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사투’ 전통시장 르포] “손님 줄고 얼음값 부담” 힘겨운 여름나기

심근아 2026. 7. 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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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파라솔 아래 연신 부채질
“채소 물러지고 생선 상할라” 한숨
장 보러 오는 발길 끊길까 걱정도

지난 주말 경남에 첫 폭염경보가 내려지며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33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어컨 없이 야외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13일 오전 찾은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 장날을 맞아 각종 농수산물을 한가득 진열해놓은 상인들이 분주했다. 손님의 발걸음은 뜸한 채 뜨거운 햇살과 후텁지근한 공기가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비와 햇빛을 가려주는 아케이드가 없는 시장인 만큼 상인들은 천막과 파라솔 아래에서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경남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3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진열 상품에 얼음물을 붓고 있는 상인./성승건 기자/

정오가 가까워지자 기온은 31도, 체감온도는 33도까지 올랐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각 점포에서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상인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채소를 판매하는 상인 장모(80) 씨는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파라솔이 있어도 덥다. 채소는 열을 받으면 금세 물러지기 때문에 파라솔 아래 검은 차광막을 한 겹 더 쳐놨는데도 뜨거워 걱정이다”고 말했다.

생선 좌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갈치 등 각종 생선 아래 깔아둔 얼음은 이미 녹아 물이 돼 흘러내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물을 받아 놓은 커다란 바스켓 두 개는 이미 절반 이상 차 있었다. 돌문어와 장어를 각각 담아놓은 대야에는 거의 다 녹은 얼음을 담은 플라스틱 통 네 개가 둥둥 떠다녔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길선(70) 씨는 “물이 금방 뜨거워지는데 그러면 생선과 해산물이 죽기 때문에 통에 얼음을 담아 온도를 유지해줘야 한다”며 “조금 전에 채워놨는데도 벌써 다 녹아 하루에도 여러 번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너무 더우니 손님들도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데, 빨리 팔지 못하면 생선이 죽어 반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얼음 한 봉지에 5000원씩 들어가니 남는 게 더 줄어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3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진열 상품에 얼음물을 붓고 있는 상인./성승건 기자/

상인들은 더위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손님 발길이 끊길까 걱정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송모(51) 씨는 “더워도 선풍기를 틀고 물을 마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이런 날씨에는 손님들이 마트를 가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가게는 단골이 있으니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인들은 손님이 안 와 훨씬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에 지친 것은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덥다, 더워”를 연신 내뱉으며 손수건으로 땀을 닦거나 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변에서 장을 보던 천은옥(56) 씨는 “너무 더워 장 본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들다”며 “단골 가게가 있어 일부러 찾아왔는데 이렇게 더우니 자주 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경남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 안팎으로 올라 당분간 평년보다 2~5도 높은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심근아 기자 gun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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