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서 주점 화재, 27명 사망…화장실 숨었다 참변

방성훈 2026. 7. 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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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명 병원행, 22명 위중…화장실 대피 대부분 시신
"폭발음 뒤 달아나려다 아수라장"…에어컨 합선 추정
"무대서 시작돼 순식간에 확산…연기 흡입 사망 다수"
천장 가연성 자재·비상구 막힘 정황도 제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태국 방콕의 한 주점에서 불이 나 최소 27명이 숨졌다. 불길을 피해 화장실로 몸을 숨겼던 손님들 대부분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12일(현지시간) 밤 태국 방콕의 주점 ‘롱비어 나 랏프라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손님들이 대피하고 있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BBC방송,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밤 늦게 방콕 짜뚜짝 지역의 주점 ‘롱비어 나 랏프라오’에서 불이 나 남성 9명, 여성 1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60명 이상 발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2명은 위중한 상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불은 주점 무대 근처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번졌다. 전기가 끊기고 실내가 연기로 가득 차면서 손님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출구를 찾아 헤맸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에는 불길에 휩싸인 정문으로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는 옷에 불이 붙은 채였다.

지나가던 운전자의 신고로 자정 직후 출동한 소방대는 약 3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사망자 대부분은 건물 뒤편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이날 오전 현장을 찾은 뒤, 화재 당시 공연 중이던 음악가의 말을 전하며 “폭발음이 났고 모두가 연기와 불길을 피해 달아나려 했다”고 설명했다. 아누틴 총리는 이어 많은 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건물 뒤쪽으로 가서 화장실에 몸을 숨기려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수리야차이 라위완 방콕 재난경감국장은 “초기 조사 결과 사망자 대부분이 연기를 마셔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에어컨의 전기 합선이 지목되고 있다. 방콕 재난경감국의 예비 조사 결과지만 공식 원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피해를 키운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찻차트 시띠판 방콕지사는 주점 천장에 쓰인 불에 잘 타는 실내 장식재가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상구 근처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어, 출구가 막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당국은 이런 정황은 과학수사 요원들의 추가 조사를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수린 자이한씨는 옷으로 몸에 붙은 불을 꺼가며 5명가량의 대피를 도왔다. 그는 AFP통신에 “참담하다”며 “많은 죽음을 봤고, 내가 도운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한 태국 방콕의 주점 ‘롱비어 나 랏프라오’ 내부에 불에 탄 탁자와 의자가 재로 뒤덮여 있는 모습. (사진=AFP)
태국 당국은 이 주점이 입주한 건물을 30일간 폐쇄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족에게는 2만 9300바트(약 136만원), 병원 치료를 받는 부상자에게는 4000바트(약 19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태국에서 이번과 같은 참사는 처음이 아니라고 외신들은 짚었다. 2022년 방콕 남쪽 도시의 주점에서 불이 나 22명이 숨졌고, 2009년 1월 1일에는 방콕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새해를 맞던 66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넘게 다쳤다. 2024년에는 짜뚜짝 시장에서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나 동물 1000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은 화재·전기 안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BBC방송은 지적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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