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판매량의 이면①] 음반 판매량으로 힘든 건 중소 기획사뿐?

최현정 2026. 7.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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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상반기 전체 음반 판매량은 역대 최고
대형 기획사 쏠림 현상에 중소 기획사는 소외
'양질의 콘텐츠' 부족 지적도

2026년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업 음악 제작자들은 오히려 예년보다 더 음반이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K팝 음반을 판매하는 매장의 모습이다./더팩트DB

2026년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이 4953만 장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유일하게 연간 총 판매량 1억 장을 넘긴 2023년(4617만 장)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정작 현업에 종사하는 음악 제작자들은 '역대급으로 앨범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앨범 제작자, 유통업체, 집계사를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업계에서 2026년은 굉장히 이상한 해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2026년 K팝 업계는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어야 하지만 정작 현업에 종사하는 제작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렵다'는 말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반집계사 한터차트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K팝 음반의 총 판매량은 약 4953만 장으로 이는 연간 총 음반 판매량 1억 장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3년 같은 기간 판매량(4617만 장)보다 더 높은 기록이다.

이 때문에 집계사에서는 추세를 이어 간다면 두 번째 연간 총 판매량 1억 장 돌파는 물론 역대 연간 최고 판매량까지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직접 앨범을 만드는 제작자의 의견은 달랐다. 이 수치는 대형 아티스트가 상반기에 몰리면서 만들어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대부분의 중소형 기획사의 앨범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2026년 상반기에는 K팝 보이그룹, 걸그룹 첫손에 꼽히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컴백이 있었고, K팝 음반 판매량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는 대부분 3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1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팀도 17팀이나 된다. 반면 중소 기획사 소속 중에서는 30만 장은커녕 1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그룹도 손에 꼽는 수준이다.

이처럼 중소 기획사 그룹의 음반 판매가 어려워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언급됐다. 대다수의 K팝 그룹들이 엇비슷한 콘셉트를 들고나오면서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었고 K팝의 주요 판매처였던 동남아와 중국 시장의 구매력 축소도 큰 이유로 지목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가 K팝 음반 판매의 독특한 유통 구조였다. 현재 K팝 음반 대부분은 흔히 '벤더사(Vendor)'라고 불리는 중간 유통사를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벤더사가 대량으로 음반을 도매 주문한 다음 이를 다시 자체적으로 구축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하거나 팬사인회, 팬미팅 등 이벤트와 연계해 음반을 판매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벤더사의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중소 기획사의 앨범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 가요 제작자 A씨는 "확실히 1, 2년 전보다 벤더사의 음반 주문량이 줄었다. 예를 들어 기획사에서는 10만 장을 요청해도 벤더사에서는 5만 장만 주문하는 식이다"라며 "현재 유통 구조상 벤더사가 받는 물량이 줄면 앨범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벤더사가 주문량을 줄이는 이유는 '앨범이 팔리지 않는 이유'와 대동소이하다.

2026년 상반기는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대형 아티스트의 컴백이 대거 몰렸다. 이는 같은 기간 음반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송호영 기자

A씨는 "K팝 소비가 많았던 동남아나 중국 등 해외 판매량이 줄었던 것이 크다고 본다"며 "올해 초 동남아 국가에서 K팝 불매운동이 있었던 영향도 있고, 앨범이나 팬미팅 티켓, 굿즈 등 K팝 관련 상품들이 너무 비싼 것도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슷한 콘셉트의 그룹이 많아지면서 변별력은 떨어졌는데, 티켓이나 굿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당연히 구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두고는 제작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중소 기획사의 자금력과 기획력을 대형 기획사의 그것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지금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모두 나왔다.

가요 관계자 B씨는 "중소 기획사의 자금력은 당연히 대형 기획사와 차이가 난다. 그만큼의 기획력과 완성도, 마케팅을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중소 기획사는 성공한 콘텐츠나 콘셉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나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지금 주식시장을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 않나. 올해 가요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형 기획사는 음반 판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반 판매량이 줄어도 버틸 수가 있다. 하지만 중소 기획사는 음반 판매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반 판매량을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유행을 따르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제작자 C씨는 "허투루 사용하는 자금만 줄여도 완성도는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C씨는 "단적인 예로 '투자를 받으면 대표의 차부터 바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기획사들이 자금을 체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며 "게다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거품이 너무 많이 끼었다. 실력이 아니라 이름값을 보고 돈을 쓰니까 그렇다. 당장 제작비가 부족한데 이름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스타일리스트에게 수천만 원씩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다른 예로 SM의 현진영, JYP의 박진영, YG의 세븐, 빅히트의 이현 등 성공한 기획사를 보면 굵직한 솔로 아티스트들이 있었다"며 "솔로 아티스트의 경우 예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리스크가 적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경영과 기획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성공한 기획사는 이런 식으로 연구과 분석을 선행했기에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우고 그룹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기획사는 연구와 분석 없이 그저 인기와 유행에 편승해 그룹을 데뷔시키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 기획사 제작자들은 동남아와 중국 등 해외 수출이 감소한 것을 음반 판매량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더팩트DB

C씨는 "결국 벤더사가 받아주지 않아서 앨범이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팔리지 않으니까 받아 주지 않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중소 기획사의 콘텐츠를 점점 더 외면하고 대형 기획사에만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이켜보는 통렬한 자아성찰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작자는 중소 기획사의 앨범 판매 감소 원인으로 '양질의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벤더사에서는 현재 K팝 음반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계속>

[음반 판매량의 이면②] 'K팝 앨범 판매의 중심' 2차 유통사의 입장

[음반 판매량의 이면③]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집계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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