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카나리아[오후여담]

오승훈 논설위원 2026. 7. 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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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논설위원

15일은 1년 중 가장 뜨겁다는 20여 일 ‘삼복(三伏) 더위’의 시작, 초복이다. 12일 경북 포항과 경산에 사상 처음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을 정도이니, 도리없이 납작 엎드려 굴복(伏)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더위와 관련한 속담 중에 가장 센 비유는 ‘삼복 더위에 쇠뿔도 꼬부라든다’는 것이다. 실제 공예에서 소의 뿔을 삶거나 가열해 다루려면 90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다고 한다. 낮 기온이 40도까지 끓어도 쇠뿔이 휘지는 않는다.

모두 과장인 것은 아니다. 자연현상이나 사회의 위기를 미리 알리는 생물, ‘지표종(indicator species)’이 많다. 개구리와 도롱뇽은 피부가 얇고 물과 공기를 통해 물질을 흡수하기 때문에 수질오염과 산성화에 민감해 생태계 악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벌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 농업 생산 기반 자체의 위험을 뜻한다. 과학적 입증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침몰하는 배를 탈출하는 쥐,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반려동물의 이상행동도 마찬가지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지표종은 몸길이가 10㎝ 남짓한 귀여운 새, 카나리아(canary)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지난 20세기 동안 카나리아는 석탄광산에서 필수 자원이었다.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 메탄가스, 산소 부족 등에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다. 카나리아의 반응을 보고 광부들은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1981년에야 영국 정부는 가스 탐지기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1986년 12월 탄광에서 카나리아 활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그 시절 생겨난 비유적 표현인 ‘석탄광산의 카나리아(canary in the coal mine)’는 아직도 각종 경제·사회 지표에 쓰이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인공지능(AI)의 고용 충격을 감지하려 만든 조기 경보 시스템의 명칭도 ‘카나리아 대시보드’다. 2만5000개 기업의 고용 추이를 분석해 AI 확산의 영향을 추적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위기를 경고하는 건 카나리아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카나리아가 화를 입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이해에 사전 경고를 흘려듣거나 무시할 때다. 그저 ‘복날엔 삼계탕’만 생각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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