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K공항에서 맨해튼까지 단 7분”...‘하늘 나는 택시’ 시대 여는 美 조비 공장 가보니
조비 ‘마리나 사업장’ 가보니
올해 말 서비스 앞두고 분주

지난 9일(현지 시각) 오전 7시 3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리나시 한 활주로. 짙은 안개와 비로 가시거리가 짧은 가운데 조비항공(조비)이 만든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6호기가 시험 비행을 위해 수직으로 떠올랐다. 이날 시험 비행은 비행 도중 프로펠러 6개 가운데 하나가 작동을 멈춘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지상에서 기체를 원격 조종하던 조종사와 상황실은 프로펠러 이상을 즉시 감지했다. 이어 기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장 난 프로펠러와 대칭을 이루는 반대편 프로펠러도 껐다. 프로펠러 두 개가 멈춘 채 나머지 네 개만으로 비행하던 에어택시는 약 2분간 호버링(제자리 비행)을 무사히 마친 뒤 수직 착륙해 격납고로 옮겨졌다. 조비 관계자는 “에어택시는 날씨와 온도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하늘을 운항하기 때문에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쓴다”며 “이 같은 시험 비행을 위해 엔지니어들은 비행 3시간 전부터 출근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비는 도심교통항공(UAM) 기업으로, ‘에어 택시’라고 불리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과 생산·운항까지 모두 직접 하는 미국 내 대표적 기업이다. 올해 들어 미국 내 상용 운항 허가를 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미 연방항공청(FAA)의 형식검사승인(TIA) 비행시험에 들어가고, 뉴욕에서 첫 시범비행에도 성공하는 등 에어 택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뉴욕 JFK공항과 맨해튼 도심을 교통 체증 없이 단 7분 만에 연결하는 ‘하늘을 나는 택시’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조비의 마리나 사업장은 미 곳곳에서 제작한 eVTOL 부품을 최종 조립해 완성 기체를 만들고, 시험비행과 정비, 조종사 훈련까지 수행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이날 방문한 마리나 사업장은 여러 대의 기체가 잇따라 시험 비행에 나서고, 격납고 안에서는 새 기체 조립이 한창 진행되는 등 현장 전체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美 에어택시 개발사 조비 가보니
조비 에어 택시는 헬리콥터와 드론의 특성이 결합된 차세대 항공기다. 헬리콥터처럼 조종사와 사람을 태우고, 수직 이착륙하지만, 동체의 길이가 6.4m로 대표적인 4인승 헬리콥터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으로 작다. 동체 위에 달린 큰 프로펠러와 꼬리 부분에 작은 프로펠러로 운항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에어 택시는 날개가 달려 있고, 드론처럼 여러 프로펠러로 돌아간다. 또 소음이 큰 헬리콥터와 달리 도심에서 운영될 예정인 에어 택시는 조용하다는 특징이 있다. 조종사와 승객 4명이 탈 수 있고, 1회 충전당 비행거리는 160㎞ 수준이다.
조비는 기체 개발과 생산부터 인증·정비·조종사 훈련·운항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풀스택 기업이다. 항공 업계나 전기차 시장에서 기성 부품을 사와 조립하는 방식을 쓰는 경쟁사와 달리 배터리 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체 구성 요소를 조비 내에서 설계·생산한다. 캘리포니아주 샌카를로스에서 전기모터와 전력·전자장비를, 미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는 프로펠러 블레이드 등을 만들어 마리나 사업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식이다.
조비 관계자는 “모든 것을 맨땅에서 직접 개발해야 해 경쟁사에 비해 개발 비용이 더 들지만, 실증 및 테스트 단계에서 완벽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시험 비행을 하는데, 미 정부의 요구에 따라 기체 설계를 변경해야 할 경우, 외부 업체에 의존하면 소량 생산에 따른 비용 문제로 개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반면 조비는 자체 생산을 통해 필요한 사양을 즉시 반영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조비의 풀스택 전략이 미국 정부의 자국 내 도심항공교통(UAM) 공급망 구축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UAM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핵심 기술과 부품을 자국에서 설계·생산하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소형 드론 시장을 DJI 등 중국 기업이 장악한 데 이어 중국이 UAM 분야에서도 빠르게 성장하자, 독자적인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차세대 항공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적대국들이 그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마리나 사업장 ‘컴포지트 공장’에서는 에어 택시 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분홍색 비닐처럼 생긴 탄소섬유 수지를 연구자들이 직접 손으로 한 겹 한 겹 날개나 동체 틀 위에 쌓아 올린 뒤, 고온·고압의 가마에 넣어 구워내는 식이다. 에어택시 동체가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가마 2곳과 프로펠러 등 작은 부품을 구워내는 작은 가마 인근에서 연구자들은 갓 구워져 나온 부품의 미세 결함 유무를 초음파 기술로 점검하는 ‘비파괴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검사를 통과한 부품은 흰색 페인트칠을 거쳐 바로 옆의 생산 공장으로 옮겨가 최종 조립된다. 조비에 따르면 기체 생산 기간은 점점 짧아져 마지막 기체의 경우 약 세 달 만에 제작을 완료했다.
◇하늘 나는 택시…SF 영화 현실화 앞둬
이처럼 하늘에 에어 택시가 날아다니는 공상과학(SF) 영화 속 모습을 현실화하기 위해 조비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미 뉴욕에서 헬리콥터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블레이드를 인수해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확보했고, 올해 초 뉴욕시에서 일주일 간 시범 운행을 했다. 정부의 지원 속에 양산용 기체로 FAA 최종 시험에 들어갔으며, 지난달 30일엔 일본 도요타와 생산 합작법인(JV)를 설립해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자체 조비 앱을 운영할 뿐 아니라,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와 손잡고 에어택시를 우버 앱에서 호출·예약·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안전을 위해 조비는 매일 평균 2~3차례 여러 비행 상황을 전제로 시험 운항을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비행 거리는 5만 마일로, 조비 측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또 2중·3중 안전장치를 기체에 마련했다. 가령 배터리 팩 하나가 두 개의 추진계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해 일부 배터리가 고장 나더라도 비행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조비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두바이에서 올해 말을 목표로 에어 택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두바이 도로교통청과 6년간의 독점 운항 계약을 맺고, 두바이국제공항과 도심을 잇는 4개 노선을 운행 계획이다. 미국 내에서도 뉴욕, 뉴저지, 텍사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유타 등의 주에서 올해 말을 목표로 초기 운항을 준비중이다.
조비는 기체 양산 속도를 높여 내년 월 4대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조비 측은 “점진적으로 이용 가격을 인하해 누구라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운송 수단을 만드는 것이 조비 최종 목표”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드러누워 막았어야” 말한 금감원장, 이번엔 “명확한 답 안 나올 듯”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춤한 사이 중국 반도체는 ‘재평가’...ETF도 질주
- SK하이닉스 美 ADR 9.3% 급락...공모가와 3.35달러 차이로 내려와
- [WEEKLY BIZ LETTER] 인플레가 불러온 증세 효과… 英, 소득세 70% 더 걷힐듯
- 세균 검출된 中 마라맛 곤약, 판매 중단 권고 후에도 버젓이 판매
- 1500원 아이스크림 나눠 먹고… ‘특수절도범’ 된 발달장애인들
- “JFK공항에서 맨해튼까지 단 7분”...‘하늘 나는 택시’ 시대 여는 美 조비 공장 가보니
- 돈 새는 이유, 집 안에 있다… 부자들은 이미 버린 물건 4가지
- 한국인도 노벨상 받을 수 있을까… 김빛내리, ‘亞 최초’ 나카소네상
- [더 한장] 폭염·열대야에 해변으로 향하는 피서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