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9.5도 폭염에 쪽방촌 어르신·시장 상인 "견디는 수밖에"

한지은 2026. 7.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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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무서워서 선풍기도 못 켜"…쿨링포그 아래 모인 노인들
일요일인 12일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서 39.5도로 치솟은 낮 기온 [촬영 김채린]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김채린 기자 = 12일 오후 2시 반께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 들어서자 온도계 눈금은 39.5도까지 치솟았다.

이날 기자가 서울 영등포 일대를 돌며 측정한 최고 기온이었다.

평소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도 목덜미를 비롯해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골목에는 어르신들이 그늘에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영등포구에서 설치한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가 피부에 닿는 순간엔 시원했지만, 푹푹 찌는 열기를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쿨링포그가 설치된 골목에서 더위 피하는 쪽방촌 주민들 [촬영 김채린]

한 주민은 "실내가 너무 더워서 나와 있다"며 "전기세가 무서워서 선풍기가 있지만 잘 틀지 않는다. 쿨링포그가 있어서 이곳이 우리의 쉼터"라고 말했다.

골목 안쪽 한 쪽방에서는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 나왔다. "실례합니다"를 외치자 민소매 차림의 김모(84)씨가 열기에 붉어진 얼굴로 문을 열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쪽방에는 더위를 달랠 만한 어떤 장치도 없었다.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는 김씨는 "다리가 아파서 외출이 어려운 탓에 그저 더위를 참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거주민, 선풍기도 없이 "그저 더위를 참고 있다" [촬영 김채린]

영등포역 고가차도 아래에는 교회 무료 배식소에서 만났다는 여성 어르신 다섯명이 모여 있었다. 저마다 미지근한 물이 든 페트병을 손에 쥔 모습이었다.

김모(70)씨는 "집에 있어봤자 전기세만 나온다"며 "다리 아래가 그나마 시원해서 주변 사람들 다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있는다"고 말했다.

물은 근처 식당 정수기에서 페트병에 받아 온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찾은 신길동 사러가시장은 점포 대부분이 닫혀 있었다.

일부 운영 중인 점포에서는 상인들이 연신 부채질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시장에서 25년째 야채를 판다는 이은옥(69)씨는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에어컨을 틀면 한 달에 50만원씩 나와 감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무더위에도 버틸 수밖에 없다 [촬영 김채린]

남성 의류를 파는 한 상인은 "더워도 어쩌겠나. 우리는 그냥 장사하는 것"이라며 대나무 의자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햇볕이 드는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신호등 앞에서는 인근 건물 안으로 들어가 유리문 너머로 초록 불이 켜지기를 기다렸다가 뛰어나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만든 좁은 그늘 아래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휴대용 선풍기를 든 시민들은 연신 "덥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쥔 30대 장모씨는 "지난달에 날씨가 꽤 선선해서 이번 여름은 크게 덥지 않은 줄 알았는데 오늘 외출해서 깜짝 놀랐다"며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나무 그늘에 모여 버스 기다리는 시민들 [촬영 김채린]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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