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14. 박근홍 춘천시 근화동 3통장

정민엽 2026. 7. 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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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화동 하수처리장 등 혐오시설 밀집
통장 자처 행정 교류·문제 해결 결심
시에 축구장·처리설비 확충 요구 전달
봄철 상춘객 맞이 공지천 봉사 진행
병목구간 관리·불법주차 계도 앞장
데크길 조성·조명 설치 계획 기여
캠프페이지 도시재생·역세권 개발 예정
박 통장 “신속 안착돼야 지역발전 도움”
춘천 공지천 산책로를 따라 설치된 조명. 박근홍 통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넓히고 밝히고’ 고향 변화 이끈 아이디어 일꾼

박근홍(60) 춘천시 근화동 3통장은 평생을 근화동에서 살았다. 친구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날 때도 홀로 정든 마을을 지켰다. 그는 언제나 고향을 생각하며 행동했다. 고향을 위했기에 하수처리장 이전에 앞장섰고, 공지천 변의 벚꽃을 모두에게 알리고자 축제로 키웠다. 춘천시에 건의해 지금의 산책로 길을 조성한 이도 박근홍 통장이다.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역세권 개발사업으로 더 발전할 미래를 꿈꾸며 지금도 근화동을 위해 봉사하는 박근홍 통장을 만났다.

박근홍 춘천시 근화동 3통장

■ 고향 사랑에서 시작된 통장 생활

박근홍 통장은 올해로 17년째 근화동 3통장을 맡고 있다. 그가 처음 통장 일을 하게 된 계기는 고향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의 어린 시절 고향은 아름다운 강이 펼쳐진 깨끗한 곳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점차 고향 땅에 혐오시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박 통장은 “어릴 때는 지금 근화동 행정복지센터 주변이 전부 논과 밭이었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먹을 게 부족했는데, 당시에는 이 주변에 오리가 엄청 많았다. 동네 아저씨들이 덫을 놓아 오리를 잡으면 나 같은 꼬맹이들도 옆에 가서 오리를 얻어먹었다. 강에서 멱을 감고, 지금은 하면 안 되지만 서리를 하기도 했었다”라면서 “그런데 하수처리장이 들어오고 근화동이 40년~50년 동안 개발이 안 됐다. 시멘트 공장도 생기면서 창문을 열기도 힘들어졌다”라고 했다.

특히 그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 불만은 더 커져만 갔다. 결국 그는 고향이 직면한 여러 문제점을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통장을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통장은 “하수처리장, 음식물 처리장 등 혐오시설이 근화동에 다 모여 있다. 사회생활을 접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하나하나 불만이 많아졌다. 통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행정과 교류하고, 내 목소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통장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60년째 근화동을 떠나지 않고 있는 그의 하루는 지역을 위한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혐오시설인 하수처리장 주변에 축구장(꿈자람구장)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도, 조금이라도 냄새를 줄이고자 처리설비를 확충하게 한 것도 그가 목소리를 냈기에 가능했다.
▲ 박근홍 통장을 비롯한 자생단체 회원들은 수시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근화동 지역 자생단체들은 올해 봄 공지천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관리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

박 통장은 “시에서 많은 노력을 해줘서 예전에 비해 냄새를 많이 억제했고, 우리도 꾸준히 민원을 넣어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지금도 하수처리장 측과 매달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라면서 “전에는 공지천을 걷다 보면 슬러지 냄새가 몰려와서 걷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게 유독가스니깐 일하는 쪽에서도 환기를 안 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춘천시에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환기시설을 만들었고, 덕분에 일하는 사람도 주민도 불편함이 줄었다”라고 했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고향에 남았지만 그는 외롭지 않다. 하수처리장 이전 추진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불편을 대변하고, 근화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하며 동네 곳곳에 있는 취약계층을 돕고 있다. 근화동 통장협의회장일 뿐만 아니라 춘천시 이통장연합회 부회장직도 수행하며 근화동뿐만 아니라 춘천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홍 통장은 “적적할 시간이 없다. 매일 봉사하고,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다 보니 이 생활에 빠져 지낸다. 내 생활 패턴 그 자체가 됐다”라고 웃어 보였다.

■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근화동의 아름다움

근화동은 춘천 시민에게 힐링의 공간이 되는 공지천을 품고 있다. 이외에도 소양아트서클과 레고랜드, 소양강 스카이워크 등 주요 관광자원이 밀집해 있다. 춘천시 추산 연간 관광객 수요는 77만명에 달한다.

특히 올해 봄, 공지천 변을 따라 피어난 벚꽃은 많은 이들을 불러 모았다.

수많은 상춘객이 공지천을 찾았으나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배경에는 박근홍 통장을 비롯한 근화동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근화동 주민자치회와 통장협의회, 부녀회 등 자생단체는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공지천 일대에서 인파 관리와 질서 유지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봉사자들은 병목구간 안전관리, 주차 혼잡 해소 및 불법주차 계도를 비롯해 방문객이 함부로 쓰레기 투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수시로 수거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자전거의 서행도 유도하며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더해 공지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춘천 원도심 상권에서 적극적인 소비 활동을 이어가도록 직접 관광 동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주민자치회는 소양아트서클을 중심으로 공지천 수변산책로와 상중도 지방정원, 레고랜드, 소양강 스카이워크를 잇는 관광 동선을 설계했다. 근화동 상인회는 벚꽃이 절정이던 올해 4월 음식점과 카페 등을 중심으로 5~10% 할인 등 자율 이벤트를 운영하며 관광객 소비를 유도했다. 박근홍 통장 역시 현장에 나와 직접 주차관리와 인파 안내를 도맡았다.

공지천 산책로 길에 데크를 깔아 공간을 넓히자는 아이디어와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꾸미자는 계획 역시도 박근홍 통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박 통장은 “데크길 공사가 재작년부터 시작돼 올해 벚꽃이 피기 전 마무리됐다. 데크길이 생기기 전에는 길 폭이 좁다 보니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벚꽃과 비탈길이 맞닿아있어 꽃구경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었다”라면서 “데크길이 생겨 보행자 공간이 넓어졌고, 꽃도 눈높이에 맞춰 볼 수 있게 됐다. 꽃구경하러 오신 분들이 사고가 날까 봐 자생단체 분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다른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미 많은 인프라 개선이 이뤄졌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다. 이번 취재를 위해 박근홍 통장과 공지천을 함께 걷는 동안 그의 눈은 산책로에 고정돼 있었다. 박 통장의 머릿속에는 근화동을 알릴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그는 “지금은 일부 구간이 너무 우거져 있어 필요한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어느 공간은 나무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또 다른 쪽은 비어 있기도 하다. 근화동에도 댐 주변 사업비가 조금이지만 지원된다. 이걸로 종잣돈을 마련해서 산책로를 더 꾸밀 계획이다. 벚꽃을 더 심어 소양강 아트서클까지 길이 계속되도록 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예정된 사업 신속하게 추진해야

근화동 주변은 현재 각종 사업이 예정돼 있다. 특히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와 춘천 역세권 개발사업은 근화동뿐만 아니라 춘천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핵심 사업이다.

평생을 근화동에서 살며 지역 발전에 온 신경을 쏟은 박근홍 통장에게도 두 사업은 꼭 잘 되길 바라는 현안이다.

박근홍 통장은 “캠프페이지 도시재생사업이 더 속도를 내야 했는데 자꾸 발목을 잡는 사람들이 있어 기대만큼 진행되지 못했다”라면서 “춘천시 곳곳에 공원이 많은데 여기를 전부 공원으로 만들어놓으면 이걸 누가 관리할 것인가”라면서 “지난해 마침내 사업이 승인됐는데, 빨리 안착이 돼야 우리 근화동 발전과 역세권 개발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민엽 기자 jmy4096@kado.net

강원도민일보·도이통장연합회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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