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 없이 정상 혈당 가능할까?… 관해로 가는 식사·운동·체중 관리법
당뇨병 진단을 받는 순간 많은 이들이 절망부터 한다. 인터넷에 '당뇨병에 걸리면 죽나요'가 연관 검색어로 뜰 만큼, 당뇨병에 대한 공포는 크다. 하지만 내과 전문의 고영재 원장(성모퍼스트내과의원)은 "당뇨병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내 몸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진단 초기에 잘 관리하면 약 없이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당뇨병 관해'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당뇨병의 진단 기준부터 혈당 스파이크의 위험성, 식사·운동·체중 관리까지 고 원장과 함께 자세히 알아봤다.
당뇨병 진단, 정말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뇨병은 내 몸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작점입니다. 자동차에 경고등이 켜진 것과 같습니다. 자동차에 경고등이 켜지면 엔진 오일을 갈고 부품도 점검하듯,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내 몸이 보내는 건강 경고등이라고 생각하세요. 꾸준히 치료하고 잘 관리한다면 일반인과 비슷한 삶의 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당뇨병을 의심해야 하나요?
당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갈·다음·다뇨, 즉 갈증이 계속 나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량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더 심각해지면 피로감이 지속되고 체중이 빠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췌장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당뇨병은 증상을 느껴서 찾는 병이 아닙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혈액 검사 수치로 잡아내는 병입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거나 건강 검진을 소홀히 하시면 안 됩니다.
당뇨병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요?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공복 혈당 126 이상, 식후 2시간 혈당 200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입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혈당이 그날 그날의 1일 성적표라면, 당화혈색소는 학기 전체의 성적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혈당은 음식 섭취 등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가 더 정확한 지표입니다. 대부분의 당뇨병 관련 연구도 이 수치를 기반으로 합니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나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당뇨병 전 단계는 공복혈당 100~125, 당화혈색소 5.7~6.4%에 해당하는 구간입니다. 이 시기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에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5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관리의 핵심은 체중의 5~7% 감량입니다.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는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식단은 단순당이나 정제 탄수화물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과 채소 위주로 구성하세요. 단순히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내장 지방을 줄이는 대사 최적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당뇨병은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건가요?
이는 오해입니다.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입니다. 내장지방이 과도하면 세포의 인슐린 수용체 기능이 떨어져 혈액 속 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즉 당뇨병은 당 섭취의 문제만이 아니라, 내장지방과 근육 감소 등 우리 몸 대사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 결과입니다. 겉으로 마른 사람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당뇨병이 생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나요?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입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50층으로 급속도로 올라갔다가 자유낙하하듯 떨어지면 쉽게 망가지는 것처럼, 혈당도 이런 급격한 변화가 반복되면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과도하게 생성하다 결국 기능을 잃어갑니다. 혈관 내피세포도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으로 손상됩니다. 결과적으로 당뇨병이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젊으면 당뇨병에 덜 위험하지 않나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른 나이에 진단될수록 그만큼 오랜 시간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둘째, 경우에 따라 중장년층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강하게 나타나 진행 속도가 빠를 수 있습니다. 또 젊은 세대는 건강 검진을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아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 질환 등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도 높아집니다. 지금의 관리가 남은 수십 년을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입니다.
증상이 없어도 당뇨병 치료를 꼭 서둘러야 하나요?
당뇨병 환자 중 증상이 없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도 고혈당은 혈관 내피세포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심근경색, 뇌경색 같은 치명적인 혈관 합병증이 발생하고, 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인한 투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의 목적은 당장의 증상 조절이 아니라 10년 뒤의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당뇨병 관해란 무엇인가요? 약 없이도 정상 혈당 유지가 가능한가요?
당뇨병 관해란 약물 도움 없이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미만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진단 초기일수록 관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식단 관리로 췌장 베타세포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혈당을 조절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정상 혈당 범위 내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다만 당뇨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방심하고 소홀해지면 다시 나빠질 수 있습니다.
식사 순서도 혈당 관리에 영향을 주나요?
영향이 있습니다.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로 드시는 것을 권합니다. 채소가 위장에서 방어막 역할을 해줘 탄수화물의 포도당 흡수 속도를 낮춰줍니다. 혈당 스파이크 위험을 낮추는 가장 쉽고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흰쌀밥이나 빵, 면을 완전히 끊는 것보다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이 실천하기 쉽고 지속 가능한 관리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혈당 조절에 효과적인 운동법이 있나요?
식후 30분이 운동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혈당이 오르기 시작할 때 근육을 사용하면 근육이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직접 끌어다 씁니다. 실제 연구에서 식후 20~30분 걷기가 혈당 피크치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 가볍게 걷는 것보다 땀이 살짝 날 정도의 빠른 걷기가 효과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근력 운동도 중요합니다. 우리 몸이 섭취한 포도당의 70~80%가 근육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근육량이 많을수록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습니다. 근육은 당뇨병을 이겨낼 가장 든든한 방패입니다.
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내장지방 제거입니다. 체중 감량 자체가 가장 강력한 관리법입니다. 내장지방만 잘 줄여도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되면서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목표는 체중의 약 7% 감량입니다. 중년 여성 기준으로 약 3kg 감량만 해도 눈에 보이는 수치 개선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고 막막한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뇨병은 내 몸이 망가졌다는 최종 선고가 아닙니다. 나를 꾸준히 관리하게 해주는 페이스메이커라고 생각하세요. 어제 과식했다면 오늘 조금 더 운동하면 됩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무관심과 방관입니다. 꾸준히 관리하는 분들이 오히려 더 건강 수명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요.
이새별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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