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야호~” 검사도 한다…검찰 엘리트들이 청사를 떠나고 있다
“피의자든 피해자든 다 힘들다”…경찰 수사 역량엔 이견 없는 우려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최근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RESCENE) 멤버 원이 유행시킨 말인 "거제 야호~"를 요즘은 검사들도 따라 쓴다. 정확히는 검찰에 몸담았다가 변호사로 전업한 이들이다. 승진을 기다리며 조직에 남기보다 일찌감치 개인 브랜드를 구축해 시장에 안착하려는 흐름이 법조계 안에서 뚜렷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사권 다 뺏길 바엔 옷 벗겠다" 결단 내린 특수통 검사
그 대표적 사례가 이영훈 법무법인 위온 파트너변호사(변호사시험 6회)다. 경찰대 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로스쿨을 거친 그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서 굵직한 사건을 맡는 등 특수 수사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그가 몸담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는 옛 특수부로, 검찰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부서다. 이 변호사는 "중앙지검이라고 다 잘 나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반부패부에 있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끝까지 (사건 해결을) 바라보고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조직에서 인정받던 그가 사직을 결심한 배경에는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이 변호사는 "검찰청 폐지, 수사권 완전 박탈 이 부분은 저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저는 수사를 하고 싶어서 거기서 자아를 찾는 성격이었는데, 그 메인 기능을 빼버리는 순간 제가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논쟁이 "법과 원칙, 상식과 공정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퇴직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분들이 말렸었고 그것 때문에 퇴직 일자가 미뤄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떠난 뒤 후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남아서 좋은 부서로 옮긴 옛 동료들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면 "나도 저거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를 "부러움, 동경"이라고 표현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개인적 아쉬움을 넘어, 그는 조직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단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저랑 같이 호흡을 맞췄던 분들은 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며 "이 인력을 재활용 해야 되는데, 지금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만든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활용에 대한 아무런 비전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청 폐지는) 국가 수사 역량의 약화로밖에 안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오는 10월 출범을 앞둔 공소청·중수청 체제를 향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보완수사권 남길지 말지 이런 것들이 뉴스를 보면 계속 바뀌고, 정치적 진영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을 하니까"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이 분명 1, 2년 동안 갈피를 못 잡을 것"이라며 "그때가 사실 세력들의 놀이터"라고 우려했다.
당장 일반 시민이 접하는 범죄는 원래 경찰이 다뤄온 영역이라 체감할 공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라며 "좋아할 사람들은 범죄자들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꿈나무'들"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인력 이탈로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중수청으로 인력이 빠지면서 "경찰 나름대로 대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물론 민간에 나와 좋았던 점도 있다. 이 변호사는 "공조직에서의 족쇄가 풀렸다는 점은 굉장히 자유롭다"며 "제 브랜드를 구축을 해 나가려고 하고 있고, 그에 따른 보상이 아직까지는 잘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의 명예심 같은 무형의 가치와 달리, 지금은 "눈에 보이는 수치로 찍히니까 이 부분은 좋다"고도 했다. 이런 변화는 그의 SNS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릴스에 "전직 검사가 타는 차를 공개합니다"라며 아반떼 구형 모델을 소개했고, 이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친근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부분의 퇴직 검사가 대형 로펌으로 향하는 것과 달리,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길을 택한 것도 그의 표현대로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다. 최근 젊고 유능한 검사들이 승진을 기다리기보다 일찍 퇴직해 개인 브랜드로 시장에 안착하려는 흐름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아쉬움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국가 수사 역량 관점에서는 "손해"라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주변에서 들은 말 중 마음에 남았던 말을 전했다. "나온 걸 축하하면서도 너는 안에 있었을 때가 더 좋아 보였다, 행복해 보였다"는 말이었다. 그는 "가슴을 뛰게 하는, 낭만으로 포장이 되는 그런 무형적 가치들에 대한 고민이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검찰총장 표창받은 우수 검사도 떠났다
수사권 박탈이라는 제도적 이유로 옷을 벗은 이 변호사와 달리, 조직 내부의 분위기 자체에서 한계를 느끼고 검찰을 떠난 이도 있다. 류미래 변호사(변호사시험 10회)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조기 졸업한 뒤 부산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부산지검, 춘천지검 원주지청, 서울서부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재직 당시 대검찰청 상반기 형사부 우수검사와 검찰총장 표창을 받는 등 업무 능력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올해 사직 후 공동법률사무소 KY파트너스 대표변호사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과도 소통하고 있다.
류 변호사가 꼽은 사직 이유는 '무기력함' 때문이었다. 그는 "일선에서는 검사들이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검찰이라는 조직 전체가 부정적으로만 비춰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검찰을 나온 이유를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점점 줄어든다'는 상실감으로도 설명했다. 반면 변호사로서는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의뢰인과 밀착해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보람을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류 변호사는 자신처럼 젊고 유능한 검사들이 조직에 남아 승진을 기다리기보다 일찌감치 개인 브랜드를 구축해 시장에 안착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세태에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결과적으로 조직이나 제도의 문제를 넘어 검사 개인들의 무기력감과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유능한 인재들이 자리를 지켜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인재들이 조직 안에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런 고민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직 이후에도 검찰에 남은 선후배들로부터 "변호사로서 일하는 것은 어떤지" 묻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고 했다. 진로를 둘러싼 고민이 조직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그는 모두가 조직을 떠나려 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변화된 제도 안에서도 검찰의 역할을 다시 찾고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려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공소청·중수청 분리 출범을 앞두고 류 변호사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도 앞선 이영훈 변호사의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수사 공백'이다. 그는 변호사로 일하며 체감하는 수사 지연 문제를 언급하며 "억울한 피의자는 혐의를 벗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피해자 역시 피해 회복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새 제도 아래 기관별 역할과 책임 소재가 모호해져 사건이 서로 떠넘겨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했다. 그는 "경찰은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 입장에서 볼 때도 경찰의 수사 역량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며, 검찰이 그동안 쌓아온 수사 경험과 법률적 판단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경우 피해자든 피의자든 자신의 사건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바뀌더라도 국민 입장에서 사건을 한 번 더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그가 최근 활동 반경을 넓히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류 변호사는 앞으로 유튜브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사와 변호사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법률 문제를 쉽고 현실적으로 설명하고, 법이 실제 생활과 멀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공보관 출신 엘리트 검사도 스레드로
전직 검사의 이 같은 변신은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법조 기자들에게 비교적 낯익은 서울중앙지검 공보관 출신 권내건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 역시 올해 사회로 나왔다. 그는 2030세대가 즐겨 쓰는 스레드에 계정을 개설하고 "주변에 어려움 겪는 사람들 있음 나 한 번 떠올려줘!"라는 친근한 말투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의 변신을 사실상 마친 셈이다.
이처럼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잇따라 SNS와 유튜브로 대중 앞에 나서는 모습을 두고는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린다. "대중의 언어로 다가가는 게 무슨 문제냐"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뭔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자는 이미 변호사 신분이 된 이상 시장 생태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면 후자에서는 "법조 삼륜(판사·검사·변호사) 중에서도 단연 최상위 엘리트였던 이들의 이 같은 변화가 낯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변호사 4만 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검찰 출신'이 더 이상 특별한 스펙이 아니라는 데에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오히려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변호사로서의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지검 부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결국 홍보 전략 중 하나"라며 "서면과 변론 전략 등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만큼, 초반 영업 단계에서만 대중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일 뿐"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어준, 장윤기 사건에 “1년에 몇 건씩 있는데”…국힘 “금수와 같은 행태” - 시사저널
- 코스피 ‘시한부’ 경고등 켜졌나…반도체 짓누르는 ‘정점론’ - 시사저널
- 노무현재단 이사, 리센느 원이에 공개 사과…“‘무섭노 일베’ 규정 잘못” - 시사저널
- “숨은 보험금 10조3000억원 찾아가세요” - 시사저널
- 어린 조카에 수년간 성범죄 자행한 이모부…판사조차 “인간의 도리 벗어나” - 시사저널
- “백종원, 대패삼겹 원조 아니다” 김재환 PD 손 들어준 법원 - 시사저널
- 홍명보도 정몽규도 떠난 리더십 공백…박지성에 쏠린 시선 - 시사저널
- 강남 피부과 ‘우유 주사’의 검은 거래…병원이 마약 주사방 됐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
- 비만치료제로 급격히 살 빼면 담석 위험 증가…담낭염으로 이어질 수도 - 시사저널
- “여름이라 괜찮다”는 착각…탈수가 부르는 여름철 뇌졸중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