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위스 제치고 세계 최대 자산관리 허브로 부상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6. 7.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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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400조원 유입
자산운용사 진출 확대
빅토리아 하버 쪽에서 바라본 홍콩 스카이라인 [AFP 연합뉴스]
홍콩이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해 온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산관리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본토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회사의 사업 확대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역외 부유층 자산관리(AUM) 규모는 전년보다 11% 증가한 2조9500억 달러(약 4400조원)에 기록해 스위스를 넘어섰다. 홍콩이 자산관리 규모에서 스위스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CG는 현재 홍콩에서 관리되는 자산 가운데 약 59%가 중국 본토 자금이며, 2030년에는 이 비중이 6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으로 축적된 부가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아시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서 자산 이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찾는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투자차익에 대한 과세 부담이 적은 홍콩의 세제와 국제 금융시장 접근성이 결합하면서 부유층 자금이 홍콩으로 집중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본토에서 직접 유입되는 자금뿐 아니라 미국·유럽·중동 등에 분산돼 있던 중국계 자산도 중동 정세 불안과 달러 패권에 대한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홍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으로 몰리는 중국 자금을 겨냥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홍콩 신도심인 서카오룽에서는 총사업비 약 1조엔(약 9조3000억원) 규모의 복합개발 프로젝트가 2026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이 단지의 핵심 건물 한 동을 임차하며 홍콩 사업 확대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프랑스 사모투자 운용사 아르디앙은 홍콩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고, 미국 고빈도매매(HFT) 업체인 제인스트리트도 현지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 사모투자회사 아담스 스트리트 파트너스도 지난해 11월 홍콩 사무소를 개설했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딜로이트 차이나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패밀리오피스는 3384개로 2년 전보다 25% 늘었다.

홍콩 증권 거래소 로고 [HKEX]
홍콩은 해외 자금이 중국 본토로 진입하는 핵심 금융 창구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홍콩 증시 시가총액의 약 80%를 중국 본토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투자는 대부분 홍콩을 통해 이뤄진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점도 홍콩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의 중국 본토와 홍콩 증권 투자 잔액은 올해 4월 4991억 달러(약 750조원)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을 거점으로 삼는 해외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거점은 913곳 늘었다. 일본·미국·영국 기업도 각각 100곳 이상 증가했다. 특히 금융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닛케이는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홍콩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홍콩 불필요론’이 제기됐지만,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엄격히 관리하면서 오히려 홍콩의 전략적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본토 부유층이 해외에 자산을 분산하려는 수요가 계속되는 한 홍콩의 금융 허브 역할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홍콩 금융시장의 미래는 중국 정부의 자본 이동 규제와 금융개방 정책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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