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하닉' 밑으로 내려가면 세일이랬는데"…진짜 내려가자 공포가 앞섰다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김모씨(40)는 지난달 SK하이닉스가 장중 298만7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쓰는 모습을 보며 "조정장이 와서 200만원대로 내려가면 무조건 산다"고 다짐했다.
김씨의 다짐에 함께 주식 투자를 하던 친구가 "200만원이 오겠냐"고 면박을 줬고 그는 "만약에 오면 그때가 진짜 세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SK하이닉스가 장중 180만원대까지 폭락한 13일, 단 한 주도 담지 못했다.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라"는 격언을 실현하기엔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라는 한탄이 뒤따랐다.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고가인 298만7000원을 터치하며 '300만닉스'를 눈앞에 두고 있었을 때, 투자 커뮤니티에는 "200만원대로만 내려오면 전 재산 투자해서 산다"는 말이 넘쳐났다.
올해 들어 340% 넘게 급등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환희를 안겨준 종목인데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재에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라는 역대급 이벤트까지 더해지면서 장밋빛 전망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300만원, 400만원으로 줄줄이 높여 잡았다. 200만원대 '세일'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졌다.
그러나 13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 이상 급락하며 184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ADR 상장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공모가 대비 13% 오른 168.49달러(약 253만원)에 마감했다는 낭보에도 불구하고 국내 본주는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코스피 역시 장중 7000선이 무너지며 6805.88로 마감했다.
모두가 세일이라고 했던 '200만닉스'를 넘어 190선까지 붕괴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이날 하루 외국인과 기관이 팔고 나간 매물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내는 양상이 펼쳐졌으나,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하락폭 보니 세일이라는 소리도 안 나온다", "180만원까지 고꾸라졌는데 내가 사면 더 떨어질 듯" 등의 비관적인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비단 SK하이닉스의 폭락만으로 나온 얘기는 아니다. 주가가 폭등할 때는 "조정만 오면 기회"라며 입을 모으던 개인 투자자들이 막상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급락장 한복판에서는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오히려 패닉셀(투매)에 동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최근성 편향(Recency Bias)'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최근의 경험을 과대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단기간에 주가 앞자리가 바뀌는 가파른 하락폭을 목격한 탓에 공포감이 극대화돼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실 회피 심리가 더해진다. 하락하는 차트를 보는 순간 "지금 사면 당장 손실"이라는 생각에 빠지고, 주가가 오를 때의 기대감보다 지금 당장 느끼는 손실의 고통이 판단을 지배한다. 이 때문에 주가가 내려갈수록 "더 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증권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각각 9%, 11% 하향했다. 다만 목표주가에 대해서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며 380만원을 제시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는 실적 우려가 아니라 체결된 장기공급계약(LTA)을 바탕으로 가격 가정을 현실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LTA 확대에 따른 실적 안정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높은 수익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밸류에이션은 이익의 크기가 아닌 지속 가능성을 반영해 리레이팅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최저가는 여전히 BNK투자증권이 제시한 185만원(투자의견 '보유')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180만원대로 급락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향후 AI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현재 반도체 실적 전망과 괴리가 있다"고 평가 이유를 설명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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