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선풍기선 더운 바람, 40년 된 에어컨…폭염에 갇힌 사람들
쪽방촌 덮친 폭염…"선풍기에 의지해"
현관문 열고, 40년 된 에어컨에 의존도
거주취약계층 잔인한 여름, 한동안 계속
폭염중대경보 최초 발령, 온열질환자 속출

찜통더위가 전국을 덮친 13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 영등포역에서 5분 남짓 걸어오는 동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골조가 드러난 건물로 들어가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낮에도 캄캄한 복도 끝에 김병식(60·가명)씨가 몸을 맡긴 쪽방이 나왔다. 김씨의 방 한편에는 검정봉투 더미와 박스들이 질서 없이 쌓여 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던 김씨는 "그나마 오늘은 햇빛이 덜해서 이 정도"라며 "평소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에서 김씨가 의지할 건 선풍기뿐. 하지만 공기가 통하지 않아 방 안에선 뜨거운 공기만 맴돌았다. 바닥 역시 보일러를 틀어놓은 듯 뜨거웠다. 김씨는 연신 땀을 닦아냈다.
김씨는 "그나마 친구가 선풍기를 사줘서 사용하고 있다"며 "더위도 추위도 모두 힘든데 한여름은 유독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6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가면 지금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단체생활은 체질이 아니었다. 갑자기 생긴 지병도 그를 3평 남짓한 쪽방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곳도 김씨의 보금자리가 될 수는 없었다. 재개발이 진행되며 이달 말에는 짐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기서도 그냥 숨만 쉬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방을 빼야 한다"며 "다시 노숙을 해야 되는데 벌써부터 겨울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현관문 열고, 40년 된 에어컨에 의존
과거 두 차례 허리 수술을 한 박씨는 주로 누워서 생활한다. 인근 주민센터나 봉사단체에서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며 박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박씨의 손이 닿는 거리에는 리모컨과 약봉투가 놓여 있었다.
박씨는 "아직까지는 현관문을 열어 놓고 선풍기를 틀어 놓으면 지낼만하다"며 "에어컨이 있긴 한데 전기세를 어떻게 내겠나"라고 말했다.

인근 반지하 세대에 거주하는 김진수(66·가명)씨는 집 앞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김씨의 코에는 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간이 의자에 몸을 맡긴 김씨는 "집보다 밖이 시원해서 나와 있다"며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에어컨이 있긴 있는데 40년 가까이 사용한 거여서 고장이 자주 난다"며 "팔이랑 다리를 다쳐 일도 못 나가는 상황이어서 그냥 버티고 있다"고 했다.
온열질환자 1주 전보다 20배 증가…"야외활동 자제"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3도 안팎.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광역단체와 지자체는 폭염을 경고하는 재난문자를 지속적으로 발송했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찜통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한반도 위로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어 열을 가두고, 남쪽에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된 상태다.
올해 신설한 폭염특보제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도 지난 주말 최초로 발령됐다. 기상청은 지난 12일 경북 경산시와 포항시에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했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8도'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인 상황이 하루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질 정도의 날씨에는 건강한 사람도 온열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보건당국은 경고한다. 실제 질병관리청은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난 주말,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20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1주 전(지난 4~5일)인 9명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741명이다. 한동안 찜통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건당국은 폭염 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양산이나 모자 등으로 햇볕을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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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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