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공모 앞당기고 AI융복합 예술 지원…과감한 혁신

- 공모 시점 11월서 4개월 앞당겨
- 예술단체 공연설계 어려움 해소
- 타지역 앞선 부산문화재단 대응
- 소액다건·단순 창작지원 탈바꿈
- 확장과 확산, 장기적 성장 지향
- 급변하는 사회·예술환경에 응전
- 지속적 예산 확대가 변화 디딤돌
- 올해 문학 분야 해외유통 첫시도
- 융복합 분야 큰 관심·수요 확인
이 시리즈 ‘부산 예술 지원 패러다임이 바뀐다’ 취재 중 또 한 가지 큰 변화가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산문화재단은 내년(2027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가운데 ‘우수예술’의 공연 부문 상반기 공모 공고를 예년보다 크게 앞당겨 이달(7월) 중 낼 계획이다. 부산에서 보통 이 공고는 전년도 11월에 나온다. 2027년 우수예술 공고라면, 2026년 11월께 뜬다는 뜻이다.
문화재단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 연도 공연 분야 상반기 지원사업 공모를 최대한 앞당겨 내는 일은 전국 문화재단을 포함한 공공 예술지원기관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단체가 이듬해 상반기에 공연할 무대를 확보할 ‘주요 공연장 대관 심사’가 대체로 전년도 10월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행 관례대로 내년도 상반기 우수예술 사업 공모가 전년도 11월에 나가고 이듬해 1월 이후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두 가지 어려움이 오래도록 풀리지 않은 채 지속됐다고 한다.
첫째 신청하는 예술단체(예술가)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공연 설계를 하는 데 애로를 겪는 기간이 길다. 둘째 상반기 공연장 가동률이 낮은 현실과 하반기 공연장 대관 전쟁이 치열한 현황을 개선하기 힘들다. 이런 고질을 완화하려면, 내년도 상반기 공연예술 공모를 앞당기는 방법을 쓰면 되는데 전국 차원에서 왜 좀체 개선되지 않았을까. 재단 측은 “행정·예산상 난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이 이런 변화를 준비한다는 데 대해 안팎에서 ‘커다란 혁신’이라는 소감이 나오는 이유다.
▮왜 바꾸는가

상편 ‘변화의 현장’(국제신문 지난 6일 자 6면)에서 현재 부산 문화예술지원 체계에 단순 창작 지원을 넘어 확장·유통·연계성 등을 키워드로 한 변화가 활발히 일어나는 중이라고 짚었다. 변화의 리스크를 무릅쓰고 이듬해 상반기 공모를 앞당겨 내려는 시도에서도 1년 단위의 공연 흐름과 상호 연계성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문화재단은 왜 쉽지 않은 이런 일련의 변화에 매달릴까?
이에 관해서는 부산의 공적 문화예술지원사업 역사를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됐다. 문화재단 안재홍 창작지원2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문화재단이 출범한 2009년부터 오랜 기간 현재 우수예술지원사업에 해당하는 문예진흥기금(문진금) 업무를 맡았다. “2009년 문진금 업무를 처음 접했을 때 총예산이 17억9800만 원이었고 이 액수가 4, 5년 이상 바뀌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 7개 장르 신청 상황을 쫙 펼쳐놓고 심사하는 모습을 참관했습니다. 신청은 매우 많았고, 거의 소액다건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2026년 부산시의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 총액이 95억 원이고, 그중 우수예술지원사업 예산이 약 65억 원이니 격세지감이 있다. 철저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소액다건, 단순 창작 지원’ 중심으로 지원은 한동안 이뤄졌다. 지금은 입체화·다각화·다양화 원리를 중심에 놓고 확장(기술·융합·교류 등)과 확산(유통)과 장기 관점의 성장을 지향하는 변화를 도모한다. 이 큰 변화의 배경에는 우선 사회와 예술 환경 급변에 따른 응전 측면이 있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가만있지 않고, 응전

문화재단 서환규 청년융합예술팀장은 AI를 포괄하는 기술기반융복합 부문을 예로 들어 들려줬다. “여러 다른 지역 기관이 10여 년 전부터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AI 키네틱아트(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기술 기반 예술 장르) 등 융복합 분야에 우리보다 빨리 주목한 경향이 있습니다. 문화재단은 그간 이를 다원예술 지원 범주 안에서 다뤘는데, AI 급발전과 예술가의 도전이 급속히 닥친 거죠. 다소 늦었지만,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문화재단은 기술기반융복합 지원 부문을 올해 신설해 ‘부산문화예술지원체계 3.0’에 넣었다. 공모를 거쳐 3개 팀이 선정됐다. 분야에 따라, 다른 시·도는 앞서간다. 초창기 단순히 창작을 지원하는 데 주목하던 전국 문화재단의 구실과 기능은 ‘지역 예술·문화 발전을 위한 판을 짜고 방향을 설정하는’ 쪽으로 확장됐다는 건 문화 부문 전문가의 중론이다. 큰 틀에서 ‘이끌어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단순 창작 지원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되 핵심 원리는 아닌 시대, ‘3.0’은 나올 수밖에 없는 대응이었다”는 점이 재단 측 설명이다. 어떤 변화는 2019년 개원한 문화재단 내 정책연구센터의 지원 정책 변화 연구에서 시작해 꾸준히 이뤄졌고, 우수예술사업의 공연예술 부문 공모를 앞당기는 등의 과감한 시도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제시되는 등 과정과 방식은 다양했다.
▮내부 공감대와 예산이 큰 구실
재단의 연륜이 쌓이면서, 문화재단의 현장 담당자들의 고민이 ‘3.0’에 반영된 흐름도 취재 과정에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수의 현장 실무자는 “예비 예술가들에게 미리 주목해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창작 준비부터 유통·확산을 중시하는 방향, 신진에 대한 배려 등 여러 방안에 실무 스태프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예산은 결정적 구실을 했다. 안재홍 팀장은 “2022년 45억 원에서 2026년 95억 원으로 커진 예산 규모가 시스템 변화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단은 이런 환경에 힘입어 최근 몇 년 과감한 시도를 했고, 지난해 발표한 ‘3.0’을 올해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올해 신설된 부문에 선정된 예술가를 직접 만나봤다. 지난달 23일 ‘유통 연계-문학 준비’ 부문에 처음으로 뽑힌 작가 5인 가운데 김헤니 시인, 박향 정광모 임성용 소설가가 문화재단 배움방에 모였다.
처음 시도한 ‘유통 연계-문학 준비’는 ‘외국 유통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 응모한 작가들은 유통을 뒷받침할 출판사와 짝을 이뤄 응모해야 했다. 이 사업은 선정된 작가의 문학 작품 시놉시스를 전문가가 번역해 외국 출판사에 제시할 자료를 만들고, 북페어에 참여하는 등 부산 작가 작품이 어떻게든 알려지도록 ‘준비’를 돕는다. 김헤니 작가는 작품 ‘스프링 에나멜 컬러풀’을 프랑스어로, 박향 작가는 ‘에메랄드궁’, 정광모 작가는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임성용 작가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들’을 영어나 일본어로 소개하는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첫 시도가 창출한 기회
시각예술 부문 금진 작가는 동료 예술가들과 꾸린 ‘구구절절’팀과 함께 ‘아이라카이’라는 프로젝트로 재단이 처음 도입한 ‘기술기반융복합 ’ 부문에 선정됐다. 이 부문에는 예상보다 많은 43개 팀이 응모한 가운데 3개 팀만 뽑혔다. 서환규 팀장은 “응모한 단체의 첨단기술과 작품 세계가 놀랄 만큼 다양해 큰 관심과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진 작가는 “AI를 도구로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팀원들의 소통과 예술의 숨결 그리고 발상을 살리는 데 활용하는 ‘부산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청년 지원 부문에 뽑힌 김혜지 문화예술기획 옳타 대표, 공연 단체 뽕잡화점 박소희 대표도 “일회성이 아니라 준비 단계부터 시작해, 결과물에 앞서 과정을 중시하며 유통과 확장을 도모하는 사업인 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모든 새로운 시도에는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인 만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예술가들과 그런 시도를 주도하는 문화재단 앞에 어떤 일이 아직은 생길지 모른다.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있으면’ 아무런 진전도 이룰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지금 부산 문화판은 변화의 물굽이에 올라 있다.
※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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