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뉴욕타임스’에 전쟁을 선포한 이유
10년 추적한 기자에 ‘구더기’ 막말…150억 달러 소송까지
FBI까지 나서자 美언론계 발칵…“수정헌법 정면으로 위배”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뉴욕타임스(NYT)의 오랜 악연이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한 NYT 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경고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는 새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보안 문제를 보도한 NYT 기자들을 상대로 정보 유출 수사에도 착수했다.

"구더기 기자" 트럼프-하버먼 '악연의 굴레'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매곳 해거먼은 10년간 나에 대해 잘못된 보도를 일삼으며 생계를 이어왔다"며 "실패한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한 우리의 수십억 달러짜리 소송이 법정에 가게 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하버먼의 이름을 '매곳 해거먼'이라고 비틀어 표현했다. '매곳'(maggot)은 구더기를 뜻한다. '해거먼'(Hagerman) 역시 마녀나 노파를 의미하는 '해그'(hag)를 연상하도록 의도적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방은 하버먼이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체적·인지적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붙었다. 하버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일본 이슬람공화국'으로 잘못 말한 사례를 거론하며 "그 행정부 안에서 그의 건강은 블랙박스와 같다"며 "그들은 정보를 점점 더 적게 공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월터 리드 국립 군의료센터에서 완벽한 신체검사를 마쳤고 6개월마다 검사받는다"며 "또 한 번의 인지 능력 검사를 요청했는데, 이를 세 번이나 요청한 대통령은 내가 유일하고 모두 만점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버먼과 함께 책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쓴 NYT 기자 조너선 스완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을 두고 "지루하고 가짜 뉴스가 90%"라고 주장하며 "워싱턴DC에서 '매곳'과 그의 하수인 조너선 스완을 포함해 이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스완은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할 때 언제든 카메라 앞에서 또 다른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와 함께 《정권 교체》가 아마존 이달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7월5일 주간 1위에 오른 화면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하버먼의 악연은 2016년 대선 때부터 본격화됐다. 하버먼은 2015년 NYT에 합류해 트럼프 대선 캠프와 1기 행정부를 집중 취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측근들의 움직임을 잇달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먼의 보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여러 차례 인터뷰에 응하는 등 밀고 당기는 관계를 이어왔다.
갈등은 하버먼이 2022년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부동산 사업가 시절부터 백악관 입성 이후까지를 다룬 책 《사기꾼》(Confidence Man)을 출간하면서 더욱 격화됐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먼을 '매곳'이라고 부르며 책 내용을 "가짜"라고 공격했다.

NYT 향한 압박에…美언론계 "언론 자유 공격"
트럼프 대통령과 NYT의 충돌은 개인적인 설전을 넘어 소송전으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NYT와 기자들,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를 상대로 15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최초 소장을 부적절한 형식이라며 기각하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같은 해 10월 수정 소장을 다시 제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 형성과 세금 문제를 다룬 NYT의 2018년 보도를 문제 삼아 신문사와 기자들을 고소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2024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NYT 측 소송 비용 약 39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 에어포스원의 보안 문제를 둘러싼 NYT 보도가 양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NYT는 카타르로부터 받은 보잉 747-8 기종의 새 전용기가 첨단 미사일 방어 능력 등 필요한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이후 기존 에어포스원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백악관의 지시를 받은 FBI와 법무부는 정보 유출 수사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해당 보도에 참여한 NYT 기자 4명에게 연방 대배심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으며, 일부 기자의 자택에 연방 요원을 보내 소환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기자들이 표적이 아니라 기밀 정보를 유출한 사람들이 표적"이라며 국가안보 침해 가능성을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데이비드 맥크로우 NYT 수석 부사장은 "연방 법 집행 요원들이 기자들의 집 문 앞에 나타나는 모습은 헌법과 헌법이 보호하는 언론의 자유를 믿는 모든 미국인의 양심을 뒤흔들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계도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 자유'를 옥죄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 전국언론인클럽(NPC)은 성명을 내고 "연방 요원들이 기자들의 집까지 찾아와 소환장을 전달하는 것은 통상적인 법 집행이 아니다"라며 "수정헌법 제1조의 핵심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언론 자유에 대한 이례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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