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고 나기 전 AI가 먼저 본다…산업안전 현장 파고든 AI·XR·IoT
2026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 현장, AI는 기본 XR, IoT 기술 곳곳에
엠라인스튜디오, XR 체험교육 넘어 폐쇄망 대화형 AI 안전관리자 공개
세이지·하이로컬·유플리트, 영상·언어·장비 데이터 연결해 위험 사전 대응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 들어서자 산업 현장의 위험을 먼저 찾아내려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곳곳에서 시연되고 있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속 작업자가 쓰러진 것인지, 잠시 몸을 낮춰 일하고 있는 것인지 영상의 맥락을 분석하는 AI가 등장했다. 안전모 턱끈이나 안전고리를 제대로 체결하지 않으면 관리자에게 즉시 알리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도 소개됐다. 여러 국적의 근로자에게 안전교육 내용을 각자의 모국어로 전달하거나, 작업 전 AI와 대화하며 위험 요인을 확인하는 기술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행사 기간 현장에서 테크42와 만난 기업들은 교육, 영상 관제, 다국어 소통, 보호장비 관리라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사고 이전의 개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의류 브랜드의 기술 접목도 눈에 띄었다. K2 세이프티와 아이더 세이프티, 블랙야크아이앤씨 부스에서는 폭염과 추락 위험에 대응하는 냉각 작업복과 착용형 안전 장비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엠라인스튜디오는 건설·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XR 기반 안전교육 콘텐츠와 시뮬레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기업이 요청한 사고 유형과 작업 환경에 맞춰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추락·감전·지게차 사고 등 자체적으로 보유한 범용 콘텐츠를 장비와 함께 제공한다.
대형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같은 사고 유형이라도 실제 현장과 유사한 환경을 반영한 콘텐츠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 현장과 물류센터에서 운행되는 지게차의 이동 경로와 주변 설비가 서로 다른 만큼 범용적인 사고 장면만으로는 현장 근로자의 몰입과 경각심을 충분히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시설과 설비 변경에 맞춰 기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엠라인스튜디오가 이번 전시에서 강조한 것은 대화형 AI 안전관리 기능이다. 작업자가 AI에 당일 수행할 작업을 설명하고, 작업 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 요인과 주의사항을 질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부 클라우드형 생성형 AI 서비스에 직접 접속하기 어려운 보안구역을 고려해 사업장 내부 서버에서 작동하도록 구성했다. 현장에서 만난 최민웅 엠라인스튜디오 선임은 고객사의 특징과 함께 서비스 특장점을 설명했다.

기존 XR 콘텐츠가 사고 상황을 시각과 신체 감각으로 경험하게 했다면 대화형 AI는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 위험을 다시 점검하도록 돕는다. 정해진 교육자료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상황을 묻고 답을 확인하는 구조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XR 안전교육과 당일 작업 전 점검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시장에는 심폐소생술 동작을 실시간으로 교정하는 ‘CPR 마스터’와 추락·감전 상황을 체감하게 하는 ‘M4D 시뮬레이터’도 배치됐다. 두 장비 모두 사고 장면의 사실적 재현보다 위급한 순간에 필요한 판단과 행동을 반복 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 현장에 설치된 CCTV도 단순 기록 장치에서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선별하는 관제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용 AI 기업 세이지가 전시한 ‘세이지 세이프티(SAIGE SAFETY)’는 기존 CCTV 영상에서 화재나 작업자 쓰러짐, 보호구 미착용처럼 즉각적인 확인이 필요한 장면을 선별해 관리자에게 알린다. 위험 설비 접근이나 중장비 주변의 이상 움직임도 탐지 대상에 포함된다.
위험 상황이 포착되면 안전관리자에게 문자나 모바일 알림을 보내고, 경광등과 스피커 등 현장 장비와도 연동할 수 있다. 기존 CCTV와 관제 시스템에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방식이어서 카메라를 모두 교체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세이지가 내세운 장점이다. CCTV 인프라가 없는 사업장에는 파트너사와 함께 카메라와 관제 플랫폼을 포함한 통합 형태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영상을 보고 작업자의 자세나 물체를 감지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비전언어모델을 추가해 앞뒤 상황과 맥락까지 보도록 하고 있어요. 예전 방식에서는 작업자가 쭈그려 앉아 있으면 쓰러진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일을 하고 있거나 잠시 쉬는 상황일 수 있잖아요. 비전언어모델이 1차로 감지된 장면을 다시 보고 실제 위험 상황인지 확인해 주는 겁니다. 이런 오탐 필터링을 통해 관리자가 받아보는 알림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새 기능의 핵심입니다.”
세이지의 구조는 기존 객체 탐지 AI를 비전언어모델로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다. 1차 AI가 정해진 위험 이벤트를 찾아내면 비전언어모델이 상황의 맥락을 추가로 해석하는 이중 검증 방식이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새로운 위험 상황을 입력해 현장별 탐지 조건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는 보호장비나 위험 감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안전관리자의 작업 지시와 교육 내용을 근로자가 정확히 이해했는지도 사고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제조·건설·조선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언어 장벽을 산업안전 문제로 접근하는 기술도 전시장에 등장했다.
하이로컬의 ‘하이워커(hiWorker)’는 안전관리자가 전달하는 작업 지시와 교육 내용을 여러 언어로 실시간 통역하는 산업 현장용 플랫폼이다.
단순한 대화 통역에 그치지 않고 교육자료와 작업 문서도 다국어로 변환한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PDF 형태의 안전교육 자료를 올리면 문서 안의 텍스트를 각 근로자의 언어로 번역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강의와 집체교육에서는 PC 화면에 여러 언어의 번역 자막을 동시에 표시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승준 하이로컬 팀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건설이나 조선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할 때 여러 언어를 동시에 통역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하이워커는 소음이 크고 다양한 억양이 사용되는 산업 현장을 고려해 화자 적응형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번역 서비스보다 조선·건설·제조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와 작업 환경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리자가 전달한 공지와 교육 참여 여부를 기록으로 남겨 외국인 근로자의 교육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산업 현장용 서비스의 특성을 보여준다.
하이로컬은 대한조선이 하이워커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약 4000개 계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의 일부 사업장에서도 아침 조회와 안전교육 과정에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로컬은 건설과 조선 현장에서 축적한 다국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조·물류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언어 장벽은 사고 직전 경고가 전달되지 않는 문제뿐 아니라 평상시 안전교육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관리자가 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보다 근로자가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이워커는 통역과 교육, 참여 확인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며 현장 소통을 안전관리 체계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플리트는 약 20년간 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UI·UX) 컨설팅과 디지털 서비스 구축을 수행해 온 기업이다. 금융과 항공 등 여러 산업의 디지털 서비스를 설계해 온 유플리트는 스마트 안전장비 사업을 인수한 뒤 산업안전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안전 전문 브랜드 ‘세이프유(SAFE U)’를 출범시키고 IoT 장비에서 AI 안전관리 소프트웨어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유플리트는 작업자가 안전모 턱끈과 안전고리를 제대로 체결했는지 센서로 확인하는 ‘세이프유 띵스(SAFE U THINGS)’와 안전관리 문서 업무를 지원하는 ‘세이프유 웍스(SAFE U WORKS)’를 선보였다. 여기에 산업안전에 한정되지 않는 범용 에이전틱 AI 플랫폼 ‘세이프유 유나드(U NAD)’도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안전고리나 안전모 턱끈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그런 사소한 행동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IoT 스마트 안전장비 사업을 인수하면서 산업안전 분야에 들어오게 됐고, 이후 AI를 활용한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솔루션까지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산업안전뿐 아니라 어떤 분야의 데이터든 구조화해 업무용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유나드 플랫폼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세이프유 유나드는 기업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온톨로지 형태로 구조화해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플랫폼이다. 온톨로지는 데이터와 개념 사이의 관계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기술이다. 산업안전 관련 규정과 위험 요인, 작업 절차의 관계를 구조화하면 필요한 대시보드나 업무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플리트는 사용자의 행동을 고려한 UX 설계와 IoT 센서, AI 문서 자동화를 결합해 안전관리 흐름 전체를 연결하려 한다. 작업자의 보호구 착용 상태를 센서로 확인하고,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위험성 평가와 교육 기록으로 정리한 뒤, 축적된 데이터를 다시 AI 에이전트가 활용하는 구조다. 유플리트는 산업안전 분야에서 적용 사례를 확보한 뒤 기존 고객 기반인 금융을 비롯한 다른 산업으로 유나드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전시장에서는 AI 소프트웨어와 함께 작업자가 직접 착용하는 안전 장비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팬과 반도체 냉각 소자, 경량 소재를 적용한 여름용 작업복이 여러 부스의 전면에 배치됐다. 폭염 대응이 작업자의 쾌적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온열질환과 집중력 저하를 막는 산업안전 과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K2 세이프티는 작업 환경과 직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8개 콘셉트의 팬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조끼에 장착된 팬으로 옷 내부에 공기를 순환시켜 체감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가벼운 착용감에 방수와 절연 기능을 더한 초경량 안전화도 함께 전시했다.

아이더 세이프티는 팬과 펠티어 소자를 결합한 여름용 냉감 작업복을 내세웠다. 펠티어 소자는 전류가 흐를 때 한쪽 면의 열을 다른 쪽으로 이동시켜 냉각 효과를 내는 반도체 부품이다. 아이더 세이프티는 펠티어 시스템을 적용한 에어로쿨링 팬베스트 제품군을 냉각 방식과 작업 환경에 따라 3개 모델로 선보였다. 초경량 안전화와 자체 무게를 1㎏ 초반대로 줄인 산업용 안전벨트도 함께 공개했다.
블랙야크아이앤씨 역시 펠티어 소자와 쿨링팬을 결합한 ‘펠티어 에어베스트’와 팬을 이용해 옷 내부로 바람을 보내는 ‘에어베스트’를 전시했다. 부스 한편에는 YAK-422D와 YAK-522D 안전화를 신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무게와 착화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올해 전시된 워크웨어는 단순히 시원하고 가벼운 작업복에 머물지 않았다. 팬과 냉각 소자는 작업자의 체온 상승을 억제하고, 센서와 에어백은 추락 위험에 대응한다. 위치 추적 장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 대상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산업안전 기술의 적용 지점은 관제센터를 넘어 작업자의 몸과 작업 직전의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AI가 위험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경고가 작업자의 언어로 전달되고, 보호구가 실제로 체결됐는지 확인되며, 교육 내용이 현장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번 KISS 2026 역시 각각의 기술은 고도화와 더불어 저마다의 과정들을 하나의 예방 체계로 잇는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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