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론에 흔들린 코스피…美 CPI·빅테크 발표 '시험대'
코스피, 서킷·사이드카 연속 발동
ASML·TSMC 등 빅테크 실적 '촉각'
"코스피, 역사적 저점 구간…작은 호재도 반등"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최근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로 급락세를 연출했던 코스피 시장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이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대형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연이어 예고되면서,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국내 증시가 극단적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만큼, 조그만 호재에도 탄력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4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85% 급락한 7187.91에 거래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초반부터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코스피지수가 직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폭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올해 여섯 번째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시장 전체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파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8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이 나란히 5% 넘게 폭락하며 '동반 패닉장'을 기록했고, 장중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비록 10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2.52% 반등에 성공했으나,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불거진 반도체 고점론과 외국인 이탈, 레버리지 상품의 청산 물량 압박을 모두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의 시선은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의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오는 15일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씨게이트(Seagate)가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 기업이 제시할 가이던스(전망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업황의 방향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SK하이닉스의 흥행 여풍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타종 행사와 함께,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ADS)은 공모가(149달러) 대비 12.76% 급등한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이번 ADS는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구조다. 이를 원화로 단순 환산하면 주당 약 252만5862원으로, 같은 날 한국거래소 종가(218만원)보다 약 16% 높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 가격이 본주 가격을 웃도는 이른바 '역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DR 상장 흥행이 메모리 업황 변화를 진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간 냉각됐던 반도체와 코스피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긍정적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매크로 지표와 통화 정책 역시 증시 반전의 핵심 열쇠다. 오는 1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며, 16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된다.
미국 CPI가 물가 정점 통과 신호를 보이며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경우, 금리 인상 우려와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승 여파로 물가가 예상을 웃돌면 미국의 긴축 명분이 강화되고 원·달러 환율이 재상승해 외국인 수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미국 CPI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았을 때 S&P500의 월평균 주가 수익률과 상승확률은 -0.6%와 44%였지만 예상치에 부합했을 때는 1.9%와 61%, 밑돌았을 때는 1.7%와 72%였다"며 "코스피지수도 물가가 최소한 예상치에 부합해야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통화정책의 경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긴축 필요성을 시사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는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전격적인 조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에도 매물 소화 과정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겠으나, 지수의 하방 경직성은 단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대폭 낮아진 만큼 악재보다는 호재에 민감한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당분간 넓은 범위의 박스권 흐름을 거친 후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이 반도체 실적 증가율의 피크아웃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매물 소화를 위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주가의 추세적 재상승을 위해서는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AI 수요 지속 및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확대를 뒷받침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36배에 불과해 역사적 밸류에이션 저점권에 진입했다"며 "6월 CPI 발표를 기점으로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우려는 진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이후 2분기 실적 호조가 가세하며 코스피 상승 추세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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