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초고압케이블 4년치 완판…변전소용 변압기는 5년전 주문
AIDC 수요에 노후 교체까지 겹쳐
배전반·케이블 등 대기 시간 급증
올해 美 데이터센터 용량 절반 연기
블랙록 “병목 있는 곳에 투자 기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변압기 등 전력망 장비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장비를 지금 당장 주문해도 4년 후에나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AI 산업의 병목현상이 칩을 넘어서 전력망 장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AI 인프라의 급격한 확충과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변압기와 승압기 등 전력망 주요 부품들의 납기가 1~2년에서 3~4년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컨설팅 기업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의 발전기용 승압 변압기 수요는 274% 증가했으며 변전소용 전력 변압기 수요는 116% 증가했다. 이런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발전기용 승압 변압기의 리드 타임(주문 후 제품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2024년 평균 143주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60주(약 3년 1개월)를 돌파했다. 고압 차단기의 리드 타임은 2023년 77주에서 지난해 하반기 125주로 급상승했다. PwC 미국캐피털프로젝트·인프라 부문 책임자인 대릴 월크로프트는 “일부 대용량 변압기의 경우 납기가 최대 4년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변압기·차단기 외에도 배전반과 전선 등 전력망 관련 부품들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중고압 배전 설비 부품인 금속 피복 공기 절연 장비는 주문 후 80~110주에나 받을 수 있고 가스 절연 배전 장비는 납기가 90~130주에 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프리즈미안과 넥상스·NKT 등 해저 초고압케이블 생산 업체들은 최대 2029년까지 주문이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급증은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벤 부셰 우드매켄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내년 한 해 동안 변압기 비용이 사양에 따라 약 4%에서 최대 1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인프라 개발 업체들은 시장 진출 타이밍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장비 확보 가능 여부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전했다.
우드매켄지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이 현재 약 24GW(기가와트) 수준에서 2030년 110GW까지 늘어날 것이며 이 기간 동안 전기차보다 8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시나리오하에서 전력 장비 시장 내 데이터센터 점유율은 2020년 2% 미만에서 2030년 최대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알리안츠리서치는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핵심 전력 장비의 공급 부족률은 약 30%에 달한다”며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족, 숙련 건설 인력 약 43만 9000명 부족, 복잡한 인허가 절차까지 겹치면서 올해 미국에서 계획된 약 12GW의 데이터센터 용량 가운데 거의 절반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전력 업계에서는 신규 프로젝트에 5년 앞서 전력망 장비를 구하는 등 조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즈빌전기유틸리티는 “과거에는 프로젝트 1년 전쯤 장비를 조달했지만 변전소용 대형 변압기는 프로젝트 개시 5년 전부터 주문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전문 사모펀드(PEF)의 투자금도 몰려드는 중이다. 브룩필드는 지난달 30일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 기반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를 기존 50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에서 250억 달러(약 34조 6000억 원)로 5배 확대했다.
벤 파월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투자 부문 책임자는 최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글로벌 투자 전망’에서 “인프라 부문의 경우 기회는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곳 가까이에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시스템, 물류, 자원 및 디지털 인프라가 이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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