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우주로 上] 스페이스X가 문 열었다⋯ ‘우주 신약’ 시대 개화
글로벌 빅파마, 2010년대부터 균질한 단백질 결정 구현 위한 우주 연구 진행
업계, “우주 수송 기술 발전·이종 산업과 협력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 영향”

최근 차세대 성장 분야로 꼽히는 우주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우주 신약 연구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사용 발사체 등 민간 우주 수송 기술의 발전으로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가 정착한 것을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상장 한 달여 만에 모건스탠리로부터 현 주가의 2배 이상인 300달러(약 45만2000원)의 목표 주가를 제시받는 등 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감이 커지며, ‘우주 바이오 산업‘ 개화를 훌쩍 앞당겼다는 평가다.
우주 바이오는 중력이 거의 ‘0’에 가까운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산업이다. 미세중력에서는 지구에서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류와 침강이 크게 줄어들어 균일한 단백질 결정과 입자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표적 단백질의 구조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우주 환경을 활용한 바이오의약 연구에 뛰어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 미국 MSD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단백질 결정화 실험이다. 이를 통해 MSD는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19년부터 미세중력 환경을 이용해 암 백신용 약물전달 플랫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약물을 몸의 원하는 부위까지 전달하는 약물전달체는 입자의 크기와 형태가 균일할수록 약효와 품질이 높아진다. 우주환경에서의 차세대 백신 플랫폼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초기 사례다.
일라이 릴리는 2022년부터 당뇨병·통증·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에 우주 연구를 활용하고 있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근육량 감소와 인슐린 감수성·혈압 조절 기능 저하 등 질환 관련 변화가 단기간에 나타나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다.
이들이 우주 연구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우주 수송 기술의 발전이 핵심이다.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발사체가 상용화돼 발사 비용이 낮아지면서 우주 환경 접근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실제로 MSD와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의 연구 시료와 실험 장비는 모두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를 통해 ISS로 운송됐다.
여기에 2000년대부터 자리 잡은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도 한몫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바이오벤처와 대학은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등 이종 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왔고, 이런 협력 문화가 우주 신약 연구로도 이어지는 토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우주 과학 영역에서 우리나라보다 외국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면서 “미국 항공 우주국(NASA)와의 협업 등 우주를 다양한 산업이 결합하는 융합적 영역으로 접근해 적극적으로 협력한 점 등이 중요 배경”이라 지목했다.
이어 “신약 개발에서는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의료 현장의 문제인 ‘미충족 수요’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문제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겸비 기자 hugm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