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문 더 좁아진다…시중은행 '가계대출 셧다운' 확산
신용대출 증가세 지속…요구불예금 39조 감소에 '빚투' 영향도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탓에 하반기 대출이 사실상 '셧다운'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0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앞서 지난 2일 8월 실행분 접수를 멈춘 데 이어 일주일여 만에 9월 실행분까지 중단된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8일부터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했고,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낮췄다. 정부가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 원으로 제한한 이후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이를 3억 원까지 축소한 것은 처음이다.
당장은 다른 은행들이 동일한 수준의 규제에 나설 계획은 없지만, 특정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경우 추가적인 대출 제한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연초 설정한 가계대출 총량 목표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48조 3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3조 3907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약 4조 3400억 원이다. 현재까지 목표치의 약 80%가 이미 소진된 셈이다.
특히 5대 은행 가운데 3곳은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은 목표치의 약 1.3배 수준까지 대출 잔액이 늘었고, 다른 두 곳도 최근 수백억 원가량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목표치를 밑도는 은행들도 증가세가 이어지면 조만간 총량 한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5조 3425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968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08조 6704억 원에서 109조 4518억 원으로 7815억 원 늘어 증가 폭이 주택담보대출의 약 4배에 달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증시 상승에 따른 이른바 '빚투' 수요가 신용대출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감소 배경에도 빚투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의 상반기 결산에 따른 자금 이동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을 인출한 영향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82조 9965억 원으로 6월 말보다 39조 2962억 원 감소했다. 월간 감소 폭으로는 2020년 5월 이후 약 6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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