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턱밑 더위에 시민들 '사투'…쪽방촌, 전기료 걱정에 '한숨'(종합3보)
12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 88명 발생…"폭염 장기화 땐 늘 수도"

(전국종합=뉴스1) 이세현 남승렬 기자 =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더위'에 전국이 가마솥처럼 '펄펄' 끓었다. 쪽방촌을 덮친 더위에 주민들은 인상을 찌푸렸고 시장 상인들은 손님 발걸음이 줄고 물건만 버린다며 울상을 지었다.
13일 기상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일부의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강화되는 등 전국이 사흘째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전국 주요 지점의 일 최고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았다.
이날 오후 일 최고 체감온도는 수도권 김포 35.3도, 금사(여주) 35.3도, 남촌(오산) 35도, 지월(광주) 34.9도, 서운(안성) 34.9도, 노원(서울) 34.6도, 강원 달방댐(동해) 35.9도, 등봉(삼척) 35.7도, 강릉 35.6도, 하조대(양양) 35.6도 등이다.
충청권은 아산 35.8도, 세종 35.4도, 청남대(청주) 35.2도, 영동 34.6도, 옥천 34.5도, 수산(제천) 34.5도, 세천(대전) 34.5도를 기록했다.
전라권은 완도 34.6, 완산(전주) 34.5, 광양 34.4, 줄포(부안) 34.4도 조선대(광주) 34.3도, 완주 34.3도를 기록했으며, 경상권은 기계(포항) 36.7도, 하양(경산) 36.4도, 영덕 36.1도, 경주 35.8도, 신암(대구) 35.7도로 나타났다. 제주는 제주공항 33.4도, 구좌 33.2도, 외도 33.2도를 기록했다.
사흘째 폭염에 전국, 무더위와 '사투'…대프리카는 "개문 냉방 중"
폭염이 사흘째 이어지자 전국 시·도민들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붙은 대구에서는 오전부터 기온이 35도에 육박하자 시민들이 지하상가, 도시철도 역사, 대형 커피숍 등 냉방시설이 갖춰진 실내로 몰렸다.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는 필수품이 됐다.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는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켠 '개문 냉방' 상점이 대부분이고, 커피숍 등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공간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오전부터 붐볐다.
강원 강릉의 낮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이날 송정해변엔 그늘로 시민과 관광객이 몰렸다. 일부는 휴대용 선풍기를 켜 둔 채 낮잠을 청했고 가족 단위 피서객들은 텐트를 치고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으며 더위를 피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김 모 씨(41)는 "백사장은 10분도 있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며 "송정 솔밭은 바람까지 불어 그나마 에어컨 없는 쉼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소매'·'선풍기'로 버티는 쪽방촌…에어컨은 '언감생심'
더위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은 전기료 걱정에 냉방기기도 틀지 못한 채 힘겹게 하루를 버텼다.
오전부터 기온이 30도를 웃돌자 대전 동구 쪽방촌 주민들은 낡은 선풍기에 의지한 채 연신 땀을 훔치며 폭염과 사투를 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좁은 방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쉽게 전원을 켜지 못했다. 대신 창문과 방문을 활짝 열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통하길 기다리며 후텁지근한 공기를 견뎠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만난 김 모 씨(83·여)는 약 10㎡(3평) 남짓한 쪽방에서 민소매 옷차림과 선풍기 두 대만으로 더운 날씨를 버티고 있었다.
웃통을 벗고 속옷만 입은 70대 공용 거주시설 거주자 A 씨는 문을 활짝 연 채 선풍기를 앞에 두고 복도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무더위에 '매출 감소'까지…시장 상인들은 '앓는 소리'
시장 상인들은 폭염과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선 초복을 앞두고 토종 삼계를 파는 닭집 앞에는 손님들이 북적였지만 시장 안쪽 채소·수산물 점포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시장 곳곳에서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 오 모 씨(40대)는 "오전에는 손님이 조금 있지만 낮 12시만 넘으면 더워서 다들 안 나온다"며 "해산물은 선도 유지가 가장 중요해 얼음을 많이 써야 해서 얼음값 등 부대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여름이 아닐 때는 얼음을 하루 5~6포대 썼는데 지금은 15~20포대를 사용한다"며 "하루 얼음값만 10만 원 이상 들어가고 전기 요금 부담도 커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상에서 채소를 파는 강 모 씨(71)는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강 씨는 "너무 더워서 어제는 원래 쉬는 날이 아닌데도 가게 문을 닫았다. 폭염 탓에 버리는 채소가 늘어나니까 무서워서 물건도 많이 못 떼어온다"며 "지난해보다 손님도 절반 정도 줄었다.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없고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울산 중구 구역전시장,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도 폭염에 허덕였다.
찐 옥수수를 파는 B 씨(40대·여)는 "이런 날씨에 찜통 앞에 있으니 너무 고통스럽다"며 "장사를 빨리 접고 집에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폭염 고통 가축까지…12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 88명 발생
폭염으로 고통받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전날(12일) 전국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경북 포항의 한 축산농가에선 무더위에 지친 소들에게 전해질을 물에 타서 먹였다.
농장주는 "소가 먹는 전해질은 이온 음료와 비슷해 소의 움직임이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며 "한낮에는 소들이 선풍기 밑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전날(12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가 88명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이 13일 발표한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일 하루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88명으로 집계됐다.
질병청은 폭염이 장기화하면 건강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며 폭염 대응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은 올해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 = 남승렬, 윤왕근, 김종서, 김세은, 양희문, 최창호, 천선휴, 소봄이, 윤주영, 권준언 기자)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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