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호 대구시장, 계엄 표결 방해 책임 벗는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추경호 대구시장(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재판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핵심 근거로 제시해 온 '추 당시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국회 대신 당사로 집결시켜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당 지도부였던 안철수 의원이 법정에서 정면으로 다른 증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구 시정에 바쁜 추 시장의 어깨가 한층 가벼워졌다.
안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공판에서 "국회가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당사로 모이라고 한 것은 한동훈 당시 대표였고, 이후 추 원내대표도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고 증언했다. "추 원내대표가 한 대표의 국회 소집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당사 집결을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도 덧붙였다. 이어 당시 시간대별 공지 기록까지 공개하며 자신의 증언이 객관적 자료와 부합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동훈 의원은 "사실 왜곡"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국회 출입이 경찰에 의해 차단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당사를 집결지로 안내했을 뿐이며,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국회로 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장소 변경을 지시했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인 만큼 한 의원이 직접 법정에 나와 해명하는 것이 옳다.
분명한 것은 검찰이 제시했던 기존 공소 논리가 상당 부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최초 당사 집결 결정이 추 시장이 아니라 당시 당 대표의 판단이었다면, '추 시장이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핵심 전제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는 추측이나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 증거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번 증언 하나만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전체가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소한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기 위해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당사로 불러 모았다'는 기존의 책임론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안철수 의원의 증언은 적어도 추 시장에게 덧씌워졌던 '표결 방해 책임'에서 벗어날 중대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