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슈퍼 엘니뇨까지...쌀·커피 두 배까지 뛴다

박윤선 기자 2026. 7. 1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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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슈퍼 엘니뇨 가능성 63%
글로벌 곳곳 역대급 폭염과 홍수에 몸살
비료 원료 ‘요소’ 3분의 1이 중동산
이란 전쟁 장기화에 비료·에너지값 천정부지
쌀·커피·설탕·팜유 최대 100% 오를수도
미국의 한 농장에서 농부가 옥수수를 파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농작물 생산비가 상승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슈퍼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세계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슈퍼 엘니뇨가 세계 식량 가격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고 이 현상은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곳곳에 폭염과 홍수 등을 일으키는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져 기상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엘니뇨 현상이 이미 시작됐고, 열대 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63%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커피·설탕, 50~100% 이상 오를 가능성”

인도에서 한 노동자가 비료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올해 슈퍼 엘니뇨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15.8%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물별로 파종과 재배, 수확 시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식량 가격 인상 현상은 2028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인 인도는 이미 엘니뇨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몬순(우기) 시즌이 시작됐지만 일부 지역은 예년 강수량의 25%만 기록 중이고, 인도 중부의 일부 지역도 강수량이 예년의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인도에서 생산되는 쌀과 밀, 사탕수수 공급에 영향을 끼쳐 전 세계적으로 그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딧도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전 세계 농업 생산이 14.3% 감소해 3420억달러(약 513조원)의 생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유니크레딧은 “핵심 원자재 전반에 걸쳐 가격이 10∼50% 가까이 오를 수 있다”며 “특히 쌀과 팜유, 설탕, 커피 등은 50%에서 100% 이상까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 가계가 슈퍼 엘니뇨로 생활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슈퍼 엘니뇨로 인한 농작물 생산 타격까지 겹쳐 생활고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엘니뇨가 농작물 수확과 식량 공급망에 타격을 준 사례로 1876∼1878년의 인도 상황을 소개했다. 당시 인도를 비롯해 중국, 남아프리카, 브라질, 이집트 등에 엘니뇨로 치명적인 가뭄이 발생했다. 식민 통치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인도에서는 600여만명이 가뭄에 따른 기근으로 숨졌다.

비료 핵심 원료 ‘요소’ 3분의 1이 중동산...이란 전쟁 장기화에 ‘먹구름’

1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이란 전쟁은 글로벌 핵심 공급망을 뒤흔들며 농업의 양대 필수 투입재인 에너지와 비료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요소 수출량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2월 말 이후 걸프 국가들의 연간 비료 수출량의 30%에 해당하는 약 390만 톤의 수출 물량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지역의 대다수 생산 시설은 과도한 재고 누적을 막기 위해 가동률을 대폭 낮춘 상태다.

요소 비료는 일반적으로 수개월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중동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노출되면 품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또한 비료 공장이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에 보통 5~8주가 소요되며, 시설 파괴 등 구조적 손상을 입었을 경우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 타국 공급사들이 걸프 지역의 수출 공백을 일부 대체하고 있으나, 훨씬 더 높은 프리미엄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동맥 중 하나다. 해협이 막히면 비료 외에도 연료, 물류비, 관개용 에너지 비용, 농기계 가동비, 그리고 금융 비용이 연쇄적으로 치솟는다. 분쟁이 장기화되고 해협 봉쇄가 지속될수록 글로벌 농업에 미치는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만약 분쟁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제한이 지속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이번 비료 위기는 오는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IFPRI는 전망했다.

실제로 분쟁 발발 이후 에너지 및 운송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눈에 띄게 가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의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분쟁 이후 약 2.5% 상승해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4.2%에 육박하고 있다. 저소득·중소득 국가(LMICs)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 분쟁 이후 CPI가 약 3.6% 상승하며 4월 기준 평균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7.8%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 국가들은 이른바 ‘달러화의 이중 타격’이라는 금융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미 달러화 기준으로 폭등할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가 자국 화폐로 수입 대금을 결제할 때 체감하는 실질 물가는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인도주의적 구호 공급망 역시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최신 ‘글로벌 식량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극심한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며 긴급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구호 기금의 실질 구매력이 반토막 나면서, 이들이 처한 환경은 더욱 악화될 위기에 놓였다. IFPRI는 “제한된 재정으로 배분할 수 있는 식량의 절대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취약 계층의 영양 상태는 한층 더 처참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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