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보다 대응이 문제"…건설사 대표의 해법은 [이송렬의 우주인]
신영건설서 신영씨앤디로…"도급뿐 아니라 개발사업 강화"
"그룹 공사 20~30%로 낮추고 독자 수주로 채울 계획"

새 아파트 사전점검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지와 마루, 창호, 욕실 타일 곳곳에 하자점검업체가 하자 지점을 표시한 테이프가 붙어 있다. 예전에는 입주 예정자가 직접 둘러보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문 업체를 부르는 사례가 흔해진 결과다. 한 집에 하자 지적 100개, 200개도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승민 신영씨앤디 대표(57·사진)는 이런 흐름에 대해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막을 수 없는 트렌드"라며 "입주자는 하자가 있다는 것 자체에 분노하지 않는다. 계속 신청하는데 안 고쳐지는 것, 고친다고 하고 안 오는 것, 고쳤다고 했는데 또 고장 나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일부 입주자만 전문 업체를 썼지만, 이제는 50~60% 이상이 이용한다"며 "그걸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중요한 것은 하자 자체보다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하자를 미관상 하자, 기능상 하자, 법규상 하자로 나눴다. 법규상 하자는 있어서는 안 되는 문제다. 기능상 하자는 속도가 생명이라고 했다. 물과 관련된 하자는 가장 민감하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로, 누수, 배수 불량, 오버플로 등은 입주자의 주거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만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미관상 하자에 대해서도 기준은 명확하다. 그는 "입주자가 하자라고 생각하면 하자인 것"이라며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먼저 인정하고 빨리 해결하는 게 브랜드가 손상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영씨앤디가 고객케어팀을 별도로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고객케어팀은 단순 민원 접수 창구가 아니다. 입주자와 현장, 협력사를 잇는 책임 창구다. 접수된 하자를 유형별로 나누고 시급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처리 진행 상황을 입주자에게 안내하고 보수 완료 이후 다시 확인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이 대표는 "사후관리를 시공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고객 관계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그가 중견 건설사로 옮겨오면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기술과 품질이다. 이 대표는 "중견 건설사라고 하면 대기업보다 기술력이 떨어지고 품질이 낮고 하자가 많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막상 와보니 신영씨앤디의 기술력은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주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공사비가 아니라 기술 제안으로 KCC나 CJ건설 등을 상대로 이긴 사례가 있다"며 "기술력 있는 회사라는 점을 인정받으면 수주와 재무 안정성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씨앤디의 현재 과제는 정체성 전환이다. 회사는 2023년 신영건설에서 신영씨앤디로 사명을 바꿨다. 이 대표는 이를 단순한 이름 변경으로 보지 않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신영씨앤디의 2021~2024년 개발사업 수주액은 105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1660억원 규모 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변화의 신호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명을 바꿨다는 것은 회사의 방향성을 정했다는 뜻"이라며 "도급사업뿐 아니라 개발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신영씨앤디를 '부동산 밸류체인을 갖춘 신영그룹의 건설 계열사'로 정의했다. 개발, 자금 조달, 시공, 임대 운영까지 그룹 안에서 연결된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중견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과 시장 침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이 대표는 "그룹의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공사 수행이 가능하고 신영그룹의 역량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룹 공사에만 기대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는 그룹 매출 비중이 70%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절반 이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그룹 공사를 20~30% 수준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독자 수주로 채우는 것이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업황은 녹록지 않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올랐고 대출 규제까지 겹쳤다. 분양이 막히면 시행사도, 시공사도 동시에 어려워진다. 이 대표는 중견 건설사의 생존 전략으로 '선별 수주'를 들었다.
그는 "사업성이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외형을 키우기 위해 본사 관리 비용까지 무시하고 수주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분양률에 기대는 사업보다 공사비가 확보된 사업 위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러 제안이 들어와도 검토하면 "50건 중 1~2건 정도가 할 만하다"고 했다.

공공공사와 비주거 사업은 불황을 버티는 체력이다. 신영씨앤디는 주택 외에 철도, 하수처리, 재해복구, 기반시설 공사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건설업은 경기와 정책에 민감한 산업"이라며 "불황을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다음 호황을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사업 축은 주거와 비주거의 병행이다. 이 대표는 "가장 많은 실적을 쌓았고 품질과 상품성에 자신 있는 분야는 주거형 상품"이라면서도 "지금은 정책 변화와 시장 상황 때문에 주택 공급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오피스, 체육시설, 스튜디오 등으로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주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비주거 상품 경쟁력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안전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현장이 10개 안팎이어서 CSO와 대표가 직접 현장을 살피는 체계도 가능하다고 했다. 신영씨앤디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중대재해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장 입구에서 사무실까지 걸어 들어가는 동안 정리정돈 상태와 근로자 행동을 보면 안전뿐 아니라 품질도 가늠된다는 이 대표는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라면서 "모 건설사의 경우 사고 리스크로 현재 제대로 된 수주 활동을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전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필요한 비용이라면 기꺼이 써야 한다"고 했다.
그가 그리고 있는 5년 뒤 신영씨앤디는 기술자가 오래 다니는 회사다. 건설회사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그는 "중견 건설사는 이직이 잦고 현장이 줄면 사람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이 안심하고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복지성 비용은 줄이지 않았다고 했다. 7년 만에 경영성과급도 지급했다. 수주 포상금 제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직원에게 쓰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며 "여기가 내 마지막 직장이라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승민 신영씨앤디 대표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약 29년간 건설 현장과 사업관리 경험을 쌓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우건설 상무를 지냈고, 2025년 2월 신영씨앤디 대표이사에 올랐다. 건축설계·시공 특급기술자, 품질관리 특급기술자, 건설사업관리 중급기술자, 건설안전기사 자격을 보유한 기술형 경영인이다. 2023년 주택건설의 날 국토교통부 장관상, 2020년 산업재해 예방 기여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2025년에는 한국 ESG 경영대상 중견기업 사회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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