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황보다 나이 많다니…” 93세 바티칸 특파원 별세
1972년 로마 부임… 반세기 이상 취재
90세 넘긴 나이에도 기사 작성 계속해
“내가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네 살 많아”
영국 BBC 방송의 이탈리아 로마 및 바티칸시티 특파원으로 수십년간 일하며 5명의 교황을 취재한 데이비드 윌리 전 BBC 기자가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윌리는 1932년 12월 영국 잉글랜드 남부 버킹엄셔주(州)에서 태어났다. 윌리의 할아버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목공예 거장이었고, 덕분에 그는 어릴 때부터 이탈리어를 배워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 퀸즈 칼리지에서 법학과 언어학을 전공한 윌리는 1957년 로이터 통신의 수습기자로 뽑혀 로마에 파견 근무를 가는 것으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윌리는 이탈리아·프랑스·서독(현 독일)·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6개국 대표들이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에 관한 로마 조약을 체결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EEC는 현 유럽연합(EU)의 전신에 해당한다. 이후 프리랜서 기자로 전환한 윌리는 1960년대 초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알제리에 머물며 독립적인 취재 활동을 했다.
윌리는 1964년 BBC에 입사해 동아프리카 특파원을 맡았다.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과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중국에서도 특파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1972년 이탈리아 및 바티칸시티를 담당하는 특파원으로 발탁돼 로마에 사실상 정착했다.

윌리가 가장 잘 알고 지낸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2013∼2025년 재위)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5년 프란치스코의 전기에 해당하는 저서 ‘프란치스코의 약속’(The Promise of Francis)을 펴냈고, 이듬해인 2016년 이 책을 교황에게 헌정했다.
90세를 넘긴 나이에도 교황청을 계속 출입했던 윌리는 2025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와도 만나 인사를 나눴다. 1932년생인 윌리에 비하면 레오 14세는 무려 20세 이상 어려 아들뻘이나 다름없다. 사실 윌리는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보다도 나이가 많다. 그는 2025년 작성한 어느 기사에서 “불현듯 나는 이미 고인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내가 네 살 더 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고 쓰기도 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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