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상온서 고체로 저장하는 기술이 미래 먹거리"
수십억 쏟아 에너지기업 전환 박차
"고체 수소 저장 기술 개발, 실증 완료"

"5년 연구 끝에 개발한 저희 수소 저장용기 제품은 수소를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입니다. 앞으로 수소가 많이 필요하게 될 발전기업과 실증 사업도 하고 있죠."
1992년 부산 강서구에 설립된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업체 '성원기업'의 정종태 대표는 지난 12일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협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라는 거대한 흐름을 보고 그동안 수십억원을 수소 저장기술 연구에 투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원기업은 국내 조선3사(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에 주로 납품하며 지난해 기준 매출 500억원(임직원 101명) 규모로 성장했다. 선박 건조 현장에서 각종 부품과 배관을 설치하는 대신 공장에서 수백, 수천개 부품을 용접하거나 미리 조립해 '모듈'로 공급한다. 대형 모듈을 육상이나 해상으로 선박 건조 현장에 옮겨 그곳에서는 조립만 하면된다. 이날 공장에서도 직원들은 선박 엔진룸에 들어가는 모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34년간 조선기자재업에서 축적한 특수 부품 및 고정밀 압력용기 제조기술을 쌓은 이 기업은 2021년 수소에너지 분야에 본격 진출해 수소저장합금을 활용한 '저압·대용량 고체수소 저장기술'을 개발했다. 1기압에서 수소의 끓는점은 -252도라 매우 가벼워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까닭에 -253도 이하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들거나 700기압 이상 고압으로 압축해 탱크에 저장하는데, 냉각 유지 비용과 폭발 위험 등이 약점이다.

성원기업은 수소저장합금을 활용한 '저압 대용량 고체수소 저장기술'을 개발해 이런 단점을 개선했다. "약 5m 길이 원통 속에 수소를 머금을 수 있는 미세한 금속(LaNi5, 란탄 펜타니켈) 가루를 담아 놨어요. 조건을 20도 6기압으로 설정하면 수소를 흡수하고, 60도 2기압에서는 수소를 방출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용 부담과 폭발 위험 없이 다량의 수소를 고체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어요. 통 내부에서 균일하게 반응이 일어나도록 수소 흡수·방출시 열 관리가 중요한데, 그 제어기술을 보유하고 있죠."(방일호 연구소장)
성원기업은 자체 연구 역량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이전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고도화를 추진, 10㎏급 고체수소 저장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40㎏(1.0㎥) 규모 대용량 시스템 실증까지 마쳤다. 한국동서발전 동해본부와는 동해 그린수소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라, 발전 시장과 수소 충전소를 겨냥하고 있다. 방 소장은 "동서발전은 석탄·LNG발전을 단계적으로 수소·암모니아 혼소(混燒·연료 2종류 이상을 연소)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라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해야 한다"며 "고압·액화 방식으로 수소 50톤을 저장하려면 약 300평 규모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고체수소는 100평이면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동해·삼척 수소특화단지 등 공공 실증 인프라에 대한 중소기업의 접근성을 높여 준다면 초기 시장 진입과 기술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고체수소 저장기술 상용화에 집중해 미래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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