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무력충돌 격화…전면전 재발·호르무즈 재봉쇄 공포(종합)

신재우 2026. 7. 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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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통제권 갈등…이란 상선 공격에 미국, 이란 중서부까지 타격
이란, 중동 미군기지들 공격…"미국 계속 개입시 에너지시설 공격"
중재국 오만·카타르까지 피격…해운 불확실성 심화에 유가 급등세
미군의 이란 남부 폭격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연쇄적인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으면서 지난달 마련된 양국 간 종전 협상이 사실상 붕괴했다.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이란의 상선 공격을 비난하며 호르무즈 해협 연안을 넘어 이란의 서부와 중부까지 때리는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은 보복으로 걸프 지역 내 미국과 안보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잇달아 타격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폐쇄 선언과 미국의 자유항행 방침이 충돌하면서 해상 운송 재개와 안정화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후 5시(한국시간 13일 오전 6시)기를 기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추가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이 전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 'M/V GFS 갤럭시'호를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 군사시설 공습을 재개했고, 이틀 연속 타격을 이어갔다. 미국은 최근 일주일 동안 총 나흘에 걸쳐 이란을 공습했다.

중부사령부는 이후 공습을 종료했다는 성명에서 전투기와 해군 함정, 일회용 공격용 드론,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투입된 일회용 공격용 해상 드론을 동원해 이란군의 방공 시스템, 해안 레이더 기지, 미사일 및 드론 전력을 타격하고 소형 선박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무역의 중요한 해상 통로이며, 이란은 이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미국의 공격 발표 이후 이란 남부 시리크 지역과 주요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반다르데이르, 에너지·석유화학 시설이 밀집한 부셰르와 아살루예 등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이란 매체들은 미국의 공습이 호르무즈 해협과 멀리 떨어진 중부와 서부 지역까지 확대됐다고 전했다.

서남부 도시 아흐바즈의 한 당국자는 시내 두 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고, 중부 혼다브에서도 별도의 미군 공격이 있었다고 이야기가 전해졌다.

페르시아만 북단에 위치한 후제스탄주의 부지사는 아흐바즈 외에도 오미디예, 마흐샤르, 베바한, 데즈풀, 안디메쉬크, 아바단 등 주내 여러 도시가 공격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도 이같은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이틀 연속 보복에 나섰다.

이란은 쿠웨이트와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과 안보 협력 관계에 있는 걸프 국가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카타르와 UAE는 지난 4∼5월 이후 처음으로 공격 대상이 됐고, 오만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논의한 직후에 공격받았다.

요르단과 쿠웨이트는 이날 영공으로 날아드는 이란 미사일 방공망으로 막아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여러 차례 서명을 내고 요르단 프린스 하산 공군기지랑 미사일 저장고, 바레인 미군 제5함대 거점인 주페르 해군기지와 셰이크 이사 공군기지, 오만 내 미군 레이더 등 감시자산,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쿠웨이트 아흐메드 알제베르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IRGC는 "선박 통행을 위해 호르무즈를 다시 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 해협에서 자행되는 미국 침략군의 모든 군사적 개입을 중단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개입이 계속된다면 걸프 역내 석유·가스 시설까지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란은 상선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선언하고, 자국이 출범시킨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통해 "최근 미군 병력의 불법적인 이동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현재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봉쇄 주장을 일축하며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맞섰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지 않는다"며 "해협은 국제수로를 합법적으로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NBC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상업 운송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란 국기와 미사일 모형이 걸린 이란 테헤란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당국자는 미국 언론을 통해 미군과 협조 아래 최근 24시간 동안 약 20척의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고, 별도의 미군 조율 없이 통항한 선박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척이다. 이는 최근 5주 사이 최저 통행량이다.

이란은 충돌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해협의 통제권이 이란 당국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이런 야만적 공격은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며 "서아시아의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지난 수개월간의 모든 외교적 노력이 수포가 됐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걸프국들을 불법적 전쟁의 공범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곳들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휴전 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전쟁의 영구적 종식을 위해 60일간 추가협상을 하기로 했으며, 현재는 그 시한이 반환점을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공격과 보복이 반복되면서 휴전은 사실상 무너졌고, 종전 협상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운송로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정세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에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재발할 경우 해당 지역과 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현재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4.26% 오른 배럴당 79.2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4.34% 상승한 74.5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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