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없었고 그저 배우였다”⋯김경태가 돌아본 50년 연극 인생
김경태 배우, 연극으로 살아온 반세기 회고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연극했으면”

“정작 내 삶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남의 인생을 더 많이 살았던 것 같아요.”
반세기 동안 무대를 지켜온 원로 연극배우 김경태가 자신의 예술 인생을 돌아보며 배우의 삶과 지역 연극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김경태 배우는 지난 7일 춘천 꿈꾸는예술터에서 열린 ‘예술을 짓는 사람들’ 강연에서 50년 연극 인생을 담담히 풀어냈다. 강연은 그의 자전적 삶을 녹여낸 공연 ‘백조의 노래: 춘천’의 한 장면으로 문을 열었다. 은퇴 공연을 마친 베테랑 노배우의 회한과 고독을 다룬 작품으로 안톤 체호프의 단막극 ‘칼하스’를 각색했다. “이제 죽은 사람 역할이나 해야겠다”고 체념하던 배우는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있다”며 다시 무대로 걸어 나온다. 주인공과 배우의 삶이 겹쳐 보이는 순간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배우는 안양영화예술학교를 졸업한 이후 서울에서 배우와 성우 활동을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병환으로 춘천에 돌아왔다. 강원일보에 실린 연극 세미나 기사를 계기로 극단 혼성과 인연을 맺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1975년 김유정 원작 ‘봄봄’으로 춘천 무대에 데뷔하며 강원 연극사의 한 축을 지켜왔다. 이후 강원연극협회장, 춘천국제연극제 조직위원장 등 강원 연극계 중책을 맡았지만 후회로 남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강원 연극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배우로서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후배들에게도 연극에 재능이 있다면 행정보다 작품에 몰두하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연극제에서 최고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안긴 ‘생일-더 다크(The Dark)’를 꼽았다. 슬럼프를 겪던 시기, 해외 무대에서 작품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무대 뒤의 기억도 꺼냈다. 장기 공연으로 선보인 ‘아버지’ 도중 부친상을 당했지만, 장례식장과 극장을 오가며 공연을 이어갔다. 그는 “연극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예술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는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김경태 배우를 향한 헌사로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중학생 때 청소년 연극을 본 경험이 지금 청소년 지원 업무를 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회상했다. 극단 혼성에서 함께 활동한 최지순 전 도예총 회장은 “천상 연극밖에 할 것이 없는 사람. 죽는 날까지 무대에서 생을 마쳐야 하는 사람”이라며 50년 연극 인생에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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