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메모리 수요 폭발 … 美 공장도 검토"
"고객사들 5~6배 공급 원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일축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을 이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피크아웃론'을 일축하며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경기순환적 분야로 꼽혔던 반도체 산업이 이제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해 구조적 변화를 맞이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으로 265억달러(약 40조원)를 한꺼번에 조달했다.
ADR은 거래 첫날 공모가(149달러)보다 13% 가까이 급등한 168달러로 마감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CNBC·블룸버그TV 인터뷰와 한국 기자간담회까지 소화한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엄청나게 늘고 있고, 현재로서는 수요가 둔화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와 내년의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고대역폭메모리(HBM)나 기존 D램 분야 모두에서 수요가 (공급에 비해) 폭발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서서히 고점에 도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주가가 일시 조정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AI를 통한 구조적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며 "옛날과 같은 공급 과잉 패턴의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해졌다. 지금은 수요와 공급의 차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많은 파트너와 고객이 더 많은 칩을 원하고 있다"면서 "5년 내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고객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오히려 5~6배 수준의 공급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메모리 수요가 2030년대까지도 공급을 계속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또 미국 정부가 현지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 "메모리 팹을 지으려면 대규모 시설에 맞는 전력, 깨끗한 물, 용지라는 조건이 필요한데 그런 장소가 있다면 미국이든 전 세계 어디든 상관없다"며 "(미국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를 메모리 업체에서 벗어나 메모리 서비스 업체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단순한 메모리 제조업체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형 메모리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는 이 분야가 우리가 집중할 또 다른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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