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AI 배전망 ESS서 배터리 3사 격돌…삼성SDI 66%·LG엔솔 22%·SK온 12%

장지현 기자 2026. 7. 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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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9개 컨소시엄 중 6곳에 배터리 공급
LG엔솔, 최대 물량 확보해 직접 운영
SK온, LFP 파우치형 '그리드온' 투입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배터리. 사진=챗GPT

정부가 처음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나란히 공급 실적을 확보했다. 삼성SDI가 전체 구축 물량의 약 66%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고, LG에너지솔루션은 단일 운영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을 따내며 배터리 제조를 넘어 ESS 구축·운영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SK온도 자체 ESS 브랜드 '그리드온(GRIDON)'을 앞세워 정부 주도 전력망 ESS 시장에 진입했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하는 '2026년 AI 활용 ESS 구축지원 사업'에서 총 9개 사업자와 32개 배전선로가 선정됐다. 각 배전선로에는 20MWh(메가와트시 규모의 ESS가 설치될 예정으로, 전체 사업 규모는 640MWh에 달한다.

업계 잠정 집계에 따르면 선정된 9개 컨소시엄 가운데 6곳이 삼성SDI 배터리를 채택했다.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되는 물량은 전체의 약 66%인 420MWh로 이는 32개 배전선로 가운데 21개 선로에 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7개 선로, 총 140MWh로 약 22%를 차지했으며 SK온은 4개 선로 총 80MWh로 약 12%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컨소시엄의 배전망 운영 능력과 AI 기반 충·방전 기술, 사업 수행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영사업자를 선정하고, 각 컨소시엄이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가운데 사용할 배터리와 ESS 시스템을 선택하는 구조다.

삼성SDI는 다수 컨소시엄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급과 함께 사업 운영을 직접 맡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삼성SDI 대한민국 기술대상 수상 제품 'SBB'. 사진=삼성SDI

삼성SDI, 21개 선로 배터리 공급…각형 SBB 앞세워 선두

삼성SDI는 이번 사업에 ESS 통합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 1.5'를 공급할 예정이다.

SBB는 20피트 크기 컨테이너 안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안전장치 등을 통합한 제품이다. 현장에서 개별 설비를 조립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어 설치 편의성과 운영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SBB 1.5에는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의 각형 배터리 셀이 적용된다.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금속 캔 안에 셀이 들어가는 구조로 외부 충격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과 내구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셀부터 모듈과 랙, 열관리 및 안전 시스템까지 일체형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앞세워 전력망 ES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앞선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쌓은 공급 실적과 시스템 운영 경험이 이번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ESS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안전성과 장기 사용 성능을 강조해 왔다.

배전망 ESS는 전기차와 달리 장기간 고정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충·방전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전력망 운영과 인근 설비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셀의 안전성뿐 아니라 열 확산 방지, 화재 감지, 냉각 및 제어 시스템을 포함한 전체 솔루션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ESS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엔솔, 최대 140MWh 확보…VPP 운영사로 확장

LG에너지솔루션은 신한자산운용과 '햇빛배전망에너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한 운영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인 7개 배전선로를 모두 따냈다. 선로당 20MWh씩 총 140MWh 규모다.

배터리 공급에 그치지 않고 ESS 구축과 AI 기반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신한자산운용은 태양광 펀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전력시장 수익을 활용한 금융구조 설계를 맡는다. 상업운전은 2027년 시작될 예정이며 운영 기간은 20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한 물량은 전체 640MWh의 약 22%다. 삼성SDI보다 배터리 공급 물량은 적지만 직접 VPP 사업자로 참여해 장기간 ESS를 운영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VPP는 여러 지역에 분산된 태양광·풍력 발전설비와 ESS 등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AI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요, 배전선로의 혼잡도를 예측하고 ESS의 충·방전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접속 대기 중인 호남 지역 태양광 발전설비 약 40MW를 신규 연계하고, 연간 52.4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추가로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장은 "이번 사업 선정은 배터리 공급사를 넘어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과"라며 "AI 기반 ESS 운영 역량을 앞세워 사업 성장을 가속하고 국가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배터리 2026' SK온 전시관에서 공개한 각형 온 벤트 셀. 사진=SK온

SK온, LFP 파우치형 ESS로 공공시장 진입

SK온은 2개 컨소시엄을 통해 4개 배전선로 총 80M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사업 물량의 약 12% 수준이다.

이번 사업에는 LFP(리튬인산철) 파우치 셀을 기반으로 한 ESS 컨테이너가 투입된다. 제품 브랜드는 '그리드온'이다. SK온은 전기차용으로 축적한 파우치형 배터리 제조 역량을 ESS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LFP 배터리를 새로운 사업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원재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열적 안정성과 충·방전 수명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피와 무게 제약이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전력망용 ESS에서는 가격과 수명,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LFP 배터리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SK온의 이번 수주는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됐던 사업 영역을 ESS로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SS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인 수요 둔화를 보완할 수 있는 신규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로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LFP 기반 ESS 제품과 생산능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접속 병목 완화…9월 중앙계약시장 전초전

이번 사업은 태양광 발전설비가 집중된 호남권 배전선로의 수용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에는 전기를 ESS에 저장해 배전선로의 부담을 낮추고, 전력 수요가 높아지거나 선로에 여유가 생기면 저장한 전기를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남·전북 등 호남 지역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설비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일부 변전소와 배전선로의 수용 용량이 포화되면서 신규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이 지연되거나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 문제가 발생해 왔다. 배전망에 ESS를 설치하면 대규모 송·변전설비를 증설하기 전에도 기존 선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업계는 이번 사업을 오는 9월께 예정된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둔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거래소가 장기간 ESS의 전력 공급 능력을 계약하는 대규모 시장인 만큼 이번 사업에서 확보한 공급·운영 실적이 향후 입찰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앞선 ESS 정부 입찰에서 안전성과 운용 성능을 인정받은 경험이 이번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중앙계약시장에서는 삼성SDI의 각형 NCA 배터리와 SK온의 LFP 파우치형 배터리 등 각사가 보유한 제품 특성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