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앞두고 보양식 희비...사라지는 보신탕, 떠오르는 흑염소

광주일보 2026. 7. 13. 12: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식용 종식법 내년 시행
개 사육농가 폐업 잇따라
지난 10일 전남광주시 서구 벽진동의 한 보신탕 전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낮 찾은 전남광주시 서구 벽진동의 한 보신탕 전문점.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마치 영업을 하지 않는 듯했다.

단체석부터 개별석까지 가게에 마련된 수십개의 좌석은 모두 빈자리였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대화 대신 선풍기와 TV 소리만 가게 안을 채웠다.

식당 주인 이점남(여·73)씨는 일찌감치 복날 장사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문을 연 뒤 오후 1시30분까지 이 가게를 찾은 손님은 단 4명. 매출은 10만원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옛날엔 복날이 다가오면 차 댈 곳도 없을 만큼 손님이 몰렸다. 줄 서는 건 기본이고 예약도 받지 못했다. 종업원도 8명씩 썼다”며 “개식용 금지 법제화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 내년부터는 메뉴판에서 개고기를 내리고 삼계탕, 양탕을 주로 팔 계획이다. 인건비는커녕 전기요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업계에서는 개고기를 ‘몰래’라도 팔 수 없는 실정이었다. 개 사육농가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유통업자들도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개 식용 전면 금지(내년 2월) 이전 마지막 초복(7월 15일)을 앞둔 보신탕 업소들은 힘겨운 복날 대목을 맞고 있었다.

12일 전남광주시에 따르면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른 전·폐업 대상 업소는 옛 광주 19곳(식당 14곳·건강원 5곳), 옛 전남 129곳(식당 96곳·건강원 33곳)이다.

개식용종식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거나 개를 원료로 한 식품을 조리·가공·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2024년 1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내년 2월 7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지난달 말 옛 광주 기준 식당 1곳이 전업하고 3곳이 폐업했으며, 건강원은 4곳이 전업했다. 옛 전남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식당 15곳이 전업하고 7곳이 폐업했으며, 건강원은 4곳이 전업을 마쳤다.

개 사육농가도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옛 광주에서는 9곳 가운데 6곳(66.6%)이 폐업했고, 옛 전남에서도 135곳 중 110곳(81.5%)이 문을 닫았다.

폐업 농가에는 마리당 최저 22만5000원에서 최대 60만원 수준의 폐업이행금 등이 지원된다. 현재까지 지역 농가의 전업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를 식용으로 취급하는 식당과 건강원에는 전업 시 메뉴판·간판 교체 비용으로 최대 250만원, 철거 시 400만원의 철거비가 지원된다.

반면 ‘대체 보양식’에 대한 수요는 날로 급증하는 모양새다. 특히 고단백·고칼로리 식품으로 보신탕의 대체재로 떠오른 흑염소가 인기를 끌면서 흑염소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보신탕 전문점들이 흑염소탕 등으로 메뉴를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국내 염소고기 소비량은 2023년 1만986t에서 2024년 1만3708t으로 2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출하량은 4991t에서 5565t으로 11.5% 늘었고, 수입량은 5995t에서 8143t으로 35.8% 증가했다.

전남광주 지역은 전국 최대 흑염소 사육지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 전국 염소 사육두수는 46만8996마리로, 이 중 옛 전남은 11만472마리(23.6%)를 사육해 2위인 충북(6만6556마리)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옛 광주의 사육두수는 517마리다.

강진군과 화순군에는 흑염소 전용 도축장도 운영되고 있다. 2024년 전국 흑염소 도축 11만4121마리 가운데 전남에서만 4만2548마리가 도축돼 전국의 37.3%를 차지했다.

북구 운암동에서 흑염소 전문점을 운영하는 양서영(여·36)씨는 “초복·중복·말복은 이미 회사 회식 등 단체 예약이 대부분 차 있는 상태로, 예년보다 예약이 더 일찍 들어오고 있다”며 “꼭 복날이 아니더라도 건강식을 찾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손님이 늘면서 예년과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인기에 힘입어 흑염소 유통을 관리하는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염소는 소, 돼지와 달리 아직 축산물이력제 대상이 아니어서 체계적인 유통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값싼 수입산 흑염소 때문에 가격이 매년 크게 요동치는 등 유통 구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흑염소 산지 가격은 지난해 1월 1㎏당 거세 2만원, 비거세 1만7000원에서 같은 해 7월에 각각 1만4000원, 1만2000원으로 하락한 데다, 현재는 각 7000원, 6000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순군 이양면에서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는 민권식(70)씨는 “복날이면 원래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관세 없이 절반 가격으로 들어오는 수입산 물량이 많아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염소도 축산물이력제가 신속히 도입돼 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