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터뷰]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 "홍콩 H지수 사태 2년…ELS는 진화했다"
"변동성 커질수록 상품 경쟁력 높아져"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이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메리츠증권]](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2/552779-26fvic8/20260712150024765cibo.jpg)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한때 시장에서 '퇴출론'까지 제기됐던 ELS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자 보호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상품 구조와 판매 절차가 한층 보수적으로 바뀐 데다 최근과 같은 고금리·고변동성 환경이 오히려 ELS의 상품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ELS는 2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품"이라며 "홍콩 H지수 사태 이후 ELS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사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상품 구조다. 과거에는 낙인(Knock-in) 배리어가 45~50% 수준인 상품이 일반적이었다면 현재는 지수형도 20~30%, 개별종목형도 15~20% 수준까지 낮춘 보수적인 구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낙인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는 기준선이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낙인 50% 수준에서도 높은 쿠폰을 제공했다면 지금은 구조 자체를 훨씬 보수적으로 설계한다"며 "트레이딩 부담은 커졌지만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안전성을 높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판매 절차도 크게 강화됐다. 고난도 금융상품 가입 전 동영상 시청이 의무화됐고 올해부터는 표준투자권유준칙 개정으로 상품을 권유할 때마다 투자자 성향(KYC)을 다시 확인하도록 바뀌었다. 숙려기간과 가입 의사 재확인 절차까지 추가되면서 실제 가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추가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상품 자체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까지 매우 촘촘해졌다"며 "판매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현재와 같은 시장 환경이 오히려 ELS에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옵션 프리미엄이 상승하는데, ELS는 투자자가 옵션을 매도하는 구조인 만큼 이를 쿠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그는 "예전에는 코스피 지수형 ELS 쿠폰이 연 5~7%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높은 변동성을 활용해 낙인을 30% 수준까지 낮추면서도 연 20~30% 수준의 쿠폰을 제공하는 상품도 설계할 수 있다"며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쿠폰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기대수익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낙인을 낮춰 상품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최근 ELS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투자하기에는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 같고, 그렇다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3년 안에 7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 ELS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ELS는 상승 수익을 극대화하는 상품이 아니라 하방 위험을 일정 부분 관리하면서 쿠폰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화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현재 ELS 발행의 약 60~70%는 여전히 지수형이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단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코스피 싱글' 상품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처럼 여러 지수가 동시에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보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고 국내 증시 변동성만으로도 충분한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종목형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새로운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포함된 ELS 발행 규모는 약 6500억원에 달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해외 기술주나 해외지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국내 반도체 대표주를 활용한 상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높은 변동성과 금리 환경이 맞물리면서 국내 자산을 활용한 ELS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점 부담이 크고 하락 위험을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싶다면 지금의 ELS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높은 쿠폰만 보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쿠폰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며 "처음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높은 쿠폰보다 가장 낮은 쿠폰 상품부터 소액으로 경험해보고,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보다 시간을 나눠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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