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음극재 ‘옥석 가리기’···대주·포스코·HS효성 격돌

정용석 기자 2026. 7.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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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보다 높은 저장용량···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부상
대주전자재료, 2019년부터 상용 공급 실적 확보
포스코퓨처엠, 50톤 데모플랜트서 글로벌 고객사 협의
HS효성, 유미코아 기술 기반 5년간 1조5000억원 투자
고객사 인증·양산 수율·원가 경쟁력이 성패 좌우
포스코퓨처엠 포항 음극재 생산 공장.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서 업체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대주전자재료가 실리콘산화물계(SiOx) 제품으로 상업 공급에 먼저 성공한 가운데 포스코그룹과 HS효성첨단소재가 기술 개발과 생산기지 투자로 추격에 나섰다. 반면 SK는 직접 생산에서 물러났고 한솔케미칼은 설비를 갖추고도 양산이 늦어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1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소재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실리콘이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입자가 깨지고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실리콘 음극재를 흑연에 일부 섞어 사용한다.

시장은 실리콘 산화물(SiOx)과 실리콘 탄소 복합체(Si-C), 두 종류 실리콘 음극재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SiOx는 나노 실리콘을 산화물 안에 분산시켜 팽창을 줄이는 방식이다. 구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첫 충전 때 일부 리튬이 소모돼 초기 효율이 낮다. Si-C는 실리콘과 탄소를 결합해 초기 효율과 저장용량을 높일 수 있지만, 팽창을 억제하기가 까다롭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주전자재료가 생산한 실리콘 산화물 복합체(DMSO). / 사진=대주전자재료

◇ 대주, 상업 공급 먼저···SiOx 시장 선점

대주전자재료는 국내 업체 가운데 실리콘 음극재 상업화에서 가장 앞서 있다. 회사는 지난 2019년부터 SiOx계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하면서 양산 실적을 먼저 확보했다.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을 발표한 업체는 많았지만, 실제 배터리에 들어가는 제품을 지속해서 판매한 국내 업체는 대주전자재료가 사실상 유일하다.

먼저 시장에 들어간 만큼 고객사와 제품을 공동 개발한 경험도 쌓였다. 배터리 업체가 요구하는 수명과 충전 성능에 맞춰 실리콘 함량과 입자 구조를 조절하고, 생산량을 늘릴 때 발생하는 품질 편차를 줄이는 기술도 후발 업체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실리콘 음극재 데모플랜트 전경. / 사진=포스코퓨처엠.

◇ 포스코, SiOx·Si-C 모두 확보…HS효성, 유미코아와 맞손

포스코그룹의 강점은 두 종류의 실리콘 음극재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2024년 포항에 연산 550톤(t) 규모 SiOx 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퓨처엠은 같은 해 연산 50t 규모 Si-C 데모플랜트를 가동했다.

포스코가 가진 또 다른 강점은 영업망과 음극재 밸류체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음극재를 이미 생산하고 있어 실리콘 음극재를 흑연과 섞은 제품까지 고객사에 제안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확보한 리튬과 흑연 원료, 음극재 제조기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실리콘 음극재만 생산하는 업체와는 차별점이다. 

포스코퓨처엠이 개발한 Si-C는 실리콘 원료를 나노 크기로 쪼갠 뒤 탄소와 섞어 열처리하고 코팅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순수 실리콘의 부피가 충전 과정에서 최대 300% 늘어나는 데 비해 복합화한 제품은 팽창률이 약 40%로 낮다는 게 장점이다. 흑연 음극재에 섞는 실리콘 음극재 비중도 기존 한 자릿수에서 20% 이상으로 높였다. 

전기차 시장 밖에서도 수요를 찾고 있다. 전기차용 음극재의 실리콘 비중은 통상 10% 미만이지만 드론과 잠수함 등 일부 방산용 배터리는 최대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배터리 소재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방산과 휴머노이드, 항공 분야를 새 수요처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지난 2024년 5월부터 데모플랜트에서 Si-C 시험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며 "프리미엄 전기차와 드론, 우주항공 등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의 글로벌 고객사들과 상용화 및 대량생산 체계 구축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고객사 물량이 확정되면 설비를 대형화해 양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자체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대신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가 보유한 기술과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검증 단계에 있는 제품을 국내에서 대량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HS효성은 앞으로 5년간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후발주자 가운데선 사업 준비가 빠른 편이다.
넥세온코리아 군산공장 착공식. /사진=군산시

◇ SK·한솔은 후퇴

모든 투자가 양산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SKC는 영국 넥세온과 세운 실리콘 음극재 생산법인 얼티머스 지분을 넥세온에 넘겼다. SK㈜도 미국 그룹14와 설립한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지분 75%를 그룹14에 넘겼다. 그룹14는 현재 경북 상주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주 공장은 연산 2000t, 배터리 용량 기준 10GWh 규모의 Si-C 생산설비다.

한솔케미칼은 850억원을 들여 전북 익산에 연산 750t 규모 Si-C 설비를 갖췄다. 2023년 공장을 가동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일정보다 양산이 늦어지고 있다. 공장 준공 당시 검토했던 연산 1500t 증설도 고객사 물량이 먼저 확보돼야 추진할 수 있다.

◇ 실리콘 함량 높일수록 수명·원가 부담 커져

많은 업체들이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실리콘 음극재는 함량을 높일수록 저장용량이 늘지만 부피 팽창과 수명 저하도 함께 커진다. 배터리 업체들이 실리콘 비중을 아직 한 자릿수로 제한하는 이유다.

실리콘을 나노 크기로 만들거나 탄소로 감싸면 팽창을 줄일 수 있지만 공정이 복잡해지고 원가도 오른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입자 크기와 코팅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 수율 확보도 쉽지 않다.

고객사 인증에 수년이 걸리는 동안 매출 없이 설비비와 연구개발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함량을 높일수록 용량은 커지지만 수명과 원가 문제도 함께 커진다"며 "고객사 인증 전까지 투자를 이어가야 해 재무 여력이 약한 업체는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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