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밭두둑·습식 하우스… 경북 농가 ‘살인 더위와 사투’ [밀착취재]

이영균 2026. 7. 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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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중대경보’ 포항·경산 가보니
단칸방 70대 선풍기 하나로 버텨
“에어컨 언감생심… 밤엔 잠 못 자”
전국서 온열질환자 200명 넘어
14일 비 소식… 더위 해소 역부족
“태어나서 이런 찜통더위는 처음이에요. 에어컨 없이는 살 수가 없네요.”
 
국내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 하루가 지난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새마을로 한 골목가 모퉁이. 수은주가 36도를 가리킨 이곳 인근 도로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16.5㎡(약 5평) 남짓한 집에 홀로 사는 정모(79)씨는 단칸방에서 연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었다. 정씨는 “남편과 사별한 지 수십년인데 생활 여건이 여의치 않아 에어컨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올해 더위는 정말 살인적”이라며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13일 포항시민 정모씨가 단칸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더위를 견디고 있다. 이영균 기자
이번 폭염은 농민들에게는 더 큰 위협이다.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경북 농·축산업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동트기 전부터 일터에 나와 작업을 이어 갔지만, 오전에 이미 30도를 훌쩍 넘기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온이 34도를 가리킨 오전 11시 경산시에서 만난 70대 농민 박모씨는 수도에 연결된 호스를 붙잡고 대파 모종이 심어진 텃밭에 연신 물을 뿌리고 있었다. 박씨는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가 없다”며 “밭일을 멈출 수는 없어서 중간중간 집에 가서 쉬다 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염 속 밭두둑이 불판과 같다면 비닐하우스는 그야말로 ‘습식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경산시 남방동 한 포도 재배 비닐하우스에서는 작업자들의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우스 내부는 무거운 습도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숨을 제대로 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극한 기후로 여름철 온열질환자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11일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온열질환자는 200명 이상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인원이 11일 115명, 12일 88명으로 집계됐고,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14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지만 절정에 이른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에 14일부터 15일 사이 비가 내리겠고, 14일 오전부터는 수도권과 충남, 오후부터 강원도와 충북, 전라권에, 밤부터는 경상권에 비가 시작돼 15일 오후에 대부분 그치겠다.
더위가 더 고달픈 쪽방촌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 쪽방촌 방 안에서 선풍기를 틀고 부채질하고 있는 주민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밝은 부분이 온도가 높은데, 섭씨 32.5도인 방 내부보다 주민의 얼굴과 손발, 선풍기 모터 부분이 더 밝게 나타났다. 유희태 기자
15일까지 수도권에 많게는 120㎜ 이상, 강원 지역엔 100㎜ 이상 내리는 곳이 있겠다. 특히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 중부 지방과 강원 지역은 시간당 30∼50㎜ 상당, 충청·전라권 중심으로 시간당 20∼30㎜ 상당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비가 내리지만 14일과 15일 낮 최고기온이 37도에 이르는 등 더위는 쉽사리 꺾이진 않겠다. 14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을 오가 매우 무덥겠다.

포항·경산=이영균 기자,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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