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200억대 자사주 처분.. 활용 두고 시선 엇갈려
발행주식 0.019% 수준…희석 우려 낮지만 주주 시선은 여전
책임경영 강화 내세운 삼성…자사주 활용 원칙 논란 이어져

삼성전자는 임원 성과급 지급을 위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처분 대상은 삼성전자 보통주 113만2477주로, 예정 금액은 지난 10일 종가인 주당 28만5000원을 기준으로 약 3228억원에 달한다. 지급 대상은 임원 등 총 928명이다.
이번 자사주 처분은 시장에 주식을 내다 파는 일반적인 매각 방식이 아니다.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성과 보상 대상자의 개인 계좌로 직접 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이 주식 이전 업무를 맡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가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금 중심의 보상보다 주식 보상을 확대하면 임원들이 회사 주가와 실적 개선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주요 경영진에게 주식 기반 보상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기업의 장기 성과와 경영진 보상을 연결해 단기 실적 경쟁을 줄이고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임원 보상 체계를 국제 기준에 맞추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주주 사이에서는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는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하거나 시장 안정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여겨지는 만큼, 임원 보상에 활용할 경우 일반 주주의 기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이번 처분 규모가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0.019%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시장 유통 물량 증가나 주식 가치 희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를 새로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보유 물량을 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분 구조 변화 역시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관련 공시를 일주일 사이 두 차례 발표하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경영진 보상 체계 개편 과정으로 해석하면서도, 자사주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주주환원 정책과도 연결되는 핵심 사안이다. 자사주 소각 확대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영진 보상 목적의 활용이 확대될 경우 주주들의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성과 보상 제도가 주가 상승과 경영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기업 가치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 보상만 늘어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책임경영이라는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 처분은 규모 자체보다 기업이 보유 자산을 어떤 원칙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며 "경영진에게 장기 성장의 책임을 부여하는 장치가 될지, 주주 관점에서 논란을 남기는 사례가 될지는 향후 성과와 시장의 평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