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사기꾼 가짜 가족, 과연 아파트 빌런 잡는 영웅이 될까('아파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7. 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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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빌런 잡는 케이퍼 무비 히어로물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파트'만큼 우리의 일상 가까이 존재하는 관심사가 있을까. 아파트 주차 빌런에서부터 관리비를 둘러싼 비리 문제, '난방 열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뜨거웠던 아파트 난방비 관련 폭로에, 아파트 건설이나 재건축을 둘러싼 갖가지 권력형 비리까지... 아파트는 어쩌다 우리의 관심과 사건들이 쏠리는 일상 공간이 됐다.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는 그래서 그 제목만으로 먼저 시선을 끈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아파트를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는 걸까.

시작은 사기다. 1만 세대에 가까운 대규모 아파트의 장기충당수선금을 해먹으려는 사기. 그런데 박해강(지성)의 이 사기는 어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것 같은 예감을 준다. 이충원(박병은)이라는 아파트를 둘러싼 최강 빌런이 등장하면서다, <아파트>는 바로 이 사기로 시작한 일이 정의 구현으로 변화해가는 기막힌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박해강이 이 사기 범죄를 모의하게 된 건 갑자기 100억 뒷돈을 요구하며 그의 조직을 와해 위기로 몰아세운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현균)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사부장이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 건 자신이 모시는 경찰청장 주권(정희태)이, 검찰총장, 대법관, 민정수석, 공영일보 사장으로 이뤄진 원클럽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그 클럽을 뒤에서 쥐고 있는 건설사 대표가 바로 이충원이다. 그는 주권에게 거기 들어오려면 100억이 있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이충원에서 비롯된 이 100억 뒷돈 요구 때문에 박해강의 조직은 은퇴한 보스 용만(정진영)까지 감옥에 들어가고 VIP 전용 도박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박해강은 어떻게든 100억을 마련해 용만을 빼내고 남은 식구들인 경남(정순원), 제길(황희), 큰둥이(김규원)를 챙겨 은퇴시키려 한다. 그런데 우연히 전직 관리 소장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횡령하다 쫓기게 된 도마뱀(김원해)을 통해 아파트에 엄청난 '눈먼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그 '눈먼 돈'을 챙기려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동대표에 당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박해강은 당선을 위해 가짜 가족을 꾸린다. 변호사 지망생이자 대역 알바를 하는 강하리(하윤경)를 아내로, 부하직원인 경남의 아들 경북이(김한결)를 아들로, 도마뱀을 아버지로 둔갑시킨 가족이 꾸려진다. 이들은 동대표가 되려는 선거전에 뛰어들 것이고, 회장까지 오르는 과정을 함께 할 것이며 나아가 그 자리에서 마주하게 될 진짜 거대한 아파트 비리와 맞서게 되는 의외의 '아파트 영웅들'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파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의 전개를 보여준다. 이충원이 던진 한 마디로 줄줄이 사건이 이어지고, 결국 엉뚱하게도 가짜 가족을 꾸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가짜 가족이 어딘가 심상찮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꾸려진 가족이지만, 의외로 끈끈한 냄새가 난다. 그건 애초 박해강이 조직의 형님인 용만을 아버지로 대하고 조직의 부하들을 친동생처럼 대하는 모습에서부터 이미 전조를 보인 바 있다.

박해강은 그런 인물이다. 도박 빚에 자신을 팔아버린 아버지 대신 자신을 거둬 키워준 용만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고, 이제 마주할 위기 상황을 홀로 감당하겠다며 부하직원들에게 제 갈 길을 가라고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부하직원들 역시 박해강을 그저 직장 상사가 아닌 형처럼 여긴다. 심지어 부하직원 경남의 아들은 박해강에게 삼촌이라 살갑게 부르며 안길 정도다.

그래서 <아파트>의 이야기는 굉장히 다채로운 재미요소들을 갖게 된다. 좀도둑이 진짜 도둑을 잡는 풍자적인 블랙코미디가 깔려 있고, 이들이 가짜 가족을 꾸려 모종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이야기는 케이퍼 무비의 재미요소들이 담겨 있다. 여기에 가짜 가족이지만 점점 진짜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가족드라마의 재미를 예고하고, 줄줄이 정관계까지 연결된 아파트 빌런들을 하나하나 제거해가는 과정들은 사이다 복수극의 재미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아파트를 소재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해 보였던 사건들이 점점 거대해져 권력형 비리로까지 연결되는 서사는 특히 아파트에 살거나 혹은 살았던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 실감나는 이야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달에도 나간 관리비에 들어 있던 어떤 항목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건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풍자 코미디 액션 장르지만, 그 밑에 깔린 현실감을 자꾸만 주목하게 하는 드라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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