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잡겠다며 초고속으로 만든 '삼전닉스 ETF', 상장 한 달 반 만에 부메랑으로

김태현 기자 2026. 7. 1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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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을 잡겠다고 만든 상품이 오히려 환율은 그대로 두고 지수만 뒤흔들었다. 다섯 달 걸려 태어난 상품이 한 달 반 만에 시장을 카지노로 만든 셈이다. 누가 이 판을 깔았는지를 두고 동여의도와 서여의도가 서로 다른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우먼센스] 7월 둘째 주 코스피는 하루가 멀다 하고 롤러코스터를 탔다. 7월 6일부터10일까지 닷새 가운데 사흘 동안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올해 들어서만 벌써 53번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최다 기록이던 26회를 진작에 넘어섰고, 서킷브레이커 역시 올해 약 6개월 동안 8차례나 울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26년 치 발동 횟수(12회)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증권가에서는 이 널뛰기 장세를 키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난 5월 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꼽는다.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다.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넉 달 만에 속전속결로 나온 상품

레버리지 ETF 자체가 국내에 없던 건 아니다.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같은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이전부터 거래돼 왔지만, 여러 종목을 묶은 지수를 추종해 개별 종목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였다. 반면 이번에 허용된 상품은 한 종목에만 투자하면서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분산돼 있던 위험을 한 종목에 몰아넣고 배율까지 높인 셈이라, 변동성이 기존 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은 이미 2022년부터 테슬라·엔비디아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해왔지만 배율은 두 배까지만 허용하고, 영국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각각 세 배로 추종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서 단일종목 상품이 허용되지 않는 사이,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대표 종목에 더 높은 배율로 베팅할 수 있는 통로를 먼저 갖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당국은 분산투자 원칙을 이유로 단일종목 상품 도입에는 줄곧 선을 그어왔다.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박은숙(이오이미지)

이 기조는 2026년 들어서며 환율 문제가 불거지자 급변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던 지난 2026년 1월 13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CEO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되돌려 환율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였다. 김 실장은 다음 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거래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한국에는 없다며 금융위원회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절차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보름 뒤인 1월 30일 금융위가 입법 예고에 나섰고,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며 단일종목 ETF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렇게 5월 27일, 시가총액 10% 이상·거래량 5%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한꺼번에 증시에 데뷔했다. 상품 기획부터 상장까지 채 다섯 달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통해 이 정도 속도로 신상품이 나온 전례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한 금융당국 전직 간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가 내부적으로 부작용을 거론했지만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언론 보도에서는 금융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해당 과제가 청와대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터진 부작용, 개미 10명 중 8~9명이 손실

문제는 출시 직후부터 불거졌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 하이닉스보다 가격이 훨씬 낮게 책정된 상장가(2만원) 덕에 소액으로도 접근하기 쉽다는 인식이 퍼졌고, 출시 3주 만에 8조 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그런데 이때 반도체 업황이 피크를 지났다는 '고점론'이 겹치며 기초자산 주가가 흔들리자, 레버리지 상품은 훨씬 가파르게 무너졌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최근 한 달간 SK하이닉스 주가가 7% 남짓 내릴 때 관련 레버리지 ETF는 30% 넘게 폭락했고, 삼성전자가 18%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은 평균 40% 넘게 빠졌다. 매일 수익률을 두 배로 복제하는 구조 특성상 오르내림이 반복될수록 원금이 갉아먹히는 '음의 복리 효과'(Volatility Drag) 때문이다. 실제 7월 초 기준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82%,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90% 이상이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 심각한 건 이 상품들이 개인 손실을 넘어 시장 전체를 흔든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한다.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구조이다 보니, 하락장에서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낙폭을 더 키우는 식이다. 코스피가 10% 가까이 폭락했던 지난달 23일에는 이 리밸런싱 매물만 9조 원어치가 넘게 쏟아져 그날 전체 거래대금의 14%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당한 사건도 일어났다. 6월 8일 '검은 월요일'에는 SK하이닉스 본주가 7.68% 떨어졌는데도 이를 추종하는 한 레버리지 ETF는 장 막판 유동성공급자(LP) 호가 공백을 틈타 오히려 50% 가까이 폭등해 마감하는 이상 거래까지 벌어졌다. 다음 날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반토막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떠안았다.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네이버증권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CSOP)는 자산 규모가 130억 달러까지 불어나며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성장했는데, 변동성이 큰 날에는 이 상품 거래량이 SK하이닉스 전체 거래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기도 한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ETF가 주가를 추종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주가를 움직이는 '웩더독'(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 현상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이슈로 번진 셈이다.

수급 이면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7월 10일 코스피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이 780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1조1314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들이 본주를 팔고 그 자금으로 레버리지 ETF를 사들이면, ETF 운용사가 이를 담기 위해 본주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통계상 '기관 순매수'로 집계되는 것"이라며 "개인이 순매도하고, 기관이 순매수한 게 아니라 개인이 본주 실물자산을 팔아 파생 레버리지로 갈아타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 규모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대금이 2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사진=네이버 증권

실제 7월 9일 기준 개인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반면 개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 선물 인버스2X 상품(359억원)이었다. 순매수, 순매도 모두 레버리지 상품들인데다, 방향은 팔고 역방향을 사들이는 손바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방향을 트는 개인 자금까지 감안하면, 겉으로 보이는 수급 통계만으로는 시장 심리를 온전히 읽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카지노 만든 책임자는 김용범"… 상폐는 어렵고 진입장벽 강화로

파장이 커지자 정치권은 곧바로 책임론을 꺼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태를 만든 주연은 김용범 정책실장, 감독은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도입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2배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단일 종목 상품 등장 이후 우리 증시는 시한폭탄이 돌아가는 카지노판으로 변질됐다"며 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김 실장을 직접 지목했다. 안철수 의원과 장동혁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상장폐지 검토까지 요구했고, 한국은행도 국회 서면 답변에서 특정 종목 쏠림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6%에서 최근 55%까지, 거래대금 비중은 28%에서 63%까지 뛰어올랐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당국도 뒤늦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그때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며 개인적으로 반성한다고 공개 언급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환율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보완 여부는 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감원이 참여하는 '시장상황점검회의(F4)'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변동성을 레버리지 ETF 하나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글로벌 반도체주 쏠림, 외국인 매도세, 미 연준 금리 불확실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대내외 변수가 겹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품이 상장된 5월 27일 이후 발동된 사이드카가 24차례로 올해 전체의 45%, 서킷브레이커는 5차례로 63%를 차지한다는 수치는 이 상품의 증폭 효과를 부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상장된 상품을 강제 청산하면 투자자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고, 15조 원 규모 순자산 청산 과정에서 오히려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2011년 ELW 과열 당시처럼 상품을 없애는 대신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도 검토 중이다.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약 5000만원 선으로 올리고, 2시간에 불과한 사전 교육을 30시간으로 늘리며 모의거래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 추가 신규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여의도 "레버리지 없앤다고 문제 해결 안 돼"

폐지론이 힘을 얻는 것과 별개로, 시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여의도의 한 투자자문 관계자 A 씨는 환율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넉 달 만에 상품을 밀어붙인 것도 잘못이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해서 다시 상장폐지하는 것 역시 시장 신뢰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A 씨는 상품 자체보다 정책의 태도 변화를 문제 삼았다. "상승장에서는 반도체 비중 확대를 부추기던 분위기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마자 폐지 쪽으로 급선회하는 건 일관성이 부족한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동성과 투기적 성격은 주식시장에 원래 내재된 속성"이라며 "상품을 없애기보다 각자가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을 스스로 가늠하도록 돕는 게 더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를 환율 안정 목적으로 상장시키는 방안이 처음 거론됐을 때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며 "환율을 잡겠다는 표면적 목표는 애초에 달성되기 어려운 구조였고,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려 성과로 내세우려 한 목적이었다면 그 또한 실현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제도를 수시로 바꾸면, 그 자체로 국내 자산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고 시장 매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B 씨 역시 당국의 대응 방식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B 씨는 "국내에서 규제로 막아버린다 해도 투자 수요는 결국 국경을 넘어 해외 상품으로 옮겨갈 뿐, 근본적으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20배, 최대 50배까지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까지 나와 있다. 국내 규제가 아무리 강해져도 이런 상품에 접근하는 투자자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차라리 국내 제도권 안에서 두 배 수준으로 관리 가능한 상품을 규제하는 게, 아예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고배율 해외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며 속전속결로 도입한 상품은 정작 환율에는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증시 변동성과 정책 신뢰를 둘러싼 논란만 키웠다.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도입 과정과 정책 판단의 책임까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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