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부터 잠실·여의도·목동까지…서울 재건축 ‘빅매치’
현대·GS가 앞선 상반기…삼성, 따라잡을까

서울 재건축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성수동을 시작으로 잠실, 여의도, 목동까지 하반기 수십조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에 들어간다. 건설사들은 출혈 경쟁 대신 선별 수주를 택하는 한편 초고층 랜드마크와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성수4는 롯데 품에, 성수2·3의 승자는?
올해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첫 승부는 성수동에서 갈렸다. 한강변 최대 재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구역) 시공사 선정에서 롯데건설이 대우건설을 제치며 하반기 수주전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성수4구역은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 약 8만9800㎡를 재개발해 최고 64층 1439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1조3600억원으로 3.3㎡당 공사비가 1100만원을 웃돈다. 강남권 핵심 정비사업지인 압구정2구역과 비슷하다.
롯데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LE-EL)’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지명으로 ‘성수 르엘 S70’을 제안하고 롯데월드타워 설계에 참여한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레라를 비롯해 해외 설계·구조 전문가들과 협업해 초고층 랜드마크 설계를 강조했다. 여기에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조합원 금융 지원과 빌트인 제공 등 조합원 특별혜택을 확대한 점도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수주로 롯데건설은 서울 한강변 핵심 정비사업지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강남 청담과 송파 잠실에 이어 성수까지 르엘 적용 단지를 확대하며 한강변 프리미엄 주거벨트 구축에 속도를 내게 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성수동 일대 4개 지구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비를 완료하면 약 9500가구 규모의 한강변 초대형 주거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이 지역은 강북권에서 한강 조망권을 가장 널리 확보할 수 있는 입지적 장점을 지녔다. 여기에 인근의 트리마제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고급 주거단지와 함께 성수동의 프리미엄 주거지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롯데건설이 4구역을 수주하기에 앞서 코로나19 때부터 1구역에 공을 들여온 GS건설이 지난 4월 시공권을 확보했다.
성수2지구는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 2359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2조137억원으로 컨소시엄 시공사 참여는 제한한다. 업계에서는 성수2지구가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보다는 경쟁 입찰로 치러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DL이앤씨와 IPARK현대산업개발의 경쟁 구도가 점쳐진다. 조합은 오는 8월 31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공사비 1조8275억원 규모의 성수3지구 역시 시공사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고 72층, 총 2213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으로 조합은 오는 8월 28일 입찰서 접수를 마감한다. 현재까지는 삼성물산이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 움직임을 보이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일찍부터 주민 접점을 넓히며 독주 체제를 구축해온 데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와 초고층 공사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다른 건설사가 추가 입찰에 나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속도 내는 한강변 재건축 ‘잠실장미·여의도시범’
성수동에 이어 하반기 정비사업 시장의 시선은 송파구 잠실권으로 향하고 있다. 신천동 장미1·2·3차는 잠실 일대 재건축의 마지막 대형 단지로 꼽힌다. 인근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한 ‘잠실르엘’이 준공을 마치고 입주에 들어간 데다 잠실주공5단지도 최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면서 장미아파트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일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변경과 신천동 장미1·2·3차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변경 및 정비계획 결정,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고시하면서 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 앞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정비사업특별분과 심의를 통과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시공사 선정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장미아파트 재건축은 하반기 수주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대형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1970~80년대 준공한 기존 3522가구를 허물고 최고 49층, 총 510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551가구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며 용적률은 300% 이하를 적용한다. 조 단위의 공사비가 예상되는 만큼 사업성 면에서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지역 내 핵심 사업지로 평가받는다.
입지 경쟁력도 강점이다. 단지는 지하철 잠실역과 잠실나루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에 한강과 석촌호수, 롯데월드타워를 가까이 두고 있다. 정비계획안에는 공원과 녹지 공간을 확충하고 한강과 석촌호수를 연결하는 보행축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잠실나루역 일대의 차량 및 보행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한가람로 개설, 역 주변 교통체계 개편 등도 포함돼 주거환경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수조원의 공사비와 한강변 랜드마크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사업 추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물밑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시공사 선정이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최대 수주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강변 또 다른 대어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도 하반기 수주전의 핵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8월 25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하는 이 사업은 최고 59층, 약 24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3.3㎡당 공사비는 1150만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축복 받은 목동, 30조 재건축 쟁탈전으로
올 하반기 서울 서남권 정비사업의 최대 격전지는 양천구 목동이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은 양천구 목동·신정동 일대 약 203만㎡를 정비해 총 4만7637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공사비만 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만큼 향후 수년간 서울 정비사업 수주전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안에 14개 단지 중 10개 안팎의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고 물밑 수주전에 돌입했다. 목동6단지를 확보하며 처음 목동에 깃발을 꽂은 DL이앤씨는 ‘아크로 목동리젠시’ 홍보관을 열고 브랜드 경쟁력 알리기에 나섰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도 각각 ‘써밋 목동 라운지’와 ‘디에이치 목동 라운지’를 운영하며 조합원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롯데건설과 GS건설 등도 홍보관 오픈을 예고하고 있어 목동을 선점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경쟁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하반기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사업장으로 7단지를 지목한다. 재건축을 완료하면 최고 49층 433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바뀐다. 14개 단지 중 14단지(5123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고 기존 용적률이 약 125%로 낮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건설사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기존 용적률이 낮을수록 새로 확보할 수 있는 연면적이 많아져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쉽다.
7단지는 지난 7월 8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시공사 선정 작업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12단지는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며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GS건설이 가장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은 글로벌 건축설계사 겐슬러와 협업한 특화 설계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12단지는 최고 43층 2810가구 규모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가 큰 10단지도 건설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고 40층 4248가구로 재탄생하는 10단지는 총 공사비가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이 최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금호건설, 제일건설, CA이앤씨 등 6개사가 참석했다. 입찰 마감은 오는 8월 10일이다.
13단지 역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6월 29일 대신자산신탁이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대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등이 참석했다. 재건축을 마무리하면 최고 49층 385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입찰 마감은 오는 9월 7일이다.

◆현대·GS가 승리한 상반기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전국 70여 개 정비사업장에서 약 34조원 규모의 시공권 경쟁이 펼쳐진 가운데 두 회사는 전체의 44%가 넘는 약 15조원 규모를 수주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물산도 강남권 핵심 사업장을 잇달아 확보하며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을 앞세워 상반기 수주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최대 규모 사업지인 압구정3구역(공사비 약 5조500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한화 건설부문과 컨소시엄을 꾸려 압구정5구역까지 수주하며 ‘압구정 벨트’를 구축했다.
GS건설은 특정 지역에 집중하기보다 서울과 지방의 우량 사업장을 고르게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성수1지구(약 2조1000억원)를 비롯해 부산 광안5구역, 서초진흥아파트, 송파한양2차 등 대형 사업장을 잇달아 수주하며 현대건설을 바짝 추격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분기부터 수주전에 속도를 내며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압구정4구역(약 2조1000억원)을 비롯해 개포우성4차, 대치쌍용1차, 방배신삼호 등을 잇달아 확보했고 신반포19·25차는 포스코이앤씨와 경쟁 끝에 시공권을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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