터를 세워주는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2022년 4월 베트남으로 출장을 간 A는 앞서 베트남 파견 근무 중 알게 된 한 민간 업체 현지 법인장 B와 만나 ‘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3000만원을 요구했다. A는 B에게서 모바일 메신저로 업체 소개서를 전달받고는 “같이 할 일이 많을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A는 이 사업의 일부분인 19억4000만원짜리 사업과 관련해 입찰 공고를 내기도 전에 B에게 설계 내역서 등 미공개 내부 자료를 19차례에 걸쳐 넘겨줬다. 이후 2022년 B의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자, 2022년 10월 4일 B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자기가 받은 대출금(7억원)이 많다면서 기존에 약속한 3000만원에 2000만원을 더해 5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이 확보한 메시지에 따르면, A는 “B야 이런 말 하기 조심스럽다만, 3천도 챙겨준다니 참 고마운데, 5천 정도까지 괜찮겠나 모든 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라고 했다. B는 “너 아니면 이거(수주) 할 수도 없는 거”였다며 요구를 받아들였다.
A는 2022년 10월 18일 텔레그램을 통해 B에게 5000만원을 자기가 아는 베트남 사업가인 C의 계좌로 보내라고 했다. 이튿날 B가 C 계좌로 5000만원을 보내자, A는 10월 21일 C에게 자기가 아는 다른 베트남 사업가 D의 계좌로 10억동(약 5000만원)을 보내게 했다.
감사원은 이 돈이 최종적으로 A에게 갔는지는 베트남 은행 계좌를 조사할 수 없어 확인하지 못했으나, A와 B가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내용 등을 바탕으로 A가 5000만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A는 자기 기관 일감을 준 다른 민간 업체 관계자들에게서 항공료, 숙박비 등을 받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A는 2022년 9월 휴가 목적으로 베트남으로 가면서 민간 업체 대표에게서 항공권과 숙박비를 제공받기로 미리 약속하고, 인천과 하노이 간 왕복 항공권 65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업체 임원에게는 카카오톡으로 “호텔 예약하고 이런 거는 출장단이 하는 게 맞아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호텔 예약과 결제를 요구했고, 그해 10월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호텔에 묵은 비용 128만원을 대신 결제하게 했다. 감사원은 이런 식으로 A가 2022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세 차례 베트남으로 휴가나 출장을 다녀오면서 나온 비용 253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A는 2018년부터 알고 지내던 다른 베트남 법인 대표에게 2024년 12월 106만원어치 호찌민 왕복 항공권을 제공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A를 뇌물 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는 최고 수위인 해임 징계를 요구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5급 공무원도 9억3900만원짜리 일감을 준 민간 업체 등 직무 관련자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데이터처에 이 공무원을 강등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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