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김어준씨 쫄지 마세요 2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7. 12. 23: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 개업식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다. /원선우 특파원

지난달 ‘오메가 열돔’ 폭염으로 유럽 전역에서 약 2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에도 유럽은 에어컨 보급률이 20%에 불과해 전 세계의 조롱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의 좌파 부시장은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도 지구 온난화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더위도 남 탓이냐”는 비난이 거셌지만, 기후 위기를 에어컨이나 비웃음으로 해결할 수 없음도 명확했다. 2024년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순위(비율)는 한국이 9위(1.48%), 프랑스는 25위(0.69%)였다.

유럽이 폭염에 시달릴 때, 파리에서 한식당 개업을 준비하던 김어준(58)씨는 “파리에선 에어컨 하나 다는 게 너무 어렵지만 우린 달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한국 사람이잖아, 에어컨이 빵빵하고 아주 시원하다.” 연 매출 450억원이 넘는 딴지그룹 총수 김씨가 기후 위기까지 고민하는 진지한 진보·좌파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진보의 재탄생’(2010)에서 노회찬 의원에게 ‘진보는 꾀죄죄하고 루저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유럽의 ‘꾀죄죄한 더위’는 역시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한국 넘버원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씨 식당 홈페이지의 불어 소개 문구다. 평생 기득권에 맞서는 반대자를 자처하며 부와 명성을 쌓은 ‘진보 교주’(프레시안)의 정체성은 정작 주류의 승인을 갈망하고 있었다. 개업 현장에서 “욕하는 기사 쓸 거잖아”라며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영업권 인수금이 4억7000만원이라는 기사에 “내 사업 건들면 100만 배로 금융 치료하겠다”고 발끈하는 모습. 지킬 재산이 너무 많아 소심해진 갱년기 남성 같았다.

‘합리적 의심, 냄새가 난다’ 10자(字) 주문으로 온갖 음모론을 퍼뜨리던 그가 단순 사실 보도에 이리 예민한 이유는 뭘까. 공격의 화살이, 자신을 ‘탈탈 털었던’ 이명박·박근혜·윤석열의 후임자에게서 날아올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일지 모른다. 실제 ‘뉴이재명’ 진영은 “김어준씨, 파리에서 식당이나 하세요”라는 반응이다. “자기는 실컷 음모론 펼치고, ‘파리 식당 궁금증’엔 발끈한다.”(‘나꼼수’ 옛 동지 김용민) “‘음모론의 아버지’라는 분이 왜 그러나. 연 매출이 포르쉐 100대를 사고도 남는데.”(‘촉법 평론가’ 정민철)

14일은 김씨의 이동재 전 기자 명예훼손 사건 1심 선고일이다. 2년 전 재판에 나와 최강욱씨 탓을 하는 그를 향해 ‘김어준씨 쫄지 마세요’라는 칼럼이 본지에 실렸다. 선고 결과(구형 징역 1년)가 어찌 되든, 위축되지 마시라. ‘70억 딴지 사옥’은 고층 주상복합 재개발이 예정됐고, 통일교의 영감상법(靈感商法)이 떠오르는 ‘털보 굿즈’는 계속 잘 팔리며, 파리 한식당엔 한국 신도들의 ‘별점 조공’이 꾸준하다. 로망은 건재하지 않은가. 법원 포토라인에서 “쫄지 마 시✕”이라고 외치는, 왕년의 김어준다운 패기를 다시 보고 싶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