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레베카 윈스럽 브루킹스연구소 보편교육센터 센터장 | “AI를 고려하고, 활용하며, AI에 대처하는 교수법 도입 시급”

“‘인공지능(AI) 표절’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건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언제나 학생이 한 발 앞서갈 것이다. 그런 대응 방식은 교육자와 학습자의 관계를 ‘대립’으로 이끌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레베카 윈스럽(Rebecca Winthrop)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보편교육센터 센터장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생성 AI(Generative AI·이하 AI로 표기)의 확산이 교육 현장에 가져온 문제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윈스럽 센터장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는 ‘AI와 교육에 관한 글로벌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으며, 2012년 출범한 유엔의 글로벌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기술 자문단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주요 20개국(G20) 교육 태스크포스와 세계경제포럼(WEF) 교육 분야 글로벌어젠다위원회 등 수많은 글로벌 교육 이니셔티브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해 왔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정부·학교와 협력하며 수백 편의 보고서와 글을 집필했다.
윈스럽 센터장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어떻게 공부하게 만들 것인가(The Disengaged Teen)’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검증된 콘텐츠와 적절한 교수법을 기반으로 도입한 AI는 수업 효율을 높이고, 학습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식의 평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서도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해 글 쓰는 작업을 학생이 일상적으로 AI에 맡기게 되면, 사고와 학습이 발달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걱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AI가 교육 현장에 가져온 변화, 어떻게 보고 있나.
“고등교육 전반에서 AI를 충분히 활용하는 교육과 그러지 않은 교육 간 경험 차이가 이미 두드러진다. AI를 전략과 목표를 잘 세워 사용하면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과학자가 학술 연구에 AI를 사용한다고 해서 연구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 AI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학습이 멈춰 버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는 증거가 있나.
“학생이 에세이를 작성하는 동안 뇌 활동 변화를 모니터링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2025년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AI에 의존한 학생은 기억력과 창의성 관련 신호가 약했으며, 그들이 쓴 글도 질이 낮고 획일적이었다.”
교육 현장에서 AI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잘 구분해야 할 것 같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AI와 교육에 관한 글로벌 태스크포스’를 이끌면서 적어도 초·중등 학생의 경우에는 AI가 학습과 발달에 미치는 위험이 이점을 압도한다고 판단했다. 이점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검증된 콘텐츠와 적절한 교수법을 기반으로 도입한 AI 활용은 교사의 수업 효율을 높이고, 학습자에게 더 도움 되는 방식의 평가를 가능하게 하며,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 학습자가 수업에 더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신경다양인은 뇌의 정보 처리 방식과 인지 특성이 다수와 다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학습 목적으로 설계하지 않았거나 아동에게 안전하지 않은 AI 챗봇과 장시간 토론이 대표적이다. 학생이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노력을 덜 하고 이 같은 도구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면 읽기와 쓰기, 비판적 사고 능력 저하는 물론, 깊이 있는 지식 습득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동료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피드백을 수용하는 등 사회적 능력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생은 프롬프트(명령어) 입력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모르는 학생이 어떻게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는가.”
추론 과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AI의 특징인데, 거기에 많이 의존하면 사고력에 좋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과거의 혁신 기술은 주로 콘텐츠를 전달하거나, 거기에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AI는 콘텐츠를 생성하고, 추론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며, 인간 사이 상호작용도 모방할 수 있다. 정보 접근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인지적 작업 주체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해 글 쓰는 작업을 일상적으로 AI에 맡기게 되면, 사고와 학습이 발달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어떻게 하면 AI 기술의 긍정적인 요소를 취합해 커리큘럼과 교수법, 평가 방식 등에 접목할 수 있을까.
“AI 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장점을 수용하고 단점을 제어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AI 표절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건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언제나 학생이 한 발 앞서갈 것이다. 그런 대응 방식은 교육자와 학습자 간 관계를 ‘대립’으로 이끌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보다 지식 습득과 적용을 더욱 긴밀하게 연계하는 방향으로 교수·학습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법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기업과 시민단체, 지역사회 간 상호작용을 훨씬 더 긴밀하게 연계해 교과과정과 교수법, 평가에 반영하는 식의 노력 말이다.”
AI 시대 교수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AI를 고려한 교수법’ ‘AI를 활용한 교수법’ 그리고 ‘AI에 대응하는 교수법’을 도입해야 한다. 학생이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AI를 통해 속일 수 없는 수업이나 과제를 설계하는 것이 AI를 고려한 교수법의 핵심이다. AI를 활용한 교수법은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거나 그 과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AI에 대응하는 교수법은 대면 대화와 협업, 독자적인 생각을 키우는 활동 등 AI가 해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지식 중심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떤 경우에도 지식 습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전문 지식은 창의성의 기반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변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건 간에 전문 지식은 학생이 기술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요소로 역할을 할 것이다.”
AI의 확산으로 대졸 신입사원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학은 학생이 온라인 세상의 작동 원리와 AI 개발 관련 윤리적 이슈를 이해하고 효과적인 AI 활용 전략을 수립하도록 도와야 한다. ‘질문을 잘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AI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문·철학적 사고 능력을 말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기업,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교실에서도 업무 환경과 비슷한 깊이로 학습할 수 있는 통합형 교육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수업이 실제 사회 경험과 연계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AI 시대에도 인문학의 중요성은 변함없다는 뜻인가.
“내 동료 중 하나가 ‘과학은 공룡을 되살리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탁월하다’고 했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인문학은 애초에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역량은 ‘AI 문해력’을 기르고,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하고, 실제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필수적이다. 이 강력하고 새로운 기술(AI)의 방향을 주도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와 기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훈련된 인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런 인재 양성에 필수 요소인 인문학의 중요성은 AI 시대에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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