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범행에 무너진 한 가족의 일상…"빚·생활비 마련에 슬픔은 사치"
임시 주거지 전전…대출금·생활비·재판비 마련에 막막

"예전의 밝았던 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김은주(가명·30) 씨의 시간은 두 달 전에 멈춰 서있다. 오랜 기간 층간소음 갈등을 빚던 아랫집 주민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면서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에 얼마 전 49재가 지났지만 여전히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아버지를 찾게 된다. 더 이상 대답해 줄 수도, 도와줄 수도 없는 아버지의 영정사진만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범행에 무너진 한 가족의 일상
사건은 지난 5월 9일 오전에 일어났다. 어머니는 출근을 하고, 은주 씨는 외출을 위해 준비하던 평범한 주말이었다. 이날 아버지는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전화로 친구에게 길을 설명한 후 마중을 위해 잠시 집을 나섰다. 그게 은주 씨가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층간소음 갈등은 은주 씨 가족이 대구의 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 온 2023년 5월부터 3년간 이어졌다. 아랫집 주민인 20대 남성은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이 난다고 지속적으로 항의를 해왔다. 심지어 가족 여행으로 모두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도 관리실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처음엔 상황을 설명하고 잘 지내려 노력했지만 의심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자 은주 씨 가족도 마음을 닫았다. 조합 문제로 계속 나오지 않던 등기가 올해 말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등기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한 사람의 범행은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모두 앗아갔다. 은주 씨와 어머니는 그날 이후 아파트를 떠나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도저히 그곳에 다시 돌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결혼한 오빠와 외할머니 댁, 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 등을 거쳐 지금은 지인의 낡고 오래된 원룸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다.
◆소중한 보금자리가 죄책감으로
은주 씨 가족은 부유하진 않았지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택시 기사, 건설 현장 레미콘 차량 기사 등으로 쉬지 않고 생계를 이어 나갔다. 한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큰 위기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똘똘 뭉쳐 버텨 온 끝에 먹고살 만한 지금의 상황까지 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주거지도 많이 옮겼다. 걸핏하면 바퀴벌레가 나오는 반지하 주택에서 햇빛이 드는 1층, 지상층 주택으로 점점 이동해갔다. 가난함에 대한 일종의 결핍 때문이었을까. 은주 씨는 유난히 집에 대한 로망이 컸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신축 아파트 분양에 아버지 통장으로 청약을 넣은 것도 은주 씨였다. 부모님이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살아야 은주 씨가 독립한 후에도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운 좋게도 아파트 분양에 당첨이 됐다. 부모님은 비용 부담에 망설였지만 은주 씨의 적극 권유로 가족은 이사를 결정하게 됐다. 아버지의 수입이 줄어 주택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은주 씨가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1억여 원을 보태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 가족의 보금자리는 은주 씨에게 고스란히 죄책감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제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사 가자고 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빚 상환·생활비 마련에 힘든 나날들
은주 씨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일터로 향해야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번 일로 충격이 심해 말을 하기 어려워하는 등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적 가장인 은주 씨에게 슬픔을 추스를 시간은 사치다.
은주 씨의 월급 230만원은 대출금 상환과 생활비에 모두 쓰이고 있다. 아버지에게 보태 준 개인 신용대출 비용이 매달 150만원씩 나가고, 생활비·교통비·공과금도 100만원에 다다른다. 동사무소에서 긴급 생계비 지원이 매달 120만원씩 나왔지만 그마저도 다음 달이면 끝이 난다. 상속 포기 예정이라 추후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가 팔려도 돌려받을 수 있는 수익도 전혀 없다.
재판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용이 부담되지만 은주 씨는 국선 대신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다. 층간소음 가해자로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서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다.
은주 씨가 무엇보다 바라는 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밝고 장난기 많았던 은주 씨는 사건 이후 친구들을 만나기가 꺼려져 자꾸 집으로 숨어버리곤 한다. 일상생활 중에 수시로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들도 은주 씨를 괴롭힌다. '가해자 가족도 우리의 끔찍한 고통을 똑같이 느끼도록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마음을 되잡기를 반복한다.
"재판이 얼른 다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이전처럼 가족들과 맛있는 거 먹고 텔레비전 보며 웃고 싶어요. 아빠는 이제 그 자리에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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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26세 싱글맘 이도연 씨에 2,908만원 전달
우울증과 공황장애, 언어장애를 겪으며 여섯 살 아들과 사는 26세 싱글맘 이도연 씨(매일신문 6월 30일 10면)에게 2천908만4천362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20만원 ▷변정기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최은서 2만원 ▷최정원 2만원 ▷남장호 1만원 ▷배상영 1만원 ▷이장윤 6천원 ▷이근영 5천원 ▷'무기명' 100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신마비 위기 박상철 씨에 2,221만원 성금
당뇨 합병증으로 두 다리와 한쪽 눈을 잃고 1억원 빚더미를 안은 채 투병 중인 50대 박상철 씨(매일신문 7월 7일 20면)에게 42개 단체, 128명의 독자가 2천221만7천12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정유백년불고기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새화성약국(박경옥)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최상도법무사사무소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토탈인쇄(김창근)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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