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억에 산 땅, 돈은 못 돌려받고 소유권은 반납하라?…대법 판단은
대법 "매매대금 중 종중 실질적 귀속 부분은 부당이득 반환대상"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42억 원의 종중 땅을 권한 없는 종중 대표자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매매대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소유권을 잃을 뻔 했던 구매자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소송 끝에 매매대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하급심은 권한 없는 종중 대표자와 맺은 매매계약이 무효라 구매자가 소유권을 원래대로 다시 종중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보면서도 매매대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매대금 중 실질적으로 종중에게 귀속된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경주김씨의 A종중이 임 모 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의 소송에서 임 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반소를 패소 판결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환송했다.
A종중은 2014년 11월 정기총회에서 B 씨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종원 C씨가 2015년 종중을 상대로 B 씨를 회장으로 선임한 정기총회 결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그리고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그런데 B 씨는 가처분이 인용되기 바로 전인 2015년 10월 종중을 대표해 임 씨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은 41억8500만 원이었다. 임 씨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고 매매대금을 B 씨가 관리하는 계좌들로 입금했다.
B 씨는 임 씨 외에도 종중이 소유한 다른 토지들도 매도했는데, 매매대금을 종중의 세금, 변호사 선임료, 소송비용, 업무추진비 등에 사용했다. 그러다 2016년 7월 종중의 직무대행자가 선임되면서 B 씨는 직무대행자에게 종중 자금을 넘겼다.
종중은 임 씨 등 토지 매수자들을 상대로 "적법한 대표자가 아닌 B 씨와 한 계약은 무효"라며 소유권을 다시 넘겨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임 씨는 매매대금 23억 원을 돌려달라며 반소를 냈다.
그러나 1,2심은 종중의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는 받아들이면서도 임 씨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중이 법률상 원인 없이 매매대금 상당 이익을 입고, 그로 인해 임 씨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 씨가 종중을 대표할 권한 없이 매매대금을 받았더라도, 임 씨가 지급한 매매 대금 중 상당 부분이 현재 대표자로 볼 수 있는 직무대행자에게 지급됐고, 또 종중을 위해 세금 등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중에게 그 이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이 임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종중을 위해 사용되거나 직무대행자에게 귀속된 금액이 얼마인지 심리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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