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세계유산 1주년 ‘반구천의 암각화’…관광 인프라 확충 과제로

고은정 기자 2026. 7. 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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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1년…반구천의 암각화 현장 가보니]
관람객 증가에도 화장실·매점 없는 관람 환경
셔틀버스 저조한 이용률 접근성 개선 요구 확산
주민 “체류형 관광·교통 대책 시급” 한목소리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앞둔 지난 11일 폭염에도 각지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찾은 방문객들이 반구대 암각화 속 선사시대의 모습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수화 기자
국보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암각화를 아우르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이달 16일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는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0일 오전, 평일인데도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로 향하는 길에는 태화중학교 학생들과 서울에서 세계유산 스탬프투어를 온 관광객 등 많은 방문객들이 함께였다.

하지만 이날 현장을 둘러본 결과, 세계유산의 가치만큼 방문객을 맞을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화장실은 멀었고, 물 한 병 사 마실 곳도 없었다.

암각화박물관과 현장의 해설사들은 "비가 와도 찾는 사람이 많고 세계유산 투어객도 꾸준히 방문한다"면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관련해 불만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33도까지 올랐지만, 실제로 암각화 현장 주변에는 음료를 마실 자판기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큰 불편은 화장실이었다.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 인근 화장실은 지난 5월 철거됐다. 현재 이용 가능한 공중화장실은 전망대에서는 약 700m, 뙤약볕 아래 15분가량을 걸어야 하는 거리다.

게다가 기자가 직접 들어가 본 공중화장실은 습기가 가득해 불쾌감이 저절로 올라왔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여름과 한겨울을 고려하면 근거리에 냉난방 시설을 갖춘 쾌적한 화장실이 필요해 보였다.

교통 접근성도 여전히 숙제였다. 반구대 암각화 공영주차장은 박물관과 암각화 현장에서 떨어져 있고, 순환버스는 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 8차례 운행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보니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해 이날 암각화박물관 주차장도 일찍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반면 공영주차장에는 단체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들만 세워져 있었다.

올 4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순환버스 기사에 따르면 이용객은 평일 하루 20명 안팎, 주말에는 70~100명 수준이다. 하루 8차례 운행을 고려하면 평일에는 회당 평균 2~3명이 타는 셈이다. 실제 이날 기자가 4시간 동안 확인한 셔틀버스 이용객은 3명에 불과했다. 관람객 수에 비해 이용률이 낮은 것은 한 시간이라는 긴 배차 간격과 일반 시내버스와 배차시간 연계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전국의 세계유산을 둘러보고 있다는 김선화(51·서울) 씨는 교통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다. 김 씨는 KTX 울산역에서 암각화박물관 앞까지 바로 오는 383번 버스가 드물어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결국 313번을 타고 구량천전정류소에 내려 순환버스로 갈아타고 왔다. 그는 "긴 시간이 걸려 와보니 편의시설이 부족한 데다 망원경으로 봐도 암각화 형상을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 여러모로 아쉬웠다"고 말했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앞둔 지난 11일 폭염에도 각지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찾은 방문객들이 반구대 암각화 속 선사시대의 모습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수화 기자
관람 환경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지난 10일 암각화 현장에는 AI 기반 XR망원경 4대가 새로 설치됐다. 울주군은 배율 100배 확대와 4개 국어 해설을 지원한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 시범 사용해 본 관람객들은 "기존 망원경보다 얼마나 잘 보이는지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암각화 실물을 확대해 위치와 문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형 LED 화면으로 실시간 영상을 보여준다든지, AR 해설 등 보조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7~8월에 암각화에 근접할 수 있는 현장 도보 프로그램('반구천을 누비다')이 운영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오전이나 해 질 무렵을 활용한 여름철 특별 도보 프로그램 등 기후에 맞춘 대체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같은 세계유산에 포함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주차공간도 없고 대형버스가 회차할 공간이 없어 단체 방문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라는 것도 문제다.

이날 만난 반구마을 주민들은 관광객 증가를 반기면서도 생활 불편을 호소했다. 최원석씨(집청정 대표)는 "박물관에서 삼거리까지 차량이 몰리면서 좁은 길에서 교행이 되지 않아 사람과 차가 뒤엉킨다"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우회도로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류형 관광객이 없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마을 카페와 휴게공간, 지역 농산물과 기념품 판매, 주민 해설사와 체험 프로그램 등 주민 주도형 콘텐츠를 통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도록 하는 상생 모델이 필요하다.

한편 울주군은 암각화 현장 화장실 문제와 관련, "분뇨차 진입이 어려워 기존 암각화 현장 인근 화장실을 철거했고 현재 추가 설치 계획은 없다"면서도 "관람객 불편이 계속 접수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물관에서 암각화 현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반구천 우회도로를 올해 말 착공해 내년 말 준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도 편의시설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명승구역이라 시설 설치에 제약은 있지만 휴게공간을 조성 중인 반구대 암각화 진입로 인근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난 2025년 7월부터 1년간 관람객은 11만 7,372명으로, 전년도보다 약 56% 증가했다.

오는 19~29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가운데 17일에는 허민 유산청장, 이길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장, 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 등이 100명 내외의 세계유산 현장관리자와 내외신 기자단과 함께 울산전시컨벤션센터와 암각화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