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판매량의 이면②] 'K팝 앨범 판매의 중심' 2차 유통사의 입장
2차 유통사 주문량 전체적으로 하락세
상대적으로 중소 기획사는 하락세가 더 커
질적 하락 주요 원인으로 꼽아

2026년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이 4953만 장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유일하게 연간 총 판매량 1억 장을 넘긴 2023년(4617만 장)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정작 현업에 종사하는 음악 제작자들은 '역대급으로 앨범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앨범 제작자, 유통업체, 집계사를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음악 제작자와 음반 2차 유통사인 벤더사는 닭과 계란의 관계와 닮았다. 수요가 없는데 어떻게 음반을 주문하느냐는 입장과 그 수요를 찾아서 판매하는 게 역할이 아니냐는 반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이 음반 판매량 감소 원인을 벤더사에게서 찾는 이유는 그만큼 벤더사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해외 유통 라인이 많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지만 2023년 전후 K팝 음반의 유통은 대부분 벤더사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팩트>와 만난 한 벤더사 임원 A씨는 "지금은 과거에 비에 유통 경로가 다양해졌지만 코로나 시기 전후에는 과장을 보태 99%가 벤더사를 통해 앨범 유통이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벤더사가 K팝 음반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왜 K팝 음반 대부분이 벤더사를 통해 유통되고 이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장 쉽게 이야기하자면 벤더사는 일종의 에이전시다. 이들은 일반적인 온오프라인 판매도 진행하지만 K팝 음반의 대량 구매를 원하는 해외 업체에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넘기거나 국내외에서 열리는 팬사인회, 영상통화, 팬미팅 등의 이벤트를 기획사와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챙기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되는 앨범의 수가 많을수록 벤더사의 이익도 커진다. 대규모 공연이 금지되면서 팬들의 소비가 음반 구매에 집중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격히 성장한 벤더사가 많은 이유다.
그리고 기획사들이 벤더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당연히 더 많은 음반을 팔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100장이 판매되는 앨범이 있다고 쳤을 때, 벤더사는 추가 구매자를 찾아와 200장, 300장으로 늘려 주니 기획사는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과거에는 200장, 300장씩 주문하던 벤더사가 이제는 150장, 120장만 받겠다고 하니 기획사에서는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벤더사에서 받는 물량이 줄어든 이유를 두고 A씨는 '해외 공동구매'가 사라진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A씨는 "해외 공동구매가 한창 절정일 때는 벤더사 한 곳에서만 수십만 장씩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매출액 감소를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도매가보다도 싼 가격에 공동구매로 넘기는 등 제 살 깎아 먹기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공동구매가 점점 사라졌다"며 "지금은 공동구매가 거의 사라진 상태고 그만큼 음반 수요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동일한 아티스트임에도 음반 판매가 최고 호황이던 2023년 대비 음반 주문량이 90% 이상 감소한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처럼 유통업체의 주문량이 줄었는데 어떻게 2026년 상반기 음반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지다.

이에 대해 A씨는 "해외에 생각보다 K팝에 투자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들이 특정 이벤트를 조건으로 수만 장, 많게는 수십만 장의 음반을 사 가는 경우가 있다"며 "또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의 수요가 늘었고 글로벌 유통사와 계약해 직접 해외 리테일 매장(오프라인 소매점)에 보내는 물량도 많아졌다. 유통 경로가 과거에 비해 다양해지면서 전체 판매량 자체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K팝 음반의 2026년 1분기 수출량은 미국에서 3600만 달러(약 543억 원), 유럽연합에서 2100만 달러(약 316억 원)를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6.4%, 46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결국 중소 기획사다. 벤더사의 시점에서도 수요의 대부분은 대형 기획사에 집중되고 있으며 중소 기획사의 음반 판매량은 감소하는 중이다.
A씨는 "대형 아티스트의 음반은 다소 무리가 아닐까 싶은 물량이라도 결국 다 판매된다. 어딘가에는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중소돌의 앨범은 수요도 적고 자칫 잘못하면 악성 재고가 된다. 우리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벤더사의 무리한 확장 경쟁으로 재고가 늘어났고 이 때문에 주문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A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떤 유통업체든 재고가 없을 수는 없다. 재고가 많다고 신규 물품을 주문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그는 중소 기획사의 경쟁력 저하를 음반 판매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가요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성공 경험도 있는 베테랑 제작자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해도 성패를 알 수 없는 곳이 K팝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큰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투자금을 받는 데에만 집중하는 곳도 많이 봤다"며 "이런 경우 투자를 받았다고 해도 완성도가 좋을 수가 없다. 이미 K팝 시스템은 점점 전문화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의 이해도 없이 그저 '돈만 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물론 어쩌다 운이 좋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A씨는 K팝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이 같은 회사는 사라지는 것이 맞다고 봤다.
A씨는 "운과 기회도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기회가 왔는데도 기회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며 "냉정하게 말해 주문이 줄어드는 것은 안 팔리니까 그렇다. 안 팔린다는 것은 소비자가 구매할 만큼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결국 K팝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을 게 아니라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그는 "물론 중소 기획사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실적인 운영 방안을 설계하고, 이를 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새롭게 데뷔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10대, 20대 초반의 젊은 청소년이고 이들에게는 앨범 하나하나가 인생이 걸린 일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책임감 있는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벤더사 역시 판매량 감소의 원인은 '완성도 문제'며 자신들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따를 뿐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다음으로 이들 음반을 직접 집계하고 들여다보는 집계사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봤다.<계속>
[음반 판매량의 이면①] 음반 판매량으로 힘든 건 중소 기획사뿐?
[음반 판매량의 이면③]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집계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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