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만 구독자' 닥터프렌즈가 찾은 의학 콘텐츠의 경쟁력... "재밌고 쉽게, 꾸준히 하세요"

신자영 기자 2026. 7.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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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서 콘텐츠 제작 노하우 공개 
‘하고 싶은 말’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에 집중해야 
“AI시대에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신뢰와 소통”
2026년 7월 1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닥터프렌즈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닥터프렌즈는 '전문성은 살리고 오해는 줄이는 의학 콘텐츠 전달의 기술'을 주제로 강연했다|출처: 신자영 기자

#30대 직장인 김진욱 씨(가명)는 저녁시간 TV를 켠 후 리모컨 대신 스마트폰을 든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다가 유튜브 웹예능으로 넘어가고 마음에 들면 그 영상을 TV 화면으로 미러링해 시청한다. 그에게 플랫폼의 구분은 없다. 김씨는 "재밌으면 다 TV"라고 말한다.

TV 중심이던 전통적인 콘텐츠 시장은 이미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이 공존하는 혼합 구조로 재편됐다. 스마트폰으로 주로 소비되던 유튜브는 이제 거실 TV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 방송사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플랫폼의 구분이 없는 요즘, 대중들은 어떤 콘텐츠에 열광할까. 7월 11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3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의학 유튜브 닥터프렌즈(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낙준 작가,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만났다. 143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모이기까지 닥터프렌즈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날 닥터프렌즈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비결에 대해 '신뢰'와 '소통'을 꼽았다.

스마트폰이 바꾼 콘텐츠 시장… 의료 콘텐츠 판도도 변화
닥터프렌즈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배경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수년 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싸이월드와 같은 '블로그' 중심의 플랫폼 시대를 떠올리며 "과거 PC, 데스크톱에 국한됐던 동영상 시청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세상이 정말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환경의 확산이 콘텐츠 소비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며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장르, 분야를 막론하고 대중의 관심사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텍스트 중심의 정보 소비가 이미지와 영상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의학 콘텐츠에도 기회가 온 것이다.

실제 한국은 모바일을 통한 유튜브 시청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갤럽이 2025년 전국 만 13세 이상 5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동영상 서비스 연간 이용률은 67%로 2년 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유튜브 이용률이 급증한 원인으로 '허물어진 경계 속 상호작용'을 꼽았다. "TV나 신문은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였다면, 유튜브는 댓글과 라이브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와 이용자가 계속 소통할 수 있다"며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뉴미디어의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실의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었다"
인간은 진화 심리학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낯선 이보다 익숙하고 친숙한 이들의 말에 안정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인간관계, 소비 행동, 학습, 미디어 등에서 발견된다. 매일 시간을 다투며 진료를 하는 의사는 모든 환자와 라포(Rapport)를 쌓는데 한계가 있다. 라포란,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를 뜻하는 말로 '다리를 놓다'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의료계에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친밀감 형성을 일컫는 말로 통용됐다. 닥터프렌즈가 똘똘 뭉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진료실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한계가 있지만,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만으로 대중을 움직일 수 없다"… 시행착오 속 얻은 혜안은?
시작이 순조롭진 않았다. 전문가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닥터프렌즈 역시 전문성과 대중의 관심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했다.

예컨대 첫 영상의 경우,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자 의사 수가 아닌 시스템적인 문제를 짚었다. 하지만 의도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 우창윤 전문의는 당시를 돌아보며 "(해당 영상에) 댓글이 약 2만 개 달렸는데 대부분이 악성 댓글이었다"며 당시를 "그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것에 가까웠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악성 댓글을 단순한 비난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낙준 작가는 "댓글을 읽다 보면 비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며 "거기서 맞는 열쇠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장 난 라디오처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면 사람들은 듣지 않거나 오히려 반발하게 된다"며 "그런 방식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같은 주제를 더 긴 분량으로,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다시 제작했다. 오진승 전문의는 "10분 내외 영상이 아니라 40분이 넘는 영상으로 조금 더 정돈해 이야기를 했다"며 "여전히 비판은 있었지만 '듣고 보니 의사들의 입장도 이해된다'는 중립적인 댓글이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닥터프렌즈가 깨달은 또 한가지 전략은 무엇보다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다. 이낙준 작가는 "유명인이 나오는 단발성 영상의 경우, 초기 폭발적인 조회수를 끌어모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꾸준히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소재로 더 나은 콘텐츠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43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이낙준 작가는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 향해… 생활 속 궁금증이 콘텐츠를 만든다
당뇨병을 주제로 영상을 만든다고 해서 당뇨병을 모두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미 이 같은 영상은 다른 채널에서도 수없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즉, 차별성에 있어 해당 영상이 유튜브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닥터프렌즈는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콘텐츠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 하나에는 하나의 주제를 깊게 다루고, 사람들이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준 작가는 실제 사례로 '당뇨 환자, 믹스커피 먹어도 되나요?'라는 콘텐츠를 언급하며 "당연히 안 될 것 같지만 한 번쯤 궁금했던 질문을 깊이 있게 다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오진승 전문의는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선택하고, 초반 이탈을 줄일 수 있도록 처음부터 핵심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상을 만들기 전에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인지 먼저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설득에도 치밀한 전략 필요… "대중의 언어로 소통해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닥터프렌즈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재밌는 콘텐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치밀하게 고민한 것이 주효했다. 이낙준 작가는 "교수님들을 예를 들어보면 지식이 아주 많으시지만 영상 하나에 교수님 말씀을 모두 담으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며 전문적인 의학 지식보다 생활 속에서 궁금한 것들을 찾는 수요가 훨씬 높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담으면 설득력이 생기고,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창윤 전문의는 의료 사태를 겪으며 자신들의 전달 방식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믿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히 알고, 당연히 믿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했던 것이 문제였다"며 "그 전제 위에서 말을 하니 오히려 반감을 샀고, 내가 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이었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 생활에서도 와닿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질병을 겪으면 자기 통제감을 잃었다고 느낀다"며 "단순히 운동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근거를 이해하면 스스로 몸을 관리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메시지 전달에 설득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경쟁력… 결국 신뢰와 정확성
닥터프렌즈는 의료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신뢰있는 정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누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수요가 갈린다는 것이다. 오진승 전문의는 "최근에는 AI가 의사처럼 등장해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기술이 더 발전하면 시청자는 'AI가 만든 콘텐츠인지, 실제 사람이 만든 콘텐츠인지' 구분하기 힘들어 그동안 봐 왔던 의사가 전달하는 정보라면 신뢰는 자연스레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창윤 전문의 역시 "AI에게 물어봐도 그럴듯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정보는 계속 많아지는데 일반 대중이 그 출처를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정보의 홍수 속, 정확한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세 사람은 의료 콘텐츠의 목적은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즉, 전문가의 전문성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소통할 때 콘텐츠의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여러 해 동안 활동하며 얻은 결론이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신자영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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