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축도 '헉헉'…제천 축산농가 소에 물 뿌려주며 폭염과 사투
숨막히는 더위에 외출 꺼리는 사람들…구내식당 반짝 인기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저기 묶인 소들이 말은 못 하지만 얼마나 덥겠습니까. 미안해서 물이라도 뿌려주면 시원할까 해서요.
더위를 견디다 못한 소들은 그나마 덜 더운 축사 끝에 몰려들었다. 87마리의 어미 소와 송아지는 폭염을 온전히 견뎌내고 있었고, 더위와 싸우느라 안간힘을 썼다.
축사 내부는 40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특히 바닥 밑 분뇨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가축 온기까지 더해지면서 축사 내부는 사투 그 자체였다.

한우축사 대표 김동소 씨(62)는 폭염특보가 경보로 상향되고 소들의 움직임까지 둔해지자 연신 축사에 물을 뿌렸다. 올해 들어 처음 살수시설 가동이다.
축사 살수시설에서 내뿜은 물줄기는 소 등줄기를 적셨고, 축사 내부 온도는 조금씩 떨어졌다. 금새 온도가 2~3도가량만 떨어졌지만, 견디기엔 역부족이다.
축사 밖 수도시설에서 고무호스로 물을 끌어와 축사 내부로 뿌리길 반복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더울 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물을 뿌려주고, 먹는 물을 새로 갈아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은 그야말로 가마솥과 같다. 북쪽으로 치악산, 남쪽으로 월악산, 동쪽으로 소백산 등 3개의 국립공원 속에 둘러싸였다.
큰 산에 묻힌 '분지 형태'로 겨울엔 더 춥고, 여름엔 더 더운 게 특징이다. 이런 지형적인 구조는 더운 공기를 가둬 놓기 때문에 기온 변화가 거의 없다.
숨막히는 더위에 사람들은 실내에 머물거나 시원한 곳으로 찾아들었다. 외출을 피하려는 직원들로 구내식당이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청사 내 지하 1층 구내식당은 공무원들이 몰려들었다. 지하 1층 구내식당 내부에서 이어진 공무원 행렬은 지상 1층까지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한 공무원(45)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렇게 줄이 긴 것은 처음 본다"며 "아무래도 폭염으로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게 부담돼 청사 내 시원한 구내식당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청주기상지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제천에 내려진 폭염주의보를 폭염경보로 상향 조정했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날 제천의 낮 최고기온은 32.0도 기록했다.

k-55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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